인플루엔자(Influenza·독감 바이러스)라는 단어는 1743년 이탈리아 말에서 왔다. 장기(축축하고 더운 땅에서 일어나는 독기) 또는 별(星)의 영향을 뜻한다. 단어의 뜻만큼 정체도 아리송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는 크게 A, B, C로 구분된다. 이 중 B와 C는 오랜 세월 인간 군집 속에서 사람과 사람 간에 순환하면서 비교적 ‘공손히’ 길들여졌다. B는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겨울 독감을 유발한다. 반면 C는 통상 감기라 불리는 질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심각한 놈은 인플루엔자 A(사진)다. 여전히 야생 상태인 데다 돌연변이한 뒤 럭비공처럼 이리저리 튀는 탓이다. 이놈은 빠르고 기만적인데, 인체에 침입하면 흔히 두통·뼈통증·결막염·현기증·구토·설사·인후염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단순한 인플루엔자도 얕보면 큰코다친다. 미국에서만 연간 평균 4만~5만명이 인플루엔자로 목숨을 잃는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인플루엔자 A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마다 단백질의 아미노산을 바꾸어 마치 변검처럼 빠르게 모습을 바꾼다. 이 같은 변화를 ‘항원 소변이’라고 하는데, 조류 인플루엔자가 돼지나 사람으로 옮아왔을 때 그 같은 변이가 빈번하다. 무서운 것은 항원 대변이로, 조류나 돼지의 인플루엔자가 인체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전자를 교환해 전혀 새로운 종으로 탈바꿈하는 경우다. 이처럼 괴물 같은 바이러스는 어떻게 ‘행패’를 부릴지 몰라, 훨씬 더 위험하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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