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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습득’은 듣고 말하기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좌 4 옆집 엄마 한마디에 무너지지 마세요-이남수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2009년 05월 06일 수요일 제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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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빛 엄마’ 이남수씨(위)는 “부모가 영어 교육에 주관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사인 ‘솔빛 엄마’ 이남수씨는 별달리 사교육을 하지 않고도 딸 솔잎(별명 솔빛)이를 모국어에 가까운 영어 실력을 갖도록 키웠다. 솔잎이는 4학년 때부터 집에서 영어를 스스로 ‘습득’했다.  다른 학부모가 ‘솔빛 엄마’의 교육법에 관심을 갖는 것은 솔잎이가 단지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다. 지금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인 솔잎이는 중학교 2학년부터 학교를 벗어나 홈스쿨링으로 공부하고 자랐다. 소신을 갖고 아이를 반듯하게 키운 이남수씨의 자녀 교육법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날 강연은 영어 열풍에서 중심잡기, 옆집 아줌마에게 휘둘리지 않기, 탈학교 이야기 등 세 단락으로 이루어졌다.

▒ 영어 열풍에서 중심잡기


내가 영어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나는 참교육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육 정책이 그렇게 정해지고,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아이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게 되면서 어떻게 영어 교육을 시켜야 하나 고민이 많아졌다.

부모가 영어 교육에 대해서는 주관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얼마나 영어를 잘하면 만족할까?  영어 교육의 목표와 목적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영어를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으면 학부모가 처음에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정도라고 대답했다가 계속 기대 수준이 높아진다. 100점도 받아야 하고, 영어로 1등도 해야 하고. 그런데 여러분은 한국말을 얼마나 잘하나? 한국말을 동네에서 1등 하나?(웃음)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잖나. 그런데 영어는 동네에서 1등 하고 싶고, 옆집 아이보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영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아이가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다.

나는 영어 교육의 목표를 모국어에 최대한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삼았다. 10년 동안 많은 아이를 지켜보면서 모국어 실력이 영어 실력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어떤 아이가 한글 일기를 두 줄로 쓴다면, 그 아이는 영어 일기도 딱 두 줄로 쓴다. 모국어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게 좋다. 두 번째로 모국어를 배우는 방식과 가장 비슷한 방법으로 영어를 익히는 것이 좋다. 우리가 어린 시절 한국어를 배울 때 사전을 외우고, 문장을 외우고, 학원을 다녔나? 세 번째로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방법이 좋다. 영어 단어를 매일 50개씩 외우는 방법에 잘 적응하는 아이는 신기한 아이이다. 우리말 단어를 50개씩 외우라고 하면 여러분도 행복하거나 즐겁지 않다. 네 번째, 영어도 나이를 먹어야 한다. 일곱 살짜리 미국 아이가 일곱 살 영어를 하는 데는 7년이 걸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1년 안에 영문법을 뗀다고 한다. 나는 ‘습득’을 강조한다. 학습과 습득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솔잎이는 일곱 살에 한글을 읽고 썼다. 그 아이가 여섯 살까지는 우리말 듣고 말하기를 한 것이다. 미국 아이도 마찬가지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순서로 가자는 것이다.

영어 교육법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영어 비디오나 오디오북을 꾸준히 보고 듣도록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부터 시작했다. 어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그런데 그 어른들이 자신이 했을 때 잘 안 된 방법을 아이들에게 계속 답습하게 하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맡겨두면 아이들이 영어를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아이가 홀로 해외 연수를 간다고 상상하자. 해외에서 혼자서 생활할 만한 주도성이 있으려면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 내 경험과 주변을 보면 4학년 이상 된 아이들의 성과가 더 컸던 것 같다.

우리 아이는 비디오를 안 봐요,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그냥 틀어놓으면 된다. 집중하려 하지 말고, 편안하게 들으면 된다. 그냥 켜놓으면 아이들은 익숙해진다. 아이들의 잠재능력은 대단하다. 외우게 하자, 이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엄마표’ 영어가 범람한다. 내가 보기에 엄마가 ‘입주 과외 영어교사’가 되는 형국이다. 내가 한 일은 비디오를 사주고, 프로그램이 아이의 정서에 맞을까 하는 것을 고
   
4월28일 열린 ‘솔빛 엄마’ 강좌에는 많은 방청객이 모였다(위). 전남 광양에서 온 학부모도 있었다.
민한 것이었다. 나머지는 아이가 스스로 했다. 그런데 부모가 너무 간섭하고 개입하려 한다. 비디오를 틀어주면서 “너 제대로 봤는지 꼭 물어볼 거야. 몇 퍼센트는 이해해야 해” 하면서.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을 기다리고, 스스로 배울 기회와 시간을 주어야 한다. 믿고 기다리고, 필요할 때 격려하자.

▒ 옆집 아줌마에게 휘둘리지 않기

알파맘과 베타맘이 있다. 알파맘은 ‘알아서 키워주마’ 하는 식이다. 엄마가 매니저 구실을 한다. 알파맘은 엄마가 되는 일에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또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알파맘 한 명이 기존 엄마 200명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갖는다. 입시에 대한 정보도 빠르다. 실제로 알파맘의 아이들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한다. 알파맘은 ‘엄친아, 엄친딸’의 엄마이다.

베타맘은 ‘알아서 크는 거야’ 하는 식이다.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믿고 기다린다. 엄마는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조력자이다. 물론 쉽지 않다고들 한다.

다른 분류도 있다. 부모의 욕심만 앞선 ‘무데뽀(막무가내)형’, 어느 정도 틀을 만들어주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주는 ‘동물원지기형’,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오냐, 오냐’ 키우는 ‘허용형’, 교육 정책과 여건 탓만 하는 ‘포기형’, 여러 형태를 왔다 갔다 하는 ‘널뛰기형’. 여러분은 어떤 유형인가?
부모가 자기 중심을 잡아야 한다. 내가 어떤 유형이고,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생각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가슴이 따스한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알파맘이든 베타맘이든,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원하게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 탈학교 이야기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자퇴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교육관 등 가치 기준이 달랐던 부분이 가장 크다.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인간 취급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 나는 성적으로 야단치는 학부모가 아니었는데도. 부모의 교육관과 상관없이 아이가 학교의 모습을 보면서 그 상황을 견뎌내기 힘들어했다. 또 고등학교를 가면 원하지 않는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충격이었다. 고등학교에 가면 자율학습을 꼭 해야 하냐고 묻기에,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하지 않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더 이상 학교를 다니고 싶어하지 않았다.

아이가 탈학교를 하면서 나도 아이와 함께 굉장히 성장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 성격도 밝아지고, 정서가 안정되었다. 또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게 되었다. 자기 속도에 맞추어 공부했다. 직접 부딪치면서 세상 공부를 했다.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었다. 결과도 결과이지만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홈스쿨링을 하든 학교에 다니든, 늘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고민을 받아들이자. 아이가 홈스쿨링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고민을 많이 했던 점’을 꼽았다. 그리고 기록을 남기자. 홈스쿨링 동안에 기록을 남기게 했다. 계획은 말하지 않더라도 뭘 하는지를 기록하게 했다. 지금 아이가 대학 4학년인데, 계획이 아직 없다고 한다. 나는 그런다. “너는 어차피 88만원 세대이다. 대졸 평균이 88만원이면 너도 88만원을 받는다고 생각해라. 대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리고 그 일이 세상에 좋은 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떤 일을 해도, 나는 지지할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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