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씨의 공격은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이씨는 모든 문제를 학교 바깥의 사회구조 탓으로 돌려온 관행을 되풀이해서는 좌파에 미래가 없음을 분명히 말했다.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전교조를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전에도 근무평정제도, 성과급제도 같은 평가제도가 존재해온 만큼 이를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교원승진제도와 교장임용제도에 관한 급진적인 개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제고사가 치러진 3월31일 학부모·학생들이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씨는 일명 ‘일제고사’에 대해서도 열린 시각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가려내 이를 책임지는 것은 교육당국의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라면 일제고사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최저 학력 아닌 최고 학력을 가리는 기준으로 일제고사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사지선다형 문제풀이 교육, ‘빨리 답 맞히기’ 중심의 교육으로 어떻게 선진국형 창의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이씨는 “합리적 우파라면, 지금 같은 방식의 일제고사에 도저히 찬성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격렬한 좌우 프레임 전쟁에서 교육 용어가 혼란에 빠져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평준화’가 대표적이다. 좌파가 사용하는 평준화가 주로 무시험 학교 배정을 가리키는 용어라면 우파가 사용하는 평준화는 ‘붕어빵 교육’, 다시 말해 교육 과정의 획일화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학교 자율화’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율은 좋은 것, 규제는 나쁜 것’이라는 단순한 통념 때문에 학교 자율화가 지고선인 양 여겨지고 있지만, 문제는 자율권을 갖게 되는 주체가 교육감·교장이라는 점이라고 이씨는 지적했다. 그 이면에서 교육의 진정한 주체여야 할 교사와 학생의 자율권이 오히려 억압되고 있다면, 우파 기준으로 봐도 이는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로 인한 출산율 저하를 막을 수 없고, 창의적 교육 또한 요원하다는 것을 우파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합리적 우파와 좌파가 동의할 수 있는 교육 지표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그는 말했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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