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지난 10월18일 뉴욕상업거래소(위)에서 서부 텍사스 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89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유가가 9월13일 배럴당 80달러에 근접한 이후 40여 일 만에 90달러 시대를 열었다.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유가를 놓고 벌써부터 일부 언론에서는 200달러 시대를 언급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9월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자 유류세 등으로 기름 값이 훨씬 더 높은 한국을 예로 들며 ‘그나마 미국은 나은 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산유국인 미국도 이처럼 급격하게 치솟는 휘발유 값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평범한 미국인에게 유가 100달러라는 말은 곧 ‘휘발유 값 4달러 시대’란 의미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73달러 수준이던 8월 중순, 뉴욕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8ℓ)당 3달러였다. 단순 계산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면 휘발유값은 갤런당 4.20달러가 된다. 평균적인 뉴요커가 매주 30달러 정도를 자동차 연료비로 사용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매주 10달러를 더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1년이면 520달러다.

유가 인상의 표면적인 이유는 국제적 수급 불균형과 달러 가치 하락의 결과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정책 실패와 실수가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이 10월10일 발표한 4분기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8741만 배럴. 공급량보다 182만 배럴이 많다. 수급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중국 등 신흥 경제 성장국들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지만 이는 예견된 사실이다. 오히려 미국의 이라크 점유가 길어지면서 높아진 석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국제 유가에 반영된 부분이 더 크다. 최근에는 터키의 이라크 북부 공격으로 우려가 증폭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증산이 어렵다고 대외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달러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실질 수입이 되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국적 자본들이 금융 상품에서 원자재 상품으로 옮겨탄 이유도 달러 약세 때문이다. AP통신은 10월18일 “국제 투자자금이 원유 시장에 집중되는 것은 달러 가치가 떨어져 다른 나라 통화로 좀더 저렴하게 원유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발 쓰나미’가 휩쓸고 간 지난 8월 이후 원유 가격은 배럴당 20달러 가까이 폭등했다.

기자명 뉴욕·한정연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