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지난 10월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시민들이 경유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중국의 상황은 다른 국가와 사뭇 다르다. 국제 유가가 춤을 추고 있지만 중국의 유가는 비교적 안정세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와 비교해 10월 현재 가솔린과 디젤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원자바오 총리가 유가를 누르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떻게든 인플레이션 확산을 막아보고자 통제가 용이한 국내 유가에 국제 유가를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입 원유가와 자국에서 생산되는 원유가의 생산원가를 아예 무시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 물가는 9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6.2% 상승했고, 올해 들어 벌써 4.2% 상승했다. 여기에 유가 상승이 시장에 반영되면 상황은 명백하다. 중국 정부로서는 불타는 국내 경기에 기름을 부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 통제가 장기화되다 보니 실제 매매시장은 거의 중단 상태이다. 상하이와 화둥 지역에선 도매가가 소매가보다 높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장 왜곡이 심각한 것이다. 각 주유소는 디젤 차량마다 50위안어치만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양대 석유 생산 기업인 중국석유천연기집단공사와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는 국내에서 난 손실을 해외 수출로 돌려 보전하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작년 대비 30.6% 증가한 1186만t을 수출했다. 그러나 계속 국제 유가가 고공비행할 경우 결국 수출가와 내수가의 왜곡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다. 중국석유천연기집단공사 재무담당 이사인 다이허우량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대한 국내 유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상하이의 한 기업 임원은 “중국 정부의 유류 비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한다.

중국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세계에서 두 번째 석유 소비 국가인 중국은 자국에 유전이 있음에도 연 2000만t의 원유를 수입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과의 에너지 전쟁을 대비하려는 전략과 인플레이션을 막아보려는 고민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현재 뾰족한 수가 없는 듯하다. 양대 회사에 유가를 안정시키라고 주문만 할 뿐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기 전에는 가격 이중구조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자명 베이징·홍순도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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