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성공회대 외래 교수)국민경제라는 틀에서 이명박과 문국현은 결국 한 몸통이다. 그러나 이 몸통의 골격은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다. 이명박은 ‘한국형 시멘트 자본주의’의 적자이고, 문국현은 서자인 셈이다.
올해는 대선의 해이다. 평소에는 참하게 공부하던 학자들이나 묵묵히 자신의 삶을 꾸려가던 사람도 대선이 가까워지면 점쟁이로 돌변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이런 점에서 대선 앞 5개월은 조선왕조 5백년에 해당한다는, 이번 대선에 유행하는 말은 시의 적절해 보인다. 이제 갓 지지율 2%를 바라보는 문국현 후보에게 일부 국민이 보내는 열광은 ‘조선왕조틱’한 현상이다.

최근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과 문국현 후보의 ‘희망서약 17개’를 차분하게 다시 읽어보았다. 명목으로는 이명박 후보에게도 일자리 창출 공약이 들어 있고, 희망서약 17개에도 ‘수출 고속도로’ ‘학습 고속도로’ 같은 나름의 인프라 정책들이 들어가 있다. 이 두 개의 공약집이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인가라는 질문은 약간 이중적인 질문처럼 보였다.

일단은 노무현 시대의 연장선 위에서 대통합민주신당에 있는 후보 9명의 경제 공약이 한나라당 공약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에서 최초로 여야가 전격적으로 합의했던 정책이 바로 기업도시였다는 사실에서부터 ‘동시다발 FTA’ 정책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경제 정책 차원에서 다른 점은 거의 없다. 억지로 따지자면 법인세 감세와 출자총액제한제도 제한 정도에서 약간 차이가 있는데, 농업에서 노동 정책 그리고 대외 정책과 새만금에 이르기까지, 경제 정책 면에서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란성 쌍둥이 관계이다. 출발 정신은 달랐겠지만, 경제 정책까지 다르지는 않았다.

 
이명박과 문국현은 사회적인 ‘CEO 신화’ 위에 서 있는 배다른 자식 관계이고,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두 사람 모두 시민단체와 훨씬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이를테면 두 사람은 공공연히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은 남과 여, 두 얼굴이 앞뒤로 붙은 아수라 백작 같은 관계인가? 아니면 하체는 하나인데, 상체만 갈라진 샴쌍둥이 관계인가? 이명박과 민주노동당 후보는 분명 아수라 관계이다. CEO와 노동조합, 공급자와 소비자, 통치자와 민중은 시장을 사이에 두고 남자와 여자의 두 다른 속성처럼 한국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얼굴을 형성하는 두 표정이다. 물론 한 얼굴은 빛나고, 한 얼굴은 칙칙하다(영국 노동당이 현재 두 번째 총리를 내세우며 장기 집권 중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시라).

그렇다면 이명박과 문국현은? 아무래도 비대칭적 샴쌍둥이에 가깝다. 한쪽은 잘 먹고 자란 대기업을, 한쪽은 발육 부진인 중소기업을 각각 대변한다. 물론 국민경제라는 틀에서 결국 몸통은 하나인데, 불행히도 이 몸통의 골격은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다. 이명박은 한국형 시멘트 자본주의의 적자이고, 문국현은 서자인 셈이다.

2007년 대선은 ‘샴쌍둥이 분리 시술’ 될 듯

2007년 대선, 일부 국민은 이번 선거가 아수라 백작의 앞 얼굴을 고르기 위한 선거이기를 바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얼굴, 다른 이름인 ‘이명박과 일곱 난쟁이’ 같은 한 상체, 그리고 발육 부진의 중소기업형 상체를 분리하는 수술이 될 듯하다. 이번 대선이 시멘트 몸체에서 중소기업형 ‘소프트웨어 상체’를 떼어낼지, 아니면 ‘하드웨어형 상체’를 떼어낼지 궁금하다.

기왕 막은 새만금에 골프장 백 개를 짓자는 ‘노무현의 적자’ 유시민을 보면 연말에 있을 한국 자본주의 진화의 궤적을 가르는 분리 수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 보인다. 그 어느 편이든, 2008년부터 변화는 가파를 것 같다. 진화든, 퇴행이든….

※ 오트르망은 ‘다른 관점에서’라는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기자명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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