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를 예방·치료하려면 담배를 끊거나, 폐 기능 검사(위) 등을 통해 병을 일찍 발견해야 한다.
건강에 관한 질문 하나. 지구상에서 사람의 생명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질환은 무엇일까. 바로 암이다. 그 다음은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이다. 그렇다면 네 번째 질환은? 뜻밖에도 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며 의아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 이 병은 일선 의사들조차 모를 정도로 그 정체가 모호하고 생소하다(COPD는 간단히 말해, 분비물과 상처 난 조직 탓에 폐가 딱딱하게 되면서 숨쉬기가 곤란해지는 병이다). 그러나 호흡기내과 전문가들에게는 COPD가 그다지 낯선 병이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이 병의 유병률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2002년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호흡기학회)가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만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5~64세 유병률이 10.7%에 달했다. 65~75세 이상 노인들은 더 심해서 38.2%의 유병률을 기록했다. 45세 이상 100명 중 11명 가까이, 65세 이상 노인 100명 중 38명 이상이 COPD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더 심각하다. 45~64세 남성은 100명 중 17명이, 65세 이상 남성은 100명 중 56명 정도가 CODP에 노출되어 있다”라고 김영균 교수(강남성모병원· 호흡기내과)는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환자 10명 중 한두 명만이 병원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COPD 환자는 49% 증가했다. COPD로 인한 사망자 수도 1983년 1200여 명에서 2004년 5400여 명으로, 20년간 4.45배 증가했다. 환자들이 허겁지겁 뒤늦게 병원을 찾는 까닭은 둘. 병이 내밀하게 악화하고, 환자들이 기침이나 가벼운 호흡곤란 증세를 감기나 천식 따위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다른 질환처럼 COPD도 치료가 늦으면 늦을수록 고통과 치료비가 늘어난다. 최근 호흡기학회가 전국의 8개 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기 환자는 1년 의료비가 139만원 정도 드는데, 4기 환자는 313만원이 넘었다. “대다수 환자가 숨쉬기 곤란해질 때쯤 병원을 찾는다. 조기 진단을 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인데, 안타깝다”라고 안철민 교수(영동세브란스병원·호흡기내과)는 말했다(COPD는 병력, 문진, 흉부방사선 촬영, 폐 기능 검사 등의 결과를 종합해서 진단한다).

“하루 1갑, 20년 동안 담배 피운 사람 위험”

놀라운 것은 COPD와 담배의 연관성이다. 〈이브의 몸〉을 쓴 메리앤 J 리가토는 “COPD 환자가 1초 동안 힘들여 뱉어낼 수 있는 공기의 양은 하루에 피우는 담뱃 갑 수와 흡연 연수를 곱한 값에 따라 감소한다”라고 주장한다. 실제 80~ 90% 국내 환자가 흡연에 의해 발병했다. COPD를 앓는 흡연자는 비흡연 환자보다 사망률이 높고, 더 빈번하게 기침이나 호흡곤란 같은 증세를 호소한다. “일반적으로 COPD는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라고 정기석 교수(한림대 성심병원·호흡기내과)는 말했다.  

담배 외에 대기오염, 분진, α1-안티트립신 결핍 도 COPD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실제 이런 원인들이 어떻게 COPD를 유발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설만 무성하다. 유해한 자극에 대한 기도의 과민 반응과 수축 때문이라는 설, 기도 조직의 샘이 점액을 다량 분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점액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설, 염증이 일어난 세포에서 분비되는 (조직을 파괴하는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 기도를 공격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그것이다. 

이처럼 발병 원인은 온통 미스터리 투성이지만   COPD의 위험성은 이미 많은 부분 확인되었다. 그리고 그 대처법도 적지 않게 나와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방법은 ‘나이 먹은 흡연자는 정기적으로 폐 기능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그 일이 힘들다고?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으시든가.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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