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민주노동당은 삼성 비자금 특별본부를 발족하고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정파 투표 양상이 뚜렷했던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경선은 큰 후유증을 남겼다. 정파 간 이견으로 정식 선대위도 발족시키지 못한 채 한 달 넘게 삐걱거렸다. 관건은 선거 으뜸 구호였다. ‘자주파’라 불리는 NL계열에서 ‘세상을 바꾸는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한 달 가까이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있고 난 뒤, 결국 선거 구호는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으로 정리되었다.

당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자 지방을 돌며 ‘만인보’ 행보 중이던 권영길 후보가 직접 나서서 교통정리를 했다. 분신한 건설노조 인천지부 정해진 조합원의 상가를 급히 찾은 권 후보는 문성현 당 대표와 심상정 의원, 노회찬 의원과 4자 회동을 가졌다. 그리고 “공식 선대위 체제로 꾸려지기 전까지 일단 심상정·노회찬 체제로 가는 것으로 한다”라고 교통정리를 했다.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의원 중심으로 선대위가 꾸려지는 데 이견은 없었다. 이들이 바로 삼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의원이기 때문이었다. 〈시사IN〉과 한겨레신문을 통해 삼성 비자금 관련 내용이 폭로된 후 권영길 후보 캠프는 삼성 문제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그것만이 지지율 답보 상태인 권 후보가 정체 상태를 벗어날 유일한 카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 때리기'에 올인한 권 후보는 그 중심에 두 의원을 세웠다. 그리고 모든 것이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삼성 때리기' 선봉에 노회찬, 심상정 의원 세워

지난 2002년 대선에서도 권 후보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보험료 문제 등 삼성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입지를 세운 적이 있다. 권 후보는 이번 삼성 비자금 사건의 핵심을 ‘삼성에 의한 권력 농단, 삼성에 의한 시민민주주의 유린, 그리고 비자금 조성을 위한 분식회계’ 등으로 보고 우리 사회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행위의 꼬리가 밟힌 사건으로 규정했다.

권 후보는 ‘삼성 비자금 사태 특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노회찬 선대위원장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노 의원은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을 공개해 삼성의 검찰 로비를 폭로한 적이 있다. 노회찬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먼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삼성 비자금 수사를 개시하고 주범인 이건희 회장을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11월2일 법사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발표할 삼성의 로비 지침서에는 이건희 회장이 직접 떡값 로비를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사제단이 ‘삼성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떡값 검사가 40여 명에 이르고, 부장, 차장은 물론 장차관까지 로비 대상이며, 검사 한 명당 500~1000만원, 검사장은 1000만원 정도’라고 밝힌 내용이 2005년 폭로한 ‘안기부 X파일’ 내용과 일치한다”라고 지적했다.

‘삼성 잡는 해병’으로 꼽히는 심상정 의원도 발동을 걸었다. 10월31일 ‘삼성공화국 해체를 시작하자’고 일성을 내지른 심 의원은 “정계, 관계, 법조계, 언론계 등 사회 각 분야에 포진되어 있는 이른바 삼성 장악 세력의 실체를 드러내고 뿌리를 뽑음으로써 이른바 삼성공화국을 해체하는 범국민 운동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삼성과 관련된 의혹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해서 실제로 밝혀진 바가 없지만 이번에는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김 변호사가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권영길 후보도 삼성 비자금 사건의 진상 규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10월31일 울산에서 열린 비정규직 관련 정책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공공의 적 1호, 이건희 회장을 감옥에 보내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이다”라고 말한 권 후보는 11월1일 포항에서는 “떡값 검사들은 집에서 떡이나 먹어야 할 것이다.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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