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더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서평 담당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왔다. 서평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니 영화 비평계의 로저 에버트(영화 비평가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 수상)에 견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서양 저자 90여 명의 고전적 작품을 읽는다(부록에 〈노자도덕경〉에 관한 글이 하나 있다). 대부분 문학작품이지만 스피노자의 〈윤리학〉이나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같은 책도 일부 있다.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고전 소개서 또는 해설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 고전 내용을 압축 요약한 안내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더구나 한 작가 또는 한 작품을 다루는 분량이 짧아서 주마간산 격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까지. 필자의 이런 의구심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고전의 핵심 내용과 전반적 특징을 압축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맞지만, 그 압축적 소개의 수준이 단연 일급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에서 역사는 오페라 비슷한 것이 되어버린다. …부르크하르트는 자신의 책을 에세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이 책의 개인적이면서도 시안적(試案的)인 특성을 보여준다. …부르크하르트는 뛰어난 개인들의 개성적 요소를 지나치게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책은 16세기 이탈리아의 예술가나 모험가 못지않게 강한 힘과 활기를 가지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피 묻어 있는가 하면 활기에 넘치는, 현대인의 고향인 것이다.”

길지 않은 글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의 특징을 정확하게 그러면서도 인상적으로 포착해 표현했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원제는 Classics for Pleasure)이라는 제목답게 일반 독서인의 처지를 충분히 고려한다는 게 큰 미덕이다. 저자는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신예찬〉은 독자의 마음속에 들어와 고정되지 않는다. …너무 분위기가 다양하고 생생하다 보니 그 어떤 즉석의 해석이나 분류를 거부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재치를 즐기고, 그 역설을 심사숙고하면서, 때때로 어리석어지는 것도 현명한 일이라고 기억하는 것이다.”

고전의 위대함을 칭송하지도, 그렇다고 그 한계를 들추어 비판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각 고전에서 무엇을 즐기고 누릴 수 있을지,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솔직담백하게 지적할 뿐이다. 어쩌면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고전을 읽고 싶게 만들기 위한 저자의 전략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구사된 그런 전략은 성공적이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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