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지난 11월2일 전국 곳곳에서 이회창 전 총재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는 행사가 열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이 찾아왔다. 지난 11월1일 남대문로 5가의 단암빌딩 21층,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무실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였다. 사무실 관계자들과 서먹서먹한 인사를 하는 모습이, 하나같이 모두들 오늘 사무실을 처음 찾은 듯 보였다.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지지율 20%를 넘어선 이 전 총재에게 줄을 대기 위해 좁은 사무실에 쭈뼛쭈뼛 서 있었다.

기자들 전화를 받느라 이흥주 특보는 찾아오는 손님들과 인사할 겨를이 없었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특보는 즉답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손님은 이 전 총재의 수행비서관 역할을 하고 있는 지상욱 박사가 맞았다. 배우 심은하씨의 남편으로 유명한 지씨는 이 특보와 함께 사무실에서 가장 분주한 사람이다. 이 특보가 대변인이라면 지씨는 상황실장이라 할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사무실에는 최형철 박사(호원대 겸임교수)와 신덕현씨가 나와서 일을 돕고 있다. 정치학 박사인 최씨는 1997년과 2002년 선거에서도 이 전 총재를 도왔다. 최씨는 당시 선거를 사실상 지휘했던 ‘부국팀’ 멤버였다. 신씨는 이 전 총재가 감사원장 시절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사람이다. 이 전 총재의 수행비서 출신인 이채관씨는 밖에서 일을 보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도 속속 모여 들어

기자들이 이 특보와 한참 대화를 하고 있을 무렵 정인봉 전 의원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 기자들을 발견한 그는 무슨 이유에선지 급히 발걸음을 되돌렸다. 정인봉 전 의원처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던 인물들이 부쩍 이 전 총재 곁으로 모여들고 있다. 서청원 전 대표는 이 전 총재를 이미 만났고,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홍사덕 전 의원도 이 전 총재와 면담 약속을 잡기도 했다.

이 외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서상목 전 의원과 강삼재 전 의원이 이 전 총재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무실 관계자들은 이런 중진 정치인들이 이 전 총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상욱씨는 “이회창 전 총재에게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직 정치인은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는 박사급 소장 학자들이 참모진을 구성하고 이 전 총재를 돕고 있다. 이들이 실질적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 캠프에서는 그 지휘자로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인 정연씨를 지목했다. 정연씨가 또래 학자들을 이끌고 정무적인 판단을 주도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재 사무실이 있는 단암빌딩 앞에는 ‘충청의 미래’를 중심으로 각종 보수단체 회원들이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놓고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촉구하며 철야 농성 중이다. ‘충청의 미래’를 비롯해 ‘대구 희망21연대’ ‘희망나라 국민포럼’ 등이 이 전 총재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 특기할만한 것은 이회창 전 총재의 원조 팬클럽인 ‘창사랑’은 뒤로 빠져 있다는 점이다.

팬클럽 중 주목할 만한 단체는 ‘충청의 미래’다. 이 단체에 대해 최형철씨는 “창사랑이 이름을 바꾼 것이 아니라 원래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를 도왔던 사람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심대평 대표가 이 전 총재에게 연대를 제의한 것과 맞물려 ‘충청의 미래’의 움직임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11월2일, 전국에서 이 전 총재 추대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를 통해 이 전 총재를 돕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이 드러났다. 창사랑 상임고문, 백승홍 전 의원은 대구에서 추대 대회를 이끌었다.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라이트코리아(대표 봉태홍) 등 보수단체들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대회를 열었다.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 장경순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헌정회 원로 멤버들이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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