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무엇을말할수 있고 무엇을 말할수 없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레스터 서로 지음, 조윤수 옮김, 부키 펴냄

경제학자보다 경제 평론가에 더 가까운 공저자 두 사람의 깔끔한 경제학 입문서다.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세상을 떠 최종판이 된 원서 4판(1998)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책 1부의 첫 두 장은 꽤 만족스럽다. 현대의 고전을 새로 하나 발견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경제학 주류의 시각으로는 드물게 마르크스를 높이 평가해서일까? 하지만 두 저자는 마르크스를 경제학자가 아닌, 역사학자 대열의 위대한 사상가 반열에 놓는다.

이 책 도입부에 대한 호감은 두 저자의 신중함에서 나온다. “케인스와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중에서 과연 누가 옳은가? 이는 오늘날 경제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비록 이들의 이론이 전체 역사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들 ‘세상을 움직인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문제는 여전히 미결 상태이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들어가는 3장부터 두 사람은 안면을 싹 바꾼다. 하일브로너와 서로는 자본주의 경제 제도를 옹호하고 시장 체제를 찬양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탁월한 사회적 발명 중 하나가 시장 체제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경제성장이야말로 자본주의 경제를 규정하는 것이며, 경쟁은 자본주의적 효율성의 배후에 있는 강한 추진력이다. 수요가 경제의 원동력이라면 투자는 경제를 추진하는 원동력이다. 경제학자가 감당할 수 없는 일과 경제가 사회구조의 굳건한 기반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경제의 중요성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자본 편향뿐 아니라 미국 중심의 사고 또한 유념해 읽어야 할 대목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투로 말하는 것은 대략 난감하다. “경제에서 아름다운 것은 작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큰 것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이어지는 경제에서 진정 아름다운 모습은 빤하기 짝이 없다. 앞뒤가 맞지 않는 서술도 보인다. “심지어 사장도 20년 전과 달리 일반 근로자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는 회사 안의 임금격차 역시 이를 구체적으로 살필 때 실제와 정반대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일반 독자들이 경제 문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 책의 본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것 같다. 1913년 설립된 미국의 중앙은행제도인 ‘연방준비제도’에서 ‘준비’는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결정하는 권한에서 왔다. 또 시장은 대단히 정교한 배급 체계의 기능을 지닌다. 두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가 위협적인 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갱생은 가능하다는 식으로. 자본주의에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조금 마음에 걸린다.

기자명 최성일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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