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의원실 제공감옥의 재소자들은 여전히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위는 일일 감옥 체험에 나선 임종인 의원. 
문제는 안양교도소에서 일어났다. 금지된 물품을 갖고 있었다고 조사를 받던 재소자가 교도관에게 폭행을 당했다. 재소자는 맞아서 얼굴이 부을 정도로 심각한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교도소 쪽은 “앞뒤 정황으로 볼 때 의도적이거나 심각한 폭행은 아니고, 수용 생활 잘하라고 등을 한 대 두드리려다 어깨를 쳤다”라고 해명했다.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폭행 사실을 확인하고 안양교도소장에게 해당 교도관을 징계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안양교도소는 거부했다. 그저 어깨를 쳤을 뿐이고, ‘인마’라는 단어를 사용한 정도니 징계 대상이 아니라는 것. 대신 자체 인권교육을 시켰다고 했다.

그러자 인권위가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폭행 사실을 부인하니까 동영상을 보고 국민이 판단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반격은 또 다른 반격을 불렀다. 한 교도관이 인권위가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양상은 복잡하지만 사건의 핵심은 간단하다. 교도관이 재소자를 때린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고, 불법행위가 있으면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을 때리는 경우라면 죄질이 더 나쁘다. 인권위가 징계를 권고한 것도 문제다. 형사 고발이나 수사 의뢰보다 약한 징계 권고 조처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해당 교도관의 징계를 교도소 쪽에만 맡긴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인권위 ‘징계 권고’도 부적절

폭행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판단하는 것은 인권위가 아니라, 검찰과 법원의 몫이다. 이번 경우에는 그냥 형사 고발하는 것이 옳았다. 인권위원장이 취임 직후 밝힌 것처럼 ‘매력 있는 기관’으로 인권위가 변모하기 위해서는 원칙에 충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교도소 쪽이 낮은 수위의 징계조차 거부하자, 동영상 공개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도 점잖지 못한 대응이었다.

물론 안양교도소와 해당 교도관의 대응은 더욱 도발적이었다. 명백한 폭행이 그저 등을 두드린 행위가 되어버렸다. ‘인마’라는 단어를 쓴 점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했지만, 현실의 교도소에서 ‘인마’는 부적절한 언어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을 칭하는 가장 흔한 말은 ‘애들’이다. 명색이 인권운동가 앞인데도 하도 ‘애들’을 반복해서, 한 번은 내가 “이곳이 소년원이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래도 그들은 내가 왜 묻는지 모른다.

교도소 쪽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인권위의 법적 한계 때문일 것이다. 권고란 게  받아들여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니, 버텨서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이리라. 상대가 법적 권한이 분명한 검찰이었다면 그렇지 못했을 거다. 게다가 교도관의 얼굴이 나오지도 않는 동영상이 공개되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내는 모습까지 보면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재소자들을 맡겨도 되나 싶다.

재소자의 가석방과 각종 처우는 교도관에게 달려 있다. 하루라도 빨리 나오고 싶은 재소자 처지에서 보면 교도관들은 생살여탈권을 쥔 권력자이다. 지금 한국의 교도소에 ‘교도관의 인권’보다 재소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더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인권위가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인력도, 권한도 부족하다.

기자명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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