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조종사들은 초고층 제2 롯데월드가 들어설 경우 악천후나 기체 고장으로 인한 충돌 위험성이 크다고 말한다. 오른쪽은 2002년 김해공항 인근 돛대산과 충돌해 129명이 사망한 중국 민항기 사고 현장. 왼쪽은 2005년 비상 착륙 중 공항 인근 아파트와 충돌해 200명이 사망한 이란 여객기 사고 장면.

현역 공군 조종사와 관제사들은 잠실 초고층 제2 롯데월드 신축을 크게 걱정한다. 이는 2007년 2월27일 국토부(당시 건교부)가 이들을 상대로 실시해 보관해오던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한나라당 국방위 유승민 의원실에서 확보하면서 확인됐다. 당시 건교부는 경제 논리를 앞세워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 허용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군과 민간 조종사, 관제사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건교부는 이 설문조사 배경에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은 고용 증대, 국내 경제 활성화, 세계적 관광 명소 조성, 국가 이미지 제고 등 국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조사 목적이 사실상 ‘허용’ 쪽 답변을 유도하는 데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그럼에도 조사에 응한 현역 군 조종사 133명과 관제사 34명 대다수가 항공 안전을 이유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적극 반대했다.
우선 ‘제2 롯데월드 건물과 항공기가 충돌할 위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군 조종사의 75%, 군 관제사의 85%가 각각 ‘그렇다’고 답했다. 또 ‘조종사의 이착륙이 위험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군 조종사의 80%, 군 관제사의 85%가 각각  ‘그렇다’고 답해 심각한 염려를 표했다.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이 군 관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맹점 발생으로 인한 충돌 위험이 있다는 의견도 52%나 나왔다. 이들은 주로 초고층 빌딩의 태양광 반사와 야간 조명이 이착륙을 방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시계 비행시 스트레스와 조종사가 초고층 건물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다른 장애물을 인지할 수 없게 되어 비행 착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조사에서 군 조종사의 48%는 ‘그동안 초고층 건물이나 지상 장애물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거나 관제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의 저고도 위험 비행 경험 시기는 2000년 이전이 14%, 2000년 이후가 47%였다. 또 고층 건물로 인한 비행 불편 경험에 대해서 24%의 군 조종사가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군 조종사와 관제사 가운데 압도적 다수인 88%는 초고층 건물이 비행 관제에 ‘블라인드 에어리어’(맹점 지대)를 만들어 충돌 위험을 초래하리라는 점을 가장 걱정했다.

초고층 건물로 인한 비행 착각 발생이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자는 70%였다. 시계 비행을 할 때 초고층 건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착륙 비행 조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답변은 50%였다. 계기 비행을 할 경우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82%에 이르러, 우려 정도가 훨씬 높았다.
 조사의 최종 목적에 해당하는 문항이라 할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 찬반’ 질문에는 군 조종사의 86%가 ‘항공 안전상 건축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나머지 11%는 ‘안전 보강 조처’를 전제로 조건부 찬성을 했고, 극소수인 3%만이 안전상 문제 없으니 건축을 허용해도 된다고 답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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