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이 어떤가. 북한 측이 미사일을 원래 있던 위치에서 발사가 가능한 장소로 이동하고 있는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언제부터 발사가 가능한가. 예전에는 장소 이동 후 두세 달 경과한 시점에 발사했다. 서두른다면 빨라질 수는 있지만, 과거의 사례가 그렇다. 그러나 옮긴다고 반드시 쏘는 것은 아니고 시위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서해북방한계선(NLL)이나 북한 내부에 다른 특이 사항은 없나. 다른 특이 사항은 없다.
정부가 로키(low-key)로 대응한다고 한 뜻은 뭔가. 지금 정부의 진의는 북한이 저렇게 긴장을 조성하고 강경하게 나온다고 해서 우리도 같이 압박하고 남북 관계를 악화일로로 치닫게 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북한이 지금 원하는 남북관계가 과거의 사고방식에 국한된 것이지, 진정으로 한반도의 신뢰를 구축하고 남북한이 함께 발전하는 문제에 아직 눈을 뜨지 않은 것 같다.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되고 열린 남북 관계로 가야 한다. (이러한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을 할 뿐만 아니라 그런 필요성을 절감하고 또 그 길만이 남북 관계의 갈 길이라는 것을 북한이 깨닫기까지 인내를 하고 일관된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 시점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그것을 촉진하기 위해서 조율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한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라는 말이 바로 그런 뜻인가? 기다린다고 해서 우리가 앉아서 쳐다만 본다는 게 아니다.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물 샐 틈 없는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가운데 그러면서도 열린 자세로 언제든 대화에 응해서 협력할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대화 창구를 만들고,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협의하고, 그러면서 북핵 문제와 경협의 제도화를 함께 해나가는, 그런 논의를 할 준비가 언제든지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그 전에 우리가 줘야 할 것을 다 주겠다고 하면서 시작하면 결국 과거의 남북 관계에 안주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고 그들도 상생할 수 있는 남북 관계를 설명하고 그 길로 북한이 나오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 기다리고 인내하는 과정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북한이 새로운 남북 관계에 대해 눈을 떠야 한다는 것인데, 북한이 어떻게 변하기를 바라나. 세 가지로 나누어 얘기할 수 있다. 인도적 부분은 인도적 차원에서 정치색을 띠지 않고 협력하자는 것이다. 나이가 드신 이산가족 분들을 서로 만나게 해준다든지, 아니면 비료·납북자·국군 포로 문제의 인도적 개선책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협의까지 정치적으로 보면서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다음에 남북 경협이 잘되려면 예측 가능한 제도화가 하나씩 돼야 한다. 일명 3통(통행·통신·통상) 같은 것으로 시작되는 것인데, 그런 법적·제도적 장치가 하나씩 갖춰지지 않으면 기업가들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들어가도 불안해하고 다시 나온다. 그런 협의를 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경협만 하자는 것은 6·15와 10·4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
세 번째는 북핵 문제다. ‘고농축 우라늄과 핵탄두 얘기는 꺼내지도 말고, 검증 계획은 모호하게 끝내고, 일단 중유 100만t을 빨리 받으면서 불능화를 끝내고 얼버무리자’는 식이면,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믿고 경협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비핵·개방·3000을 체제 협박용이라고 매도하지 말았으면 한다. 핵 문제의 진전과 경협의 제도화는 결국 서로 믿는 가운데 남북 경협을 제대로 하기 위한 조건인데, 너무 피해 의식을 가지고 우리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려고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와 지도자에 대한 중상과 비방부터 중단하는 것이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