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 브루스 스프링스틴 〈Magic〉

 

 

 

 

 

 

 

 

 

 

 

미국의 뮤지션 중에는 유독 민주당 지지자가 많다. 좀 깨어 있겠거니 싶은 이들은 어김없이 그렇다. 미국 록의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그런 민주당 지지 세력 중에서도 핵심 존재다. 1975년 발표한 3집 〈Born To Run〉으로 미국 노동자 계급의 일상을 걸걸한 목소리로 더없이 힘차게 노래한 이래, 그는 점차 사라져가는 록의 양심을 지금껏 지켜온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아올 분위기다. 지난 앨범 〈Devils And Dust〉로 재선 패배의 무력감을 포크로 소회했던 ‘보스’도 다시 힘이 났나 보다. 이 중년의 로커는 새 앨범 〈Magic〉으로 그의 정치적 소신을 향해 다시 박차를 가한다. 미국의 건강한 시민사회를 상징하는 듯 약동하는 기타에 노동자의 구릿빛 피부 같은 목소리가 뿜어나온다. 첫 곡 ‘Radio Nowhere’는 심지어, 이제 갓 데뷔 앨범을 발매한 신인 밴드의 노래처럼 들린다. 더없이 싱싱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뒤를 잇는 열 곡의 노래에서도 그런 에너지는 고갈되지 않는다. 파릇파릇하게 관록을 쌓아온, 순수한 의미의 마초가 계속 심장을 두드린다. 세상의 어두운 곳에 대한 직시, 더 좋은 세상에 대한 열망이 그의 심장을 계속 뛰게 했을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가 확정되는 날, 그가 무대에서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전시 / 푸른 대양·청춘의 개화전
10월31일~11월18일
갤러리 벨벳 02-736-7023
심여화랑 02-739-7518
갤러리 175 02-720-9282


 

 

 

 

 

 

 

 

서울 인사동과 안국동을 연결하는 횡단보도 바로 앞 갤러리 175와 사간동 골목에 있는 심여화랑, 그리고 삼청동 주택가에 위치한 갤러리 벨벳. 이렇게 서울시내 미술 거리를 한 축으로 연결할 수 있는 갤러리 세 곳에서 〈푸른 대양·청춘의 개화〉(Blue Ocean·The Blossom of Youth)라는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비평가이자 독립 큐레이터인 강수미가 기획한 이 전시는 제목 그대로 새파랗게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준다. 강수미가 직접 선정한 ‘무명 작가’ 23명의 작품은, 이전투구처럼 천박한 미술 시장의 경쟁에 아직 물들지 않은 무공해 작품이다. 그래서 오히려 가장 싱싱하고 신선한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 모습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불현듯, 단군 이래 미술계의 최대 스캔들 메이커 신정아가 떠오른다. 그녀의 직업은 재벌 사모님이 운영하는 미술관의 큐레이터였다. 성공한 고학력 전문직 여성의 표상처럼 ‘잘못’ 알려진 직업 말이다. 하지만 그 실상은 180도 다르다. 큐레이터는 화려하거나 고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보수가 많거나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신정아 같은 큐레이터만 있는 게 아니다. 강수미처럼 맨땅에 헤딩하면서도 의미 있는 기획과 가치를 생산하고자 투쟁하는 독립군이 적지 않다.

이준희 (월간 미술 기자)

 

연극 /  노트르담 드 파리
10월23일~11월11일 김해 문화의전당 마루홀
11월30일~12월9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2008년 1월18일~2월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흐릿한 그물막 너머로 벽 속의 그림자가 양각되어 깨어나는 것처럼 거대한 벽을 기어다니는 사람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첫 장면은 시간 속에 묻혀진 사연들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시작한다.
프랑스 대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한국 배우들에 의해 김해에서 공연되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400만명이 관람하고 1100만 장의 OST를 판매하는 등 프랑스에서 대형 뮤지컬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공연해 프랑스 뮤지컬 열풍을 몰고 왔다.
2005년, 2006년 해외 투어 공연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 배우들이 우리말로 노래한다. 아름다운 노래, 상징적이면서 간결한 무대와 조명, 역동적이면서 화려한 안무가 돋보인다. 물론 이 작품은 원작의 아우라를 온전히 복원하지는 못했다. 특히 프랑스어가 주는 뉘앙스와 음악성은 한국어 가사에서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이 있다. 한국어로 노래하는 15세기 종교가 인간의 본능을 지배하면서 벌어진 비극적 사랑 이야기는 훨씬 선명하게 가슴으로 전해진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연극 /  〈꿈꿔서 미안해〉
10월24일~11월25일
산울림소극장
02-334-5915

 

 

 

 

 

 

 

 

조용하지만 내실 있는 신작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산울림소극장이 올해 개관 22주년을 맞아 내놓은 ‘따로 또 같이’ 시리즈의 여섯 번째 무대이다. 〈꿈꿔서 미안해〉는 극작가 윤대성이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여기에 산울림의 명장 임영웅이 직접 연출을 맡은 데다 배우 가족으로 이름난 전무송·전현아·김진만이 함께 무대에 서서 다시 한번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꿈꿔서 미안해〉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자신의 꿈을 위해 가정을 버린 연극배우가 그로 인해 무거운 짐을 떠맡게 된 아내와 겪는 갈등, 그리고 용서와 사랑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품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배우로 설정되었지만, 극작이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한 작가 스스로의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윤대성은 이 작품을 자신의 아내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사실 연극뿐이랴, 살다 보면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가족의 희생을 요구하게 되는 일이 허다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 작품은 누군가에게 가슴 아픈 공감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고 싶은 이들이라면 기꺼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주연 (객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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