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난장이 미짓〉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다산책방 펴냄

〈꼬마 난장이 미짓〉은 〈리버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의 데뷔작이다. 하여 “팀 보울러의 최신작!”이라는 이 책의 띠지 문구는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개성 강한 인물이 첫 장부터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는다”(뒤 표지)는 〈스쿨 라이브러리언〉의 평가는 전적으로 옳다.

이 소설은 못난 피붙이를 홀대하는 익숙한 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긴장성 발작에 시달리는 동생에게 가하는, 여러 모로 번듯한 데다 이중인격자인 형의 괴롭힘은 거의 린치 수준이다. “네가 엄마를 죽였으니까… 이젠 네 차례야. 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넌 죗값을 치르게 될 거야.” 밤마다 형의 얼굴을 하고 형의 목소리로 찾아오는 악마의 존재에 대해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미짓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아들의 찡그린 미소를 식별하는 아버지마저 까맣게.

미짓(Midget)부터가 난쟁이를 뜻하는 열다섯 살 주인공의 별명이다. 미짓의 본명은 중간에는 동명이인의 이름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를 간과하기 쉽다. 결말에 이르러야 미짓의 본래 이름은 형의 입을 거쳐 확정된다. 미짓은 일견 강풀의 ‘승룡이’를 떠올린다. 원인이 태어나면서 그런 것과 나중에 그런 것의 차이만 있는 미짓과 승룡은 둘 다 바보로 통한다. 하지만 둘은 바보가 아니다. 나는 미짓과 승룡의 캐릭터에 상투적으로 다가서는 것을 경계한다.

“완전하게 그려보고 완전하게 원하고 완전하게 믿어라. 그런 후 네 기적의 요트를 진수대 위에 올려놓으면 그것이 네 삶 속으로 들어올 거야.” 어느 날 미짓은 꿈에 그리던 단일형급 경주용 요트를 얻는다. 이어 자신에게 남다른 ‘힘’이 생겼음을 감지하는데, 그러면서 소설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친숙한 이야기 얼개만큼이나 소설 마무리의 반전은 예상된 수순이다. 하지만 반전의 계기가 색다르다. 초능력에 드리운 그림자에 대한 자각이랄까. 아무튼 이 소설은 수수하다. 환상적인 요소를 차용하면 어디 한 구석이 비어 있기 마련이나, 여기선 앞뒤가 딱 들어맞는다. 그리고 잘 읽힌다. 작가의 10년에 걸친 정련의 결정체라는 점은 우리의 ‘난장이’ 연작과 비슷하다. 또 이 소설은 요트 경기에 대한 실감나는 묘사가 돋보인다.

나는 발작을 한다. 미짓처럼 수시로 그러진 않는다. 지금까지 세 번. 아니, 사흘이다. 먼저 이틀은 정신을 잃었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가냘픈 기억만 있다. 상대적으로 경미했던 세 번째 발작의 기억은 뚜렷하다. 나는 기력은 하나도 없으면서도 “괜찮아, 괜찮아”를 되뇌었다. “여보, 어떡하지 어떡해”를 연발하던 아내의 겁에 질린 목소리를 나는 잊지 못할 거다. 잊지 않을 거다.

기자명 최성일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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