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화 의원실대선 주자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특별검사를 임명해 ‘삼성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위는 ‘삼성 문제’를 질의하는 고진화 의원.

지난 10월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자신 명의의 계좌를 동의 없이 개설해 50억원대로 추정되는 비자금을 조성해 우리 사회 지도층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삼성의 돈이 부적절한 용도로 빠져나간다면 국가 경제에 멍이 드는 일이다. 김 변호사 말대로 삼성이 법을 무시하고 국가기관을 기만했다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시사IN〉은 ‘삼성 문제’와 관련해 대선 후보에게 공개 질의서를 띄웠다.
정동영·권영길·문국현·이인제 후보가 답변을 보내왔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은 바쁜 일정과 여러 이유를 대며 응답하지 않았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동영(이하 정):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다. 특히 법을 잘 아는 검찰 출신 변호사로서 자신이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음을 알고 고백을 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양심에 근거한 내부 고발은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권영길(이하 권):삼성에서 직접 임원으로 근무했던 사람의 양심 고백에도 불구하고 삼성 비자금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다면 심각한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문국현(이하 문):개인의 희생을 무릅쓰고 공익을 위해 내부 비리를 고발한 행위로 평가하고자 한다. 김 변호사가 이 일로 말미암아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인제(이하 이):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다. 개인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벽을 뛰어넘는 데 깊은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정:검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만약 검찰이 수사를 지연하면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서라도 수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권:조성 경위와 사용처를 비롯해 누구의 지시로 이뤄진 것인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와 관계자를 모두 처벌해야 한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을 쥐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구속 수사가 핵심이다. 특검을 도입해 삼성 비자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문:김 변호사의 폭로 내용은 삼성그룹의 ‘차명 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에버랜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인과 증거 조작 사실’ 등이다. 정작 수사에 나서야 할 검찰은 인지수사가 아닌 고소 고발을 기다리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것이 옳다고 보며, 대통령이 특별검사 임명에 협조할 것을 기대한다.

이: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다. 법 앞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근본 문제다. 거대 재벌에도 똑같은 잣대가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이 땅에 희망이 있다.
삼성은 대선 때마다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정: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수수해 ‘차떼기당’으로 전락했다. 참여 정부가 추진한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정치자금제도의 투명화로 정치가 아주 깨끗해졌다. 이제 더 이상 시대에 역행하는 불법 정치자금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권:삼성 비자금은 종양과 같다. 종양의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또다시 삼성 비자금과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온 나라가 흔들릴지 모른다.

문:역대 대선에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선거자금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구조적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이런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이:삼성은 거듭되는 불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빠져나간다는 느낌을 가진 국민이 많다. 검찰 수사가 철저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다. 이번만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엄정한 법 적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삼성으로부터 비자금이나 향응을 받은 적이 있는가?

정:없다.

권:있을 수가 없다. 이번 기회에 모든 대선 후보들이 정치자금과 대선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고 사용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문:전혀 없다.

이:없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 X파일 수사 때에도 검찰이 삼성 비자금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이 삼성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사법 권력과 경제 권력의 유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성역 없이 모든 것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검찰의 명예는 검찰 스스로 지켜가리라 생각한다.

권:구조적 결탁 관계다. 삼성과 검찰의 검은 거래가 구조화되다시피 했다는 것이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문:삼성은 안기부 X파일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재벌 그룹이 부정한 목적을 위해 검찰 핵심 간부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검찰과 삼성은 분골쇄신의 자세로 이 문제를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대다수 국민이 그런 의혹을 가지고 있고, 그 생각에 동의한다.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고 명예회복을 이루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처절한 자기 반성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검찰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정:검찰이 법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

권: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의 핵심은 이건희 회장의 불법 상속 문제이고, 얼마 되지도 않는 지분으로 총수 일가가 거대 기업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는 재벌 체제의 문제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에 대한 조사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문:수사 검사들이 강력히 요구했는데도 검찰 수뇌부에서 소환 조사를 차단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지금은, 법무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누가 무슨 이유로 소환 조사를 막고 있는지 감찰권을 발동해야 할 때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직후 오히려 이회장 소환 조사를 미루기로 한 검찰 수뇌부의 결정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

이:검찰은 형평과 원칙에서 벗어나 편파적이라는 의혹을 자초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규정대로 처리해야 한다.

금산분리법(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재벌의 은행 소유, 특히 삼성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삼성맞춤형’ 법안이라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보나?

정:금산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불과 10년 전에 재벌이 종금사를 소유, 사금고화함으로써 외환위기의 발단이 되었다. 다시 강자만 살아남는 정글 자본주의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번 삼성 비자금 건에서도 보았듯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면 은행이 재벌의 비자금을 숨기는 창고가 될 소지가 있다.

권:금산분리법 폐지가 삼성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삼성맞춤형’ 법안이라는 데 동의한다. 지금도 이렇게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떡값을 돌리는데, 금산분리법마저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금산분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문:재벌의 금융 지배, 특히 은행업 진출에 반대한다. 금산분리법은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하며, 금산분리를 폐지하려는 것은 ‘삼성맞춤형 법안’이라는 의혹을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현재 국내 은행들의 상당 부분이 외국계 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며, 금산분리법은 점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장 폐지하면 본래 취지와 달리 재벌에 대한 특혜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감독 감시 기능을 완벽하게 갖춘 뒤 순리대로 풀어가면 된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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