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부(처음 가본 곳인데 이전에 와본 적이 있다고 느끼거나, 처음 하는 일인데도 전에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현상). 2009년 1월, 우리의 모습, 그리고 주위 풍경은 11년 전과 너무 많이 닮았다. 환율 폭등, 실업대란, 구조조정, 연쇄 도산…. 절망 속의 국민에게 그나마 힘을 주고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스포츠 스타들이 선전하는 모습조차 그때와 참 많이 닮았다.
11년 전 외환 위기 당시 나는 제일은행 홍보부에 근무하면서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으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들의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 일명 〈눈물의 비디오〉(원제 ‘내일을 준비하며’) 제작에 참여했다. 이 비디오는 본래 1997년 12월, 내부용으로 전국 지점장회의에서 상영한 것이다. 이것이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사회 각계에서 요청이 잇달아 학교·기업·관공서·군부대 등에 비디오 1만2000여 개가 배포되는 등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눈물의 비디오〉를 촬영하던 마지막 날이 생각난다. 10년 만의 한파였나. 카메라까지 얼어서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춥던 12월의 어느 날 저녁. 〈눈물의 비디오〉 마지막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구조조정으로 통폐합되는 서울 테헤란로지점의 마지막 영업이 끝나고 꺼지는 지점 간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것을 등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 주인공은 테헤란로지점 이삼억 차장이었다. “차장님, 한번만 다시 찍을게요. 초점이 맞지 않았어요. 죄송합니다.” 난생처음 카메라를 잡아본 카메라맨과 초보 연기자. 외환 위기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어버린 〈눈물의 비디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눈물의 비디오〉 주인공의 죽음
돌이켜보면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떠나는 직원들이 눈이 붓도록 울며 제발 남은 분들이 꼭 지켜달라던 ‘우리’의 제일은행은 외국계 은행이 되었고, “나 원래 출연료 비싼데… 이 비디오 성공하면 한턱 꼭 내라”며 힘든 중에도 웃음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주인공 이삼억 차장은 몇 년 후 과로와 췌장암으로 고인이 되고 말았다. 이 비디오는 내가 은행원에서 홍보 전문가로 진로를 바꾼 결정적 계기이기도 했다.
이제 고통을 훌훌 떨치고 아픔조차 추억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내일을 위해 ‘눈물’이 아닌 ‘희망의 비디오’를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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