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그림
(편집자 주)
지난주 이명박 후보에 이어 이번 주엔 정동영 후보에게 쟁점 이슈 열 가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명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정동영 후보 인터뷰도 서면으로 진행했다.
정동영 후보는 ‘금산분리법 반대’‘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친재벌’적 정책 노선을 밝힌 이명박 후보와 정반대 견해를 밝혔다. 정 후보는 금산분리법이 폐지되면 국내 산업자본이 외국 산업자본처럼 ‘먹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되어야 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는 당분간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이 개정을 바라는 법, 신문방송 겸영과 교차 소유를 금지한 현행 언론관계법의 개정에 대해서도 우호적이었던 이명박 후보와 달리 정 후보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1) 경제 분야

- ‘금산분리법’은 현행처럼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금산분리 정책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건전한 발전, 공정경쟁 원칙의 확립,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는 원칙적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정책이다.

이명박 후보의 주장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단순히 소유하는 것을 넘어 경영에까지 참여하게 하자는 식인데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뉴브리지 캐피탈과 론스타의 예를 들어 우리 산업자본도 은행을 소유하게 하자는 주장인데, 우선 논리상으로 볼 때 뉴브리지 캐피탈과 론스타는 외국의 산업자본 자격으로 국내 은행업에 진출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국내 산업자본에 대한 역차별 운운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둘째, 이들의 행태가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명박 후보는 국내 산업자본도 뉴브리지 캐피탈이나 론스타처럼 국내 은행을 한번 ‘먹은 뒤 튀게’하고 싶은 것인가?

금융의 발전은 좀더 많은 경제주체에게 경제활동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자금을 소수 기득권층으로부터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소유한 누구에게나 이전시킴으로써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금융과 산업의 건전한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 기능을 하는 금산 분리원칙을 두고 이 원칙을 훼손하겠다는 발언을 일삼는 것은 자본주의 공정경쟁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이들 수구 기득권층의 위장 자본주의로부터 건전한 자본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사이비 자본주의자, 사이비 시장주의자로부터 건전한 자본주의, 건전한 시장을 지켜내야 한다. 모두가 함께 뛰는 공정경쟁의 장이 되어야지, 소수 특권층과 소수 재벌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장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건전한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금산분리 원칙은 존중되어야 한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할 정도로 소유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는 금융과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아가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소외된 서민과 신용불량자에게 패자부활전, 재도전의 기회를 주어야지 이들을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 출자총액제한제도 및 재벌 소유지분 구조 관련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깨끗한 부자는 존경받아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촉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하도급 관계도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당분간 유지하되,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폐지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검증해야 한다. 특히 환상형 순환출자의 문제를 해소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 개정된 비정규직법이 문제가 없다고 보는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재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비정규직 보호에 대한 사회제도적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따라서 시행 초기에 개정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제도의 정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기업이 법의 취지를 악용해 무분별하게 외주화하는 것을 막는 한편,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정규직화를 유도할 수 있는 고용지원 장려금이나 세제 혜택을 비롯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후속 조처가 시급히 요청된다. 이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 노·사·정 모두가 공동 협력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유지되어야 한다.

-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나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으나, 최근 이랜드 사태처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오히려 파견회사 직원으로 외주화함으로써,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무력화하는 ‘허점’이 드러났다. 이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당선이 된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경제적 부담을 많이 느끼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제도적·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을 정규화하는 중소기업에는 고용지원 장려금을 지급하거나, 한시적으로(3년 정도 기한으로) 법인세와 4대 보험료를 감면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

2) 언론

-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항이 현행처럼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한나라당과 유력 언론에서는 디지털의 ‘융합(convergence)’ 트렌드를 내세워 신문?방송 겸업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적지 않은 신문들이 케이블 TV 등 공중파를 제외한 채널들을 보유하고 있는 처지에, 공중파 TV에까지 뛰어들겠다는 것은 언론의 민주화와 다양성 제고라는 차원에서 옳지 않다. 더욱이 공중파 채널은 무엇보다도 공공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지금도 편파성과 불공정성을 지적받는 유력 민영언론이 그것을 잘 담보해낼지 걱정스럽다.

- KBS 수신료 인상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27년째 수신료가 2500원인 상황에서 이미 공적 재원의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지 오래되어 진정한 공영방송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KBS, EBS를 고려할 때 수신료 인상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주의 심화에 따라 상업방송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익적 콘텐츠, 공적 기능(재난방송 등)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이 부담하는 형태의 탄탄한 공적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만,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면에서 신중하게 살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공영방송 운영이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지, 경영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할 것이다.

3) 통일

-대통령이 된다면 ‘2007 남북 공동선언’의 8가지 합의 항목을 모두 충실히 계승해서 추진하겠는가?
대부분의 합의사항은 이미 통일부 장관 재직 시에 논의해왔던 사항이고, 정상회담 이전에 밝혔듯이, 서해 평화경제지대 구상, 개성공단 발전 및 추가 공단 조성 등은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것이므로, 누구보다도 책임감을 갖고 이행해갈 자신감이 있다.

- 북한 핵 폐기 문제와 관련해, 핵 폐기의 개념은 어디까지이고, 어떻게 진행되어야 완벽한 핵 폐기라고 보는가?
9·19 공동성명에 나와 있듯이, 모든 핵무기 및 현존하는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포기를 포함한다. 북한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핵무기와 플루토늄을 비롯한 핵물질을 본격적으로 폐기하거나 제3국으로 이전한 상태를 완전한 핵 폐기라고 할 수 있다.

- 현 정부의 NLL 문제에 대한 견해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NLL이 아니라, 서해 평화정착이 핵심이다. NLL 문제의 해법은 1992년에 합의한 남북 불가침 부속합의서 3장 제10조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남과 북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라고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해상 경계선 문제는 충분한 군사적 신뢰 구축이 전제될 때 논의할 수 있는 의제다. 소모적 논란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서해에서 어떻게 평화경제 시대를 열어 가느냐 하는 문제다.

서해는 공동 어로와 해양 생태공원을 만들어 명실상부한 평화의 바다로 만들고, 한강 하구의 친환경적 개발을 통해 서울을 서해로 통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하며, 해주 경제특구와 인천 경제특구를 해상 복합특구로 연계 발전시키고, 해주-개성-인천을 잇는 삼각 경제특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필요성에 대해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합의했고, 양국은 2012년에 이양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군사적 판단을 내린 사안이다. 국가의 신뢰도와 준비 여력 모두를 감안할 때, 양 정부의 합의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비해 한·미 양국 간 미래지향적이며 평화지향적 동맹관계의 재구축을 함께 협의해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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