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0일은 대선 전 50일이 되는 날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50일 동안 각 캠프에서 선거전을 진두지휘할 야전사령관 3인을 만나 대선 전략을 들어보았다.

이번 대선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당락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런 ‘대세’를 반영해 인터뷰 역시 후보의 한계와 맹점에 대한 ‘네거티브 질문’을 주로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정두언 선대위 전략기획총괄팀장을, 정동영 캠프에서는 민병두 선대위 전략기획실장을, 문국현 캠프에서는 김영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만나보았다. 권영길 캠프는 캠프 사정으로 인터뷰에서 빠졌다.

이번 대선은 어떤 게임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이명박 대 반이명박 게임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제 상수다. 국감장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 후보를 공격할 때 보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질문을 한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51 대 49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게 얘기하면 마음은 편하겠지. 과거와 다르다. 차이가 많이 날 수도 있다. 예전과 정치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한나라당의 영남 지지세와 후보의 수도권 지지세가 결합되어 이 후보 지지율을 받치고 있다. 강력한 두 덩어리의 세력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

그래도 저쪽은 두 번이나 승리한 경험이 있다.
어떤 선거도 같은 선거는 없다. 천하의 딕 모리스와 칼 로브도 한 번 통했을 뿐이다.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달라.
세 가지다. 하나, 네거티브 캠페인. 둘, 후보의 안전과 테러 문제. 셋, 후보 본인의 실수다. 특히 네거티브 캠페인이 가장 걱정된다. 범여권은 BBK에 올인하는 분위기인데, 무엇이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대선에서 가장 큰 돌발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후보 유고 시 선거가 그대로 치러진다. 개정안을 냈는데 저쪽에서 반대했다. 후보 유고를 전제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 같다. 웃기는 얘기다.

남북 정상회담 변수는 어느 정도였던 것으로 평가하나?
이제 다 꺼지지 않았나? 북한 변수가 이제 별로 효험이 없는 것 같다.

정동영 후보는 개성공단을 대표 실적으로 부각하는데?
여론조사를 해보면 일반 국민들이 개성공단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지만은 않다.

이명박 후보는 경선에서 이겼지만 ‘당심’에서 패했다. 부담스럽지 않나?
이 후보가 당심에서 졌던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참여 경선 협상을 잘못해서다.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연령대를 안배했어야 했다. 둘은 막판의 검찰 개입으로 부동층이 흔들려서다. 경선과 관련해서는 평가해줄 만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어떤 부분을 평가해줄 만하다는 것인가?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 비주류였다. 이상득·이재오·정두언 말고 이 후보 옆에 누가 있었나? 비주류가 당내 선거에서 이긴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진 것에 대해 누군가 책임은 졌나?
‘후보는 이겼지만 캠프는 졌다’면서 모두 분발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후보가 책임을 묻지 말라고 했다.

그런 결과를 예견한 사람은 있었나?
최시중 고문이 정확히 예견했다. ‘이긴다. 그러나 당심에서 지고 민심에서 이겨서 이긴다’라고 말씀했는데, 맞았다.

현재 구도,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정동영 후보가 되는 것은 예상했나?
예상과 달랐다.

예상은 누구였나?
이해찬 전 총리였다. 노무현 대통령과 DJ가 모두 원하는 후보였으니까. 그런데 노심과 김심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후보가 결정된 후 ‘정동영 후보가 더 쉽다’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
지역적 한계가 있으니까.

범여권의 단일화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어려울 것이다. 일단 이인제와 정동영은 안 될 것이다. 너무 다르니까. 문국현은 어느 정도 떠야지 단일화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인데, 쉽지 않을 것이다.

단일화 대상으로 누구를 더 선호하나?
정동영 후보가 낫다. 정 후보는 한계가 명확하지만 문 후보는 미지수다. 문 후보는 선거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알 수 없는 변수라 달갑지 않다.

이인제 후보는 감안하지 않나?
대선보다 총선이 목적이라고 본인이 이야기하더라. 그러므로 논외다.

정 후보도 20% 넘는 지지도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우려되지 않나?
못 넘으면 심각한 것이지 넘은 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더 두고봐야 한다.

정 후보가 결정되자마자 본인이 직접 나서서 후보 부친의 친일 행적 등을 주장하며 네거티브 캠페인에 나섰다. 왜 그랬나?
타이밍이 중요하니까. 때를 놓치면 효과가 없다. 사실 이 후보도 말렸다. 그러나 그냥 두면 안 되겠다 싶었다. 우리 후보 의혹과 함께 상대 후보 의혹도 함께 실리도록 언론 보도를 유도해야 했다. 저쪽 후보에 대해 문제 제기를 안 하면 우리만 일방적으로 당한다. 이전투구로 비치는 것이 차라리 낫다.

공격수라는 말을 들으면 정치적으로 성장하기에 불리하지 않나?
길게 안 본다. 당장 그 일이 필요하면 할 뿐이다. 많은 것을 생각 안 한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일하면 일이 제대로 안 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 먼저 나섰다.

BBK 김경준씨 국내 송환에 정동영 후보 측근이 개입한 증거물이 있다고 했다. 증거물 제시는 언제 할 것인가?
상대방이 하는 것 봐가면서 해야지. 적절한 ‘타이밍’이 오면 할 것이다.

본인이 직접 나선 것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공격의 ‘사인’을 보낸 것 아닌가? 이후 매섭게 정 후보를 몰아붙이는 것 같던데.
절박함의 표현이라고 본다. 혹은 당과 정권교체에 대한 충성의 표현이라고 본다.

하지만 개중에는 ‘깜도 안 되는 의혹’ 제기도 있는 것 같다. 후보 호적이 늦게 신고되었다고 부친의 준법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나?
여러 사람이 하다 보니까. 어쩌겠나. 그런 사람도 있는 것이지.

상대방도 매섭게 공격하고 있다. 여전히 ‘이명박은 한 방에 간다’고 장담하는데.
지금까지 수십, 수백 방 맞았다. 한두 방 더 맞아도 지장 없다.

아직 당내 정돈이 안 된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나를 지지한 사람이 죄인입니까’ ‘꼭 살아남아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섭섭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언론은 박 전 대표가 우리를 응원하는 백 마디 말보다, 서운함을 토로하는 한마디 말을 강조한다. (경선이 끝난 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고 이미 많은 (친박근혜) 사람이 돕고 있다. 박 전 대표 본인도 수차례 돕겠다고 했다. 이제 일단락되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도 아직 돕지 않고 있다.
내 전화를 안 받으니 만날 수가 없다. 내가 죄인이 된 것 같다.

이회창 전 총재 쪽도 출마설로 시끄러운데.
내가 아는 이 전 총재는 그렇게 가볍게 판단하고 움직일 분이 아니다. 믿는다.

보수 세력 중에서는 이회창 전 총재가 ‘진짜 보수’이고 이명박 후보는 ‘가짜 보수’라고 하던데.
한나라당은 두 차례 대선에서 실패했다. 집토끼만 가지고는 싸움이 안 된다.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 보수만 가지고는 승리할 수 없다. 외연을 넓혀야 한다.

외연을 넓히는 데 심대평 대표가 중요한 연대 대상이 될 것 같다. 연대를 추진하고 있나?
지금처럼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안 된다. 연대가 이뤄지려면 서로 다급해야 한다. 어쨌든 심 대표는 우리에게 중요하고 귀한 존재다.

심 대표는 행정수도를 재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이 후보와 다른 견해이지 않나.
심 대표는 선거 전략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3불정책 폐지’ ‘금산분리법 반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전반적으로 공약이 센 것 같다.
‘이명박답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공약이 너무 ‘친재벌적’ 아닌가?
피상적으로 보면 그럴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진정 서민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위 후보인데 굳이 논쟁을 유발할 필요가 있나?
선거 전략상 필요하다. 반대 없는 공약은 임팩트도 없다. 반대를 두려워하면 찬성도 얻지 못한다.

공약 발표 전에 보통 ‘표 계산’을 해보고 발표하지 않나?
그런 조사를 하지는 않는다. 확신을 가지고 했다. 다만 3불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긴가민가했다. 막상 발표하고 나니 생각보다 여론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 생각이 바뀌었다.

정 의원은 세 번이나 음반을 낸 엄연한 가수다. 동료 연예인이 캠페인을 좀 도와주나?
설운도·이봉원·정한용 등이 도와주고 있다. 큰 힘이 된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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