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유진규 지음, 김영사 펴냄

홍적세에 살았던 우리 조상은 매일 마라톤 코스에 대항하는 거리를 걸었다. 오늘날 인류의 유전자는 석기시대 조상과 다를 바 없지만 하루에 걸어다니는 거리는 1km를 넘지 못한다. 페달보트로 대서양을 횡단하기 위해 훈련 중인 그레그 콜로지에직은 이렇게 말한다. “유전자 정보가 요구하는 대로 사는 것이 현명한 겁니다.” 콜로지에직은 자전거를 비롯한 인간 동력 교통수단이야말로 운동 부족으로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을 구원할 유일한 방법임을 역설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교외에 사는 데이비드 부처는 페달 발전기를 만들어 매일 30분 운동으로 하루 55와트시(Wh)의 전력을 생산한다. 그는 비교적 큰 전력이 필요 없는 미니콤포넌트·전기면도기·무선전화기·선풍기·로봇청소기·모니터를 이 전력으로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전력량이 아닙니다.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해보면 자기도 모르게 아껴 쓰게 되거든요. 인력 발전을 시작한 이후로 저는 플러그 빼놓기를 생활화하고 있어요.” 지붕에 PV페널을 설치해 태양광발전까지 하는 그의 전기료 고지서의 요금은 ‘$0’.

홍콩의 번화한 금융가 뒤쪽에 자리 잡은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클럽은 회원의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바꾸어 사용하는 곳이다. 회원들이 운동을 하면 운동기구에 내장된 발전기가 전기를 만들어 헬스클럽의 형광등과 모니터를 켜고, 남는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한다.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매일 한 시간씩 인간 동력 운동기구로 운동하면 전기를 18.2㎾ 생산할 수 있고 4380ℓ의 이산화탄소 방출을 막을 수 있다. 서울시민 모두가 그렇게 한다면 화력발전소 1기분 전력인 30만 킬로와트시(㎾h)를 생산할 수 있다.

저자는 간단한 일도 되도록 시끄럽고 스펙터클하게 해치울 수 있어야 고급 제품으로 평가받는 ‘이상한’ 세태를 꼬집는다. 예컨대 구멍에 연필을 넣으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어대는 자동 연필깎이는 저자가 보기에 쓸데없는 물건이다. 인간 동력 비행기 개발자 크리스 로퍼는 말한다. “배터리 없이도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은 도구가 아닐까요? 플러그를 연결하지 않아도, 모터가 없어도 잘 작동하기만 한다면 간편하고 저렴하므로 더 좋은 제품입니다.”

아무데나 플러그를 꽂아대고 세 걸음 이상 거리면 승차하는 ‘에너지 파티’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물론 그렇다고 인간 동력의 시대가 열릴지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저자의 말대로 ‘모든 가정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었던 고에너지 사회는 역사상 단 한 차례의 흥겨운 파티로만 기억될 것’이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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