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Newsis중국 권력 서열 7위로 올라선 리커창 랴오닝성 서기(왼쪽) 앞을 지나는 후진타오 주석(오른쪽).
5년마다 열리는 중국 공산당의 전당대회인 전국대표대회 17차 대회(17전대)가 최근 정치권력의 최고 핵심인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을 선출하고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5년 후에는 과연 누가 지금의 후진타오(胡錦濤·65)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이을 ‘포스트 후 시대’의 지도자가 될지에 벌써부터 국내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다시 재선에 성공한 후진타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5년 후에는 총서기 3연임 금지 규정에 의해 일선에서 완전히 은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이, 아마도 시진핑(習近平·54)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와 리커창(李克强·52) 랴오닝(遼寧)성 서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들을 후계자로 보는 이유는 공산당의 전통과 당의 헌법에 해당하는 당정(黨程)의 규정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최고 지도자인 총서기는 총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에서 선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50대의 젊은 나이로 각각 권력 서열 6위와 7위의 상무위원에 당당하게 선출됐다. 일단 자격이 있는 것이다.

나머지 상무위원들은 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포함해 우방궈(吳邦國·66)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65) 총리, 자칭린(賈慶林·68) 정치협상회의(政協) 주석, 리창춘(李長春·63) 선전 담당 상무위원 등이다. 하지만 이 권력 서열 1~5위의 지도자들은 5년 후에는 일제히 물러난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두 사람 외에는 적임자가 없다는 단언이 가능하다.

또 이들이 일찌감치 후진타오의 후계자로 10여 년 전부터 손꼽혀왔다는 사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리 상무위원의 경우 ‘리틀 후진타오’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미래의 총서기로 계속 주목받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누가 과연 대권 경쟁에서 앞서 있는가 하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답을 내리라면 아무래도 시 상무위원의 손을 들어주는 게 정답일 것 같다. 17전대 개막 직전만 해도 리 상무위원에 비해 지명도에서 떨어져 5년 후 총리나 전인대 상무위원장 후보쯤으로 거론됐으나 17전대 기간 중 급부상해 역전의 계기를 잡았다.

권력 서열이 리 상무위원보다 위라는 사실이 결정적 요인이 될 것 같다. 이는 집단 지도 체제로 움직이는 최고 지도부가 최근의 비밀 회합에서 이미 5년 후의 ‘시진핑 총서기 구도’를 어느 정도 확정해놓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가 통상 총서기로 가는 길목의 직책들인 국가부주석,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당교 교장 등의 자리를 조만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무래도 내년 3월 열릴 11기 전인대에서 차기 총리로 가는 지름길인 상무부총리 자리에 내정된 리 상무위원보다는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시진핑 총서기, 리커창 총리 구도다.

시진핑은 장쩌민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쩡칭훙 국가부주석을 비롯한 당 원로, 군부, 경제계로부터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에서만 앞서는 리 상무위원보다는 실리에서 상당히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리 상무위원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무엇보다 정치 스승인 후진타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중앙 정치 무대에 데뷔하기 전 막강한 조직력으로 유명한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에서 16년을 일한 경험은 더욱 큰 자산일 수 있다. 항상 웃는 데에서 보듯, 적이 없는 스타일·절제된 몸가짐에다 경제학 박사다운  학구적 자세 등이 매력이다. 베이징의 일부 정치 소식통들은 그가 부총리로 일하면서 권토중래할 경우 다시 역전에 성공할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관측한다.

그러나 5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총서기 후계 구도가 불변의 진리마냥 도저히 되돌이키기 어려울 ‘시-리’의 양강 체제로 완전히 굳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그럴듯한 시나리오 역시 없지 않다. 가장 먼저 거론할 수 있는 것이 이들보다 대체로 10세 전후 연상인 나머지 상무위원들의 유고 가능성이다. 이 경우 상무위원회에 진입하지 못한 젊은 정치국원들이 등용될 수 있고 이들이 이렇게 잡은 기회를 최대한 이용해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낸다면 지금의 양강 구도 체제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럴 수 있는 인물들도 몇 명 꼽힌다. 지난 십수년 동안 계속 미래의 총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다 17전대에서 두 후배에게 밀린 보시라이(薄熙來·58) 국무원 상무부장이 우선 먼저 꼽힌다. 랴오닝성 다롄(大連) 시장, 랴오닝성 성장 등으로 일하면서 보여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거의 완성된 것 같은 후계 구도를 흔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게다가 그는 총서기나 총리의 꿈을 포기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너무나 젊다.

ⓒReuters=Newsis권력 서열 6위가 된 시진핑 상하이시 당 서기(위)는 유력한 후진타오 후계자로 꼽힌다.
리위안차오(李源朝·57) 장쑤(江蘇)성 서기 역시 만만치 않다. 공청단 서기, 국무원 문화부 부부장을 역임한 데에서 보듯 군 경력만 없는 다양한 이력을 자랑하는 만큼 능력을 의심받지는 않는다.

왕양(汪洋·52) 충칭(重慶)시 서기는 시 상무위원과 리 상무위원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는 유망주로 손색이 없다. 리커창과 더불어 가장 어린 정치국원이라는 사실이 능력과 인물을 말해준다고 해야 한다.

시 상무위원과 리 상무위원 자신들의 유고나 정치적 변수에 따른 신분의 변화도 반드시 없으라는 법은 없다. 이럴 경우 보, 리, 왕 정치국원 등의 입지는 지금보다 훨씬 넓어지면서 ‘포스트 후 시대’ 후계 구도의 판을 흔들 가능성은 더욱 농후해진다.

그러나 모든 변수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금으로서는 시 상무위원의 행보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아무래도 향후의 후계 구도를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잣대가 아닐까 싶다.

대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포스트 후 시대’의 주인공으로 활약할 그는 당 원로의 자제들을 의미하는 이른바 태자당(太子黨)이다. 전인대 부위원장을 지낸 시중쉰(習仲勳)을 아버지로 두고 있다. 그는 그러나 어린 시절을 별로 행복하게 보내지 못했다.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반당 집단으로 몰려 숙청되면서 16년 동안 옥고를 치른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15살 때에는 문화대혁명의 와중에서 산시(陝西)성으로 하방돼 농민 생활을 하는 고초도 겪었다.

이런 경험은 지금 그의 생활에도 영향을 적지 않게 줬다고 한다. 몸에 배어 있는 근검·절약과 다른 지도자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서민적 친화력을 갖추는 계기가 된 것이다. 명문 칭화(淸華)대 출신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가진 그는 푸젠(福建)성의 샤먼(廈門)시 부시장, 푸젠성 성장, 저장(浙江)성 서기 등을 거쳐 지난 3월 상하이시 서기로 발탁됐다. 중국 국민가수인 부인 펑리위안(彭麗媛ㆍ45)은 그의 대중화에 한몫을 단단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과연 적지 않은 변수가 기다릴 5년이라는 세월을 무사히 버텨내면서 13억 대국의 대권을 차지할 수 있을까?

기자명 베이징=홍순도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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