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가 처음 데뷔했을 때 어쩌면 누군가는 조금 낯선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한껏 웃는 디즈니의 주인공 같은 얼굴이었다. 그 속에서 디오(D.O.)의 얼굴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웃을 때는 밝아 보이지만, 어딘지 불만을 간직한 듯한 눈빛이었다. 퍼포먼스는 열정적이었지만 무대 밖에서는 또 달랐다. 활달하게 농담과 개인기를 던지며 팬과 대중을 공략하기보다 조금 무뚝뚝하거나 시니컬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였다. 내향적인 성격 혹은 불안한 듯이 보이기도 했다.


혹시 아이돌 하기가 싫은가?
그런 그의 배우 커리어는 많은 이를 들썩이게 했다. 아직 데뷔 초기이던 2014년에 선보인 작품은 대형 마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을 그린 영화 〈카트〉였다. 비교적 근작인 〈신과 함께〉에서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저리게 한 이등병 역을 맡았다. 간간이 풋풋한 연기를 선보일 기회도 있었지만 드라마를 포함해 그의 필모그래피는 무겁고 어두운 현실의 그림자를 자주 드리우고 있었다. 게다가 여느 아이돌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밤톨 같은 까까머리로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아지자, 사람들은 슬슬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혹시 아이돌 하기가 싫은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엑소 이외에는 음악 활동도 많지 않았다. 엑소의 메인 보컬인 그다. 또한 SM에 음악적 뿌리를 뻗는 유영진과 듀엣 싱글을 낸 적도 있는, ‘SM 보컬의 적장자’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일견 꾸준히 활동하며 가수로서 성장할 기회가 많을 법하지만, 솔로 음반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영화 〈카트〉에서는 주제곡 ‘외침’을 불렀다. 또한 최근 입대를 앞두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다정한 R&B 곡 ‘괜찮아도 괜찮아’는 얄궂게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어두운 작품 중 하나였던 〈괜찮아 사랑이야〉를 떠올리게도 했다. 알 수 없는 아이돌의 ‘진짜 속내’는 차치하고라도, 보컬리스트로 성장해나가는 아이돌의 전형적인 행보를 그가 밟아오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시사IN 양한모

그러나 어쨌든 디오는 자기 자리를 지켜왔다. 엑소의 멤버인 아이돌로서. 팬들조차 엑소의 초능력 콘셉트를 민망한 과거 이야기 취급하기 시작할 때 그가 ‘12월의 기적’에서 (널 내게 오게 할 수도 없다면) “이 초라한 초능력 이젠 없었으면 좋겠어”라고 가슴 시리게 불러냈듯 말이다. ‘괜찮아도 괜찮아’ 역시 “마음을 숨기는 법”이나 “깊게 상처 난 자리”를 굳이 말하면서 위로를 전한다.

 

그런 목소리의 힘은 그가 연기한 인물들이 그의 안에 조용히 살아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현실에 짓눌리고 세상의 폭력에 시달리는 지금 시대 청춘의 자화상 말이다. 이는 사실 디오의 눈빛이 대중을 매료시킨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불안과 고독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그러나 힘껏 붙들고 있는 듯한 눈빛이기 때문이다. 가수 디오가 청중과 호흡하는 법이자, 아이돌 디오가 완결성을 얻는 방법이다.

기자명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