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원리로 가득하다.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자. 전기, 액정, 터치, 반도체, 인터넷 등에 얽힌 다양한 수학·과학·공학적 원리를 우리는 전부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연구소에서 천재들이 세상을 뒤엎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는, 치열하지만 때로는 비열하고 치졸하고 황당한 천재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사람부터 수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 그리고 컴퓨터공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천재들의 이야기를 귀여운 그림으로 재미있게 풀었다.
이 만화에는 천재가 가득하다. 가령 존 폰 노이만을 보자. 그는 고작 아홉 살에 미적분을 완벽하게 풀었다. 15년 전에 읽은 책도 암송할 만큼 기억력이 좋았으며, 20대가 되자 한 달에 한 편씩 논문을 냈다. 초창기 컴퓨터와 계산 경기를 벌여 이겼다.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도 있다. 천재들은 비상식적이고 쓸데없는 승부욕으로 가득 차 있다. 요한 베르누이라는 수학자는 ‘최단강하곡선’에 관한 문제를 만들어 전 세계 수학자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그는 뉴턴에게 ‘이 문제를 풀지 못할 것’이라고 도발했는데, 퇴근길에 편지를 받은 뉴턴은 다음 날 출근길에 익명의 편지로 완벽한 풀이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베르누이는 “발톱 자국만 봐도 사자임을 알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본편보다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
과학자들 중에서도 사교성이 떨어지던 폴 디랙은 엄한 아버지가 집안에서 프랑스어를 쓰라고 강요하자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너무나 과묵해져서 동료 과학자들이 ‘디랙’을 과묵함의 단위로 사용할 정도였다. 어느 날에는 제자가 수식이 이해가 안 된다며 질문하자 “그건 질문이 아니라 선언이잖아?”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에르되시 팔은 ‘노마드 수학자’였다. 그는 가방 하나만 들고 세계를 유랑하며 살았다. 그는 아무 연락도 없이 다른 수학자의 집을 방문해 공동 연구를 제안하고 그 집에서 먹고 잤다. 논문 한 편을 완성하면 ‘쿨하게’ 다른 수학자의 집으로 떠났다고 한다.
이 외에도 황당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슬픈 사연이 가득하다. 영화로도 나왔던 천재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은 자기가 발견한 수천 개 수학 정리를 노트 네 권에 남겼는데, 종이를 아끼려고 풀이를 적지 않았다. 덕분에 그가 정리한 원리를 알아내려고 아직도 수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단다.
이 책의 묘미는 ‘덤’에 있다. 본편이 끝나면 에피소드 몇 개를 보여주는데 본편보다 더 재밌다. 그림이 귀엽지만 어설픈데, 작가 맹기완이 만화가가 아니라 공대생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연재 당시에 달렸던 댓글을 책에 실은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과학과 공학에 대해 ‘1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만화다. 다만, 천재들의 이야기만 읽다가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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