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배송에도 이름이 붙는다. 하루배송, 당일배송, 총알배송, 로켓배송 여기에 새벽배송까지. ‘배송 중’이라는 세 글자 아래 숨겨진 사람들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이종철 작가의 〈까대기〉는 작가가 6년간 택배사 지점에서 속칭 ‘까대기’ 알바를 하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논픽션 만화다. 까대기란 화물 트럭에서 택배를 내리고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말한다. 지옥의 알바로 악명이 높다. 그래서 시급이 아주 약간 높다. 하지만 〈까대기〉는 그 ‘약간’의 시급에 얼마나 많은 노동이 이자로 부과되어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까대기〉 이종철 지음, 보리 펴냄


첫날, 작가는 트럭 안에 바늘 들어갈 틈도 없이 촘촘히 쌓인 택배를 보고 기겁한다. 화물 트럭 한 대에는 보통 1000개 정도의 택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일 자체는 간단하다. 트럭에 있는 택배를 지역별 배송 차량에 맞춰 분류할 수 있도록 레일 위에 올리면 된다.

말로만 들으면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까대기는 첫째, 무게와의 싸움이다. 옷처럼 가벼운 것도 있지만, 쌀·농산물· 생수에서 가전제품·가구처럼 크고
무거운 택배도 많다. 철 따라 택배도 달라진다. 김치는 택배 알바의 복병이다. 늦가을이 되면 절인 배추가, 다음에는 김장 김치가 몰려온다. 김치가 터지기라도 하면 알바의 멘탈도 함께 터지기 일쑤다.

‘까대기’는 무게, 시간, 환경과의 싸움

둘째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택배의 최우선 가치는 빠른 배송이다. 그래서 택배의 모든 과정은 전부 시간과의 싸움이다. 1000개에 달하는 택배 물량을 최소한 50분 안에 전부 까대기해야 한다. 한 대가 끝나면? 쉴 틈 없이 바로 다음 화물차가 들어온다. 그날 물량을 전부 까대기할 때까지 서너 시간을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여기서 끝인가. 셋째는 환경과의 싸움이다. 누가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아름답다 했나. 대부분 야외에서 이뤄지는 까대기 작업은 한여름 폭염과 한겨울 칼날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다. 비가 오거나 눈이라도 쌓이면 정말 욕이 저절로 나온다.

결국 모든 문제는 돈으로 귀결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택배 건당 수수료는 계속 떨어지고, 소비자의 인내심도 점점 줄어든다. 환경은 계속 열악해진다. 장갑 한 짝, 커피 한 잔에도 쩨쩨해지고, 콩알만큼 조건이 좋아도 당장 옮겨간다.

그럼에도 현장에는 다양한 사연으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든 노동으로 버텨가며 사는지 보고 나면 택배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진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값싸고 빠른 배송은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의 노동으로, 정말 온몸을 다해 때워지고 있는 것이다.

기자명 박성표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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