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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음악가의 날카로운 유머

<토이 스토리> 시리즈 주제가를 부른 랜디 뉴먼은 ‘세상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직설적으로 지적’해온 뮤지션이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7월 12일 금요일 제6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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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4>를 봤다. 랜디 뉴먼의 ‘유브 갓 어 프렌드 인 미(You’ve Got a Friend in Me·넌 나의 친구야)’를 또 들었다. 아,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 노래가 다 있을까. 1995년 <토이 스토리>가 공개됐을 때 나는 랜디 뉴먼이 주제가를 불렀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체 왜?”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이렇다. 랜디 뉴먼은 미국이라는 로컬에서는 유명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따지자면 좀 덜 알려진 축에 속한다. 반면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미국을 넘어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기획된 작품 아닌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랜디 뉴먼은 가사를 경유하지 않고는 그 세계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없는 유의 뮤지션에 속한다. 게다가 그는 노랫말을 통해 ‘냉소적 유머’를 즐기는 것으로 특히 유명했다. 이런 그가 10대와 ‘어른이’가 열광할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불렀다니, 처음 뉴스를 접하고 뜨악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AP Photo
랜디 뉴먼(왼쪽)은 그의 노래 ‘세일 어웨이(Sail Away)’에서 미국 사회에 독설을 퍼부었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엘비스 코스텔로를 떠올리게 한다. 어떤 음악이 크게 히트하면 대중은 대체로 ‘파블로프의 개’가 된다. 엘비스 코스텔로 하면 이제는 ‘쉬(She)’가 자동 연상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미다. 한데 엘비스 코스텔로의 세계는 ‘쉬’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실 그는 펑크 뮤지션이다. 1979년 영국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던 ‘올리버스 아미(Oliver’s Army)’를 들어보면 ‘쉬’가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얼마나 예외적인 케이스였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랜디 뉴먼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그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곡이라 할 ‘세일 어웨이(Sail Away)’는 랜디 뉴먼 특유의 냉소로 가득해서 도리어 사랑받았다. 이 곡에서 그는 자유를 기치로 내건 미국이라는 나라가 결국 조작된 것에 불과하고, 경제적 탐욕 때문에 스스로 함정에 빠져버렸다고 노래했다. 그래서 다음 가사처럼 노예 상인이 노예를 꼬드겨서 미국으로 데려오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랜디 뉴먼은 음악평론가를 싫어했다


“미국에 오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정글을 뛰어다닐 필요도 없고/ 발바닥이 닳을 일도 없지/ 미국인이 된다는 건 참 멋진 거라니까/ 대양을 건너 미국으로 가자고.” 그를 표현할 때 ‘날카로운 유머 감각’이라는 수식이 항상 들러붙는 것도 다 이 곡이 일궈낸 성취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터다. 또 그는 평론가를 싫어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가 남긴 말을 들어본다. “비평가가 뮤지션보다 더 거대해져서는 절대로 안 돼요.”

그렇다. 랜디 뉴먼은 뭐로 보나 좀 삐딱한 음악가였다. 그리하여 랜디 뉴먼의 세계관이 ‘유브 갓 어 프렌드 인 미’를 부를 즈음해서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 거냐고? 나이가 든 만큼 더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게 아니냐고? 에이, 설마 그럴 리가.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 곡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건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근데 대체 뭘 기대한 거예요? 만화 주제가잖아요!”

요즘엔, 이런 어른이 멋져 보인다. 그럴듯한 수사로 멘토를 자처하며 긍정 복음을 전파하던 어른이 이제는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표절 문제로 다시 수면 위에 올라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세계가 이미 망했고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직설적으로 일깨워주는 어른이 백배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랜디 뉴먼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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