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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7월 10일 수요일 제6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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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82년생 여성의 노동시장 실태 분석(2017)>을 읽게 되었다. ‘뼈 때리는’ 숫자들이 가득했다. 심호흡을 하고, 몇 가지만 거칠게 옮겨보자.

첫째, (숙련도가 증가하니 당연하게도) 남성의 임금은 연령에 따라 높아진다. 1970년생이 가장 고임금이다. 그러나 여성의 임금은 갈수록 낮아진다. 둘째, 모든 연령대와 고용 형태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 1982년생 여성은 이전 세대보다 고임금 직업이 많지만, 동일 직업에서도 남성의 임금이 더 높다. 셋째, 남성은 모든 연령에서 정규직이 더 많다. 그러나 1982년생 여성은 70%가, 1970년생 여성은 50%가, 1958년생 여성은 30%만이 정규직이다. 남녀 공히 나이가 들수록 정규직 비율이 감소하지만, 여성의 정규직 감소 추이는 훨씬 가파르다. 그조차도 통계청의 고용조사는 ‘비정규직’에 기간제와 임시일용직만을 집계한 수치다. 경력 단절, 육아·가사 병행 등으로 단시간 근로자의 3분의 2가 여성이고, 사회화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 노동’의 경우 상당수가 파견·용역·호출·가내 노동이거나 특수고용 노동인 현실까지 고려한다면, 누락된 이가 얼마나 많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노동으로 내몰리는 여성들

그 여성들 중에는 ‘아이돌보미’도 포함된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에 방문 육아를 하는 국책사업인데, 국가(여성가족부)가 지정한 기관(센터)에 채용되어 신청 가정에 가서 업무를 수행한다. 아이돌보미들은 국가의 복지체계 아래 있지만 예산 절감 때문에 최저시급에 가까운 저임금을 받고, 개인사업자로 포장되어 법정수당(연장·야간·휴일 근로, 주휴·연차 수당)에서 제외되는 등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윤현지

아이돌보미들은 국가(센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했으나, 최근 2심은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국가는 이들을 단순 서비스 연계자이고, 인력 풀에 있는 아이돌보미들이 서비스 제공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현재 이 소송은 대법원 상고를 앞두고 있다.

여성들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노동으로 내몰린다. 고학력 전문직 여성 노동자로서 유연한 근무를 하는 그룹도 있지만, 처우가 열악하고 일거리도 불안정한 노동의 경우 정규 노동으로 편입되지 못한 여성 노동자가 상대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생계 차원에서 비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직업일 확률이 더 크다. 사용자가 고용관계 책임을 회피하려고 노동계약 대신 위탁계약서를 내밀더라도 거부하기 어렵다. 아이돌보미가 가진 자율성이라곤 매월 25일 다음 달 근무표를 작성해 센터에 제출할 때 근무일을 정하는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조차도 한번 작성되면 센터 승인과 이용 가정의 동의가 있어야 약속된 근무를 변경할 수 있으며, 임의로 근무일을 바꿀 수 없었다. 근로기준법에 선택적 근로시간제(업무의 시작·종료 시각을 노동자의 자유로운 결정에 맡기는 제도), 재량근로시간제(업무 수행 방법을 노동자의 재량에 맡기는 제도)도 도입된 터에 그런 정도의 자율성만으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누가 사용자인가’라는 질문은 누구의 업(業)이냐는 질문을 내포한다. 아이돌봄 사업은 법률과 복지정책에 따라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이다(‘아이돌봄지원법’). 아이돌보미의 업무는 그 사업의 핵심이다. 그런데도 국가가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이 일이 개인의 사적인 영리사업이고 자신은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를 단순 연계하는 ‘인력 알선업체’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뿐만 아니라 공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책임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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