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월19일 부산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어느 정도라도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불법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내리면 국내법과 국제법을 동시에 위반하게 된다.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르면,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한국이 1998년 비준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노동기구(ILO) 제111호 협약은, 고용이나 직업에서 “인종·피부색·성별·종교·정치적 견해·출신국 또는 사회적 출신에 기초하여 행해지는 모든 차별, 배제 또는 우대를 철폐해야 한다”라고 명시해놓았다.

ⓒ연합뉴스4월28일 ‘이주노동자 노동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황교안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 이상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 3개월의 수습 기간에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할 수 있다. 다만, 단순노무의 경우에는 업무 습득 기간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바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의안은 이 같은 ‘수습 규정’을 외국인에게만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언어 능력이나 문화 적응 문제로 외국인 노동자의 업무 습득 기간이 내국인보다 길다는 이유에서다. 농림·축산업 등 특정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자는 법안도 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외국인에게만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는 경우가 있을까. 자국민에게만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외에는 찾기 어려웠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국과 일본, 캐나다가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은 최저임금이 주별로 다르다. 그러나 국적이나 인종에 따라 달리 정하지는 않는다. 일본 외국인 기능실습생(과거 한국의 산업연수생과 유사한 제도)의 경우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줘 차별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그러나 2010년 7월부터는 ‘기초교육 2개월 이후부터는 최저임금 등의 노동법을 일본인과 동일하게 적용’받도록 바뀌었다.

“동일 임금 지급으로 내국인도 함께 보호”

캐나다는 2012년 4월 고용주가 임시직 외국인 노동자에게 ‘해당 업종의 일반적인 임금(최저임금이 아니다)’보다 최대 15%까지 낮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캐나다 최대 은행 RBC가 정규 직원을 해고하고 임시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해당 제도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었다. 결국 1년 만에 차별 제도가 폐지되었다.

 

ⓒ연합뉴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맨 오른쪽)가 6월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역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생산성이 떨어지므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줘야 한다고 중소기업계는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최저임금이 ‘강행 규정’이란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은 법으로 강제하는 최저선의 기준이다. 최저임금 이상을 준다고 전제한 이후 해당 노동자의 생산성에 맞게 임금을 책정하는 식이다. 외국인을 하나의 덩어리로 집단화해 국적이나 인종에 따라 최저임금 자체를 차등화하는 시각은 최저임금의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차별이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 등에 따르면 고용주들이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을 내국인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미 한국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유사한 직업에 종사하는 내국인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심지어 유사한 일을 하는 내국인 노동자와 비교할 때 생산성 차이보다 임금 격차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체류 외국인 및 이민자 노동시장과 정책과제〉 한국노동연구원, 2014). 이규용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지나치게 낮추면 내국인 일자리가 외국인으로 대체될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을 하는 외국인에게 동일한 임금을 보장하는 이유는, 외국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내국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숙식을 제공받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달리 주는 게 더 공평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관해선 두 가지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첫째,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현금으로 주는 숙식비는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될 예정이다. 둘째, 고용노동부는 2017년 2월부터 ‘외국인 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월 통상임금의 20%까지 숙식비로 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서면 동의를 받으면 사전에 공제할 수도 있다. 이미 숙식비 공제의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식사와 숙소의 질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와 인권연구소’의 실태조사 결과, 외국인 노동자들은 숙소에 1인당 월평균 13만8000원을 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숙소 중 55.4%가 장기 거주에 적합하지 않은 임시건물이나 공장 내 숙박공간이었다(〈최저보다 낮은-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

황교안 대표는 ‘외국인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임금을 다르게 받아도 된다고 했다. 이제 이 기여 부분을 살펴보자. 1980년대 후반 이후 이른바 ‘3D 업종’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단순기능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한때 정부는 외국 인력에게 노동자가 아니라 ‘산업연수생’ 신분을 부여해서 활용했다. 이후 임금체불과 인권침해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2007년 ‘고용허가제(중소기업이 일정 기간 외국인을 고용하게 허가해주는 제도)’를 신설해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 기업이 필요로 했기 때문에 국내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게 된 건 아닐까? 이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국내 학계에서는 다양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국인을 대체하는 경향이 강한 업종이 있는가 하면 약한 업종도 있다. 혹은 내국인들이 취업하지 않을 정도로 임금수준이 낮은 업종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덕분에 겨우 버텨나가기도 한다. 이런 업종이 내국인을 고용한다면, 외국인과 한국인의 고용에 보완 관계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황교안 대표의 방안대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으면, 그들이 내국인 노동자를 대체하는 효과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동관 ‘IOM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떤 업종의) 고용주에게 왜 외국인을 쓰는지 물어보면 ‘사람을 구할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고, ‘임금이 낮아서’란 응답이 두 번째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는) 임금이 낮아 사람이 안 오는 일자리에 외국인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작년 외국인이 낸 세금 1조3000억원

 

ⓒ시사IN 포토외국인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숙소는 대체로 열악하다. 위는 경기도에 있는 한 이주노동자 숙소.


또한 황교안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가 세금을 낸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외국인이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이 아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과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외국인 55만8246명은 국세청에 근로소득세 7707억원, 종합소득세 3645억원 등 총 1조3178억원을 신고했다. 관세청은 같은 해 426억원을 국내 외국인에게 징수했다.

‘먹튀’ 논란이 뜨거운 보험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이 많다. 국민건강보험 외국인 전체 가입자의 2017년 재정수지는 2490억원 흑자다. 최근 5년간의 흑자는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연금의 경우, 한국은 해외 여러 나라와 상호주의에 입각한 국제규범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그 나라의 연금법을 적용받으면, 한국 역시 국내의 그 외국 국적자에게 한국의 연금법을 적용해줘야 한다. 이중으로 연금을 납부하거나 가입 기간이 짧아지는 점 등을 보완하기 위한 국제적 약속이다. 만약 일각의 주장대로 외국인에게 연금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한국인도 외국에서 연금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다만 2019년 1월 현재 체류 외국인의 15.8%를 차지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이른바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세금을 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임금 차별로 푸는 것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역시 한국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고용되었으며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 최저임금 등 노동법 적용을 이미 받지 못하고 있는 점, 무엇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도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점 등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과)는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 혐오가 확산되는 과정을 보면 정치인이 건드리기 시작할 때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할 수 없지만, 야당의 중요한 지도자가 이주노동자 차별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에는 (황 대표) 본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가능하지 않은 외국인 임금 차등을 주장했지만, 향후 임금뿐 아니라 교육이나 복지 등에서 이주노동자를 차별적으로 대우해도 된다는 인식이 사회에 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위험한) 징후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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