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Mnet)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은 아이돌 연습생들이 주인공이지만, 가끔 게스트로 출연한 연예인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5월24일 방송의 수혜자는 뜻밖에도 몬스타엑스의 주헌이었다. 일일 랩 트레이너로 출연한 그는 세븐틴의 노래 ‘박수’ 무대를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아직은 큰 무대가 어색한 함원진 연습생에게 그는 관객 호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라이브에서는 크고 당당한 목소리로 외쳐야 한다며 ‘박수’의 선창 부분을 반복해서 코칭했다. 이 모습은 밈(meme)이 되어 수많은 합성 유머 영상을 만들어냈다. 새 별명도 얻었다. ‘박수쌤.’

그는 ‘박수쌤’ 이전에도 ‘선생님’으로 유명했다. 데뷔 전부터도 남을 잘 가르치기로 소문이 나서 여기저기 다른 연습생들의 트레이닝을 도와주러 다녔다고 한다. 〈프로듀스 X 101〉 방송에서 보여준 예리한 모습도 실은 이런 배경에서 나올 수 있었다.

주헌은 학생들이 우러러볼 만한 지식과 실력을 갖추었다. 먼저 능력이 출중한 아티스트다. 데뷔 전부터 이미 작곡가로 여러 가수의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고, 몬스타엑스 앨범에도 프로듀서로 참여해왔다. 메인 래퍼로서 훌륭한 랩을 들려줌은 물론 춤과 노래도 수준급이다. 특히 지난해 말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하며 부른 브루노 마스의 ‘베르사체 온 더 플로어(Versace on the Floor)’ 무대는 ‘흔한 래퍼의 노래 실력’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널리 사랑받았다. 한때 같은 소속사에 매드클라운 등 힙합 가수들이 함께했던 것을 보면 아예 힙합 가수로 데뷔할 법도 했을 텐데, 아이돌로 데뷔한 것을 보면 노래도 춤도 잘하는 자신의 능력치를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시사IN 양한모

뭐니 뭐니 해도 선생님으로서 주헌의 강점은 능숙한 대인 기술이다. 아무리 예리한 분석력을 지녔더라도 학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소용없을 것이다. 주헌은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자세가 특징이다. 이것이 그를 좋은 트레이너이자 협업가로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다.

2016년 출연한 JTBC 〈힙합의 민족〉은 주헌의 이런 면모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평균연령 65세의 시니어 여성 연예인과 젊은 힙합 가수가 한 명씩 짝을 이루어 미션 무대를 꾸미는 이 방송에서, 주헌은 연기자 김영옥과 한 팀이 되었다. 힙합 공연이 생소할 김영옥이 직접 안무를 짜도록 돕고, 연습 때마다 그를 위해 큼직한 글자로 가사를 적어서 들고 오곤 했다. 57년의 나이 차가 무색하도록, 두 사람은 ‘할미새’ ‘거북선 Remix’ 등 다수의 레전드 무대를 만들며 호평받았다. 나이를 가리지 않는 사회성은 어린이들에게도 통했다. 2017년 몬스타엑스 멤버들과 함께 출연한 JTBC2 〈몬스타엑스레이〉의 유치원 일일 교사 체험에서는 ‘꿀 선생님’이라 불리며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어린이들 앞에 나서서 주의를 집중시키거나 식사 과정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은 경험자의 그것이었다. 과거 봉사활동을 다니며 어린이와 많이 만나봤다고 한다.

현직 아이돌에게 원숙한 선생님이라는 평가가 붙기란 쉽지 않다. 주헌은 지금도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는 케이팝 최전방의 플레이어이자, 타인의 포텐셜을 이끌어낼 줄 아는 명민한 트레이너다. 이런 특이함은 그의 가까운, 그리고 먼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기자명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