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2013년 8월14일 벌어진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물론 허구가 가미됐다. 영화에서 ‘대형 로펌에 갓 입사한’ 신출내기 변호사 정엽(이동휘)의 실제 모델인 이명숙 변호사(56·법률사무소 나우리)는 사건 당시 23년차의 베테랑이었다. ‘성공만이 인생의 목표일 뿐 주변에는 무관심’한 정엽과 달리 그는 ‘아동학대와 여성 문제’에 천착해온 변호사다. 칠곡 아동학대 사건도 울산 계모 살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됐다. 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 아이의 고모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열두 살인 언니가 여덟 살짜리 동생을 살해했다고 자백해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데 좀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의붓어머니의 소행으로 의심되었다. 이미 수차례 아동학대 신고로 조사받은 전력도 있었다. 숨진 아이는 장기가 파열되어 배가 부풀어 올랐고 온몸에 학대받은 상처가 있었다. 당시 열두 살이던 언니는 “장난감 때문에 동생과 다투다 주먹으로 다섯 번 때리고 발로 차 살해했다”라며 엄마 아빠는 무관하다고 자백했다. 아이를 친아빠로부터 떼어놓는 게 급선무였다. 친아빠의 협박에서 벗어나자 아이가 비로소 고모에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변호사는 경북대병원 소아정신과 정운선 교수에게 상담을 의뢰해 아이의 증언을 녹음해줄 것을 부탁했다. 결국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 의붓엄마는 상해치사죄로 처벌받았다.
칠곡 아동학대 사건은 울산 계모 사건과 함께 여성 변호인 350여 명이 공동 변호사로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4년 1월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에 취임한 이 변호사의 호소에 여성 변호인들이 적극 호응한 덕분이다. 이 사건은 울산 사건과 함께 2013년 12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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