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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지식인의 천의무봉한 안목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2019년 06월 25일 화요일 제6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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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정본 택리지>(이하 <택리지>)를 얼마 전에 구했다. 그대로 책 속에 빠져들었다. 국토의 반쪽에서 태어나 인연을 맺었던 여러 지역이 18세기 지식인의 인문지리적 안목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지켜보는 것은 색다른 지적 체험이었다. 북녘 산하에 대한 묘사는 마치 꿈길을 걷는 것 같았다. 대동강 연광정, 청류벽, 부벽루… 지명 자체가 아름다운 시어다.

몇 년 전 한 모임에서 중국 랴오닝성의 이우뤼산(의무려산) 일대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 이우뤼산이 한반도의 진산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의아하게 여겼다. 그런데 <택리지>의 설명에 따르면 쿤룬산(곤륜산)의 한 줄기가 이우뤼산이 되었고, 이 산의 산줄기가 랴오둥 벌판을 지나 백두산으로 솟구쳤다는 것이다. 산줄기가 연결되었다는 얘기가 진산으로 잘못 전해진 듯하다.

우리 국토의 서쪽 경계가 청석령(중국 랴오닝성의 봉황성과 랴오양 사이)이었고 북쪽 경계는 두만강 넘어 700리 선춘령이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우리 옛 강역에 대한 인식이 어디서 비롯되었나 궁금했는데 의문이 풀렸다.

<택리지>는 처가의 사화로 벼슬길이 막힌 이중환 선생이 조선 팔도에서 자신처럼 불우한 사대부들이 거처할 만한 거주지를 소개할 목적으로 지었다고 한다. 원래의 책 이름도 <사대부가거처>였다. 실용서에 머무르기엔 선생의 재주가 차고 넘쳤다. 단순한 거주지 안내서를 넘어 조선 팔도의 지리와 경제, 명승과 고적, 인물과 설화를 종합적으로 담은 종합 인문지리서이자 최고의 국토 여행 안내서가 된 것이다.

1751년 이 책이 홀연히 등장한 이래 약 200개 이본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250여 년간 이 책을 능가할 인문지리서가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 국토의 지리와 자연을 넓고 큰 시각으로 보게 한 선구적 저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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