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영화를 본 많은 전문가와 관객들이 분석을 시도한다. 좋은 일이다. 나도 영화를 보았다. 영화 자체에 대한 감상과 비평은 차고 넘치니, 나는 〈기생충〉 포스터에 대해 말하고 싶다.

〈기생충〉 포스터는 영화감독 겸 디자이너인 김상만의 작품인데, 상당히 인상적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영화에 관해 모르더라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내용은 간단하다. 공들여 만들었다는 박 사장의 저택 세트 마당에 여섯 사람이 있다. 송강호는 운전기사 차림의 검은 옷을 입고 수직적인 자세로 서 있다. 최우식은 수석을 들고 반쯤 열린 문 앞에 있다. 이선균과 조여정은 야외용 소파 베드에서 포도주 잔을 들고 있다. 그들의 아들은 인디언 복장으로 집 안에 있고, 마지막으로 마당에 누운 여자의 다리가 보인다.

모든 등장인물의 눈은 가려져 있다. 강력한 호기심을 자아내는 장치의 하나이다. 자세는 모두 정면을 보고 있지만 정확한 시선의 방향을 알 수 없고, 동시에 그들을 범죄자나 신원을 일부 감춰야 하는 사람들로 느껴지게 한다. 즉 분명한 것은 없으나 뭔가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졌다는 것을 상상케 한다.
 


이 사진은 이른바 만들어진 사진, 메이킹 포토(Making Photo)의 일종이며 분위기는 포스트모던하다. 실제로 연출 사진 혹은 메이킹 포토는 사진계에서는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이 사진이 여러 장의 사진을 몽타주해서 만들어졌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우선 인물과 사물에 따라 빛의 방향이 다르다. 이선균과 조여정이 누워 있는 의자 베드와 여자의 다리에는 빛이 거의 수직으로 떨어진다. 최우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송강호의 그림자는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물론 여기에 심오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조형적으로 송강호의 그림자가 오른쪽으로 빠져야 전체적인 균형이 맞고 포스터 자체가 확장되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배경인 건물을 포함해 수직선과 수평선이 지배적인 가운데 사선으로 누운 자세는 이선균·조여정 부부뿐이다.

다양한 해석 가능한 영화 포스터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색채다. 소나기가 내린 다음 말끔해진 대기를 보여주듯이 투명한 푸른빛이 포스터 전체를 지배한다. 녹색 잔디밭은 파티와 죽음, 인디언 천막이 있던 아이의 은신처이자 수목장의 장소로 결정적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다. 눈부신 햇빛 속에 알록달록한 비닐 공, 포도주 잔, 값비싸 보이는 로퍼가 잔디 위에 놓여 있다. 이 색들은 송강호가 입은 검은색 옷, 거기서 벌어진 사건과 대비된다. 물론 이는 영화를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긴 하다.

이 포스터는 대부분의 한국 영화 포스터와 달리 영화 내용을 직접적으로 담고 있지는 않다.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전해줄 뿐이다. 포스터도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아마도 ‘열린 예술작품’의 구조를 빌려오고 있어서일 테다. 의미는 애매모호하고 더욱더 분석해보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기자명 강홍구 (사진가·고은사진미술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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