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은 분명 우리 시대 명배우다. 〈나이트메어〉로 데뷔해 〈가위 손〉으로 인정받고 〈에드 우드〉로 골든글로브 상을 받았다. 그런데 〈론 레인저〉 이후 최악의 영화와 배우를 선정하는 골든 라즈베리 남우주연상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런 조니 뎁이 내년에 개봉하는 아주 특별한 영화를 찍고 있다. 사진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휴머니즘 사진의 대명사 유진 스미스 역을 맡았다. 사실 그렇게 많은 영화 속 직업인 중에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하는 게 사진가다. 그 유명한 로버트 카파도 헤밍웨이를 다룬 영화에서 스치듯 등장할 정도니 말이다. 이번에 조니 뎁이 연기하는 유진 스미스는 당당히 주인공이다. 영화 제목은 〈미나마타〉이다.
미나마타는 일본 구마모토 현의 작은 어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이곳에 신일본질소회사라는 기업이 들어와 비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칫소사’로 더 알려진 기업이다. 이들은 식민지 조선의 함흥에서 질소와 화약뿐 아니라 수력발전소까지 운영하며 조선 민중들의 고혈을 빨았다. 이 회사는 당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이었다. 칫소사는 함흥에서 개발한 특수한 공법으로 비료를 대량생산했고 곧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그리고 바다를 수은과 카드뮴으로 오염시켰다. 바로 환경오염 질환의 대명사 ‘미나마타병’의 기원이다. 1956년 호소카와 하지메 박사가 처음으로 이 질병을 당국에 보고한 후 1959년 2265명의 피해자가 집계됐고 1784명이 숨졌다. 1만명이 비공식적으로 피해자로 등록됐다. 칫소사와 일본 정부는 이 피해를 덮는 데 급급했다. 주민들은 분노했다. 1972년 일본을 방문했던 유진 스미스와 그의 일본인 아내 에일린 스미스는 이 소식을 듣고 미나마타에서 기록 사진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스미스, 야쿠자에게 폭행당해 실명
그 사진 중에서는 우리가, 아니 전 세계가 아는 피해자 도모코와 어머니의 사진이 있다. 어느 날 칫소사 앞에서 주민들의 집회가 있었고 이를 취재하던 스미스는 구사대로 위장한 야쿠자에게 척추를 폭행당해 한쪽 눈을 실명했다. 그로부터 6년 뒤 후유증에 시달리던 스미스는 죽었고, 2004년 일본 대법원인 최고재판소는 이 모든 것의 책임이 국가와 기업에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주민들은 발병에서 최종 승소까지 45년에 걸친 지루하고도 고통스러운 싸움을 벌였다.
올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던 국내 회사들의 경영진들이 구속됐다. 2011년부터 기괴한 폐질환으로 사람들이 줄줄이 사망했던 사건 때문이다. 지금까지 239명이 죽고 1528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800만명이 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 최악의 화학 참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는 사정은 어떤가? 아직도 기업은 은폐와 부정으로 일관하며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 법원에서도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단 한 건도 없다. 어쩌면 유진 스미스를 소환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중의 무관심 속에 피해자들의 폐는 굳어가고 있다. 우리 시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사회적 책무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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