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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신간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6월 14일 금요일 제6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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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딸들에게 해줘야 할 말들
멜리사 벤 지음, 정해영 옮김, 오월의봄 펴냄

“나는 모든 진보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우리 자신과 딸들에게 상기시켜줄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아동복을 파는 백화점 매장 안에는 ‘어린이용’ 화장대가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여덟 살 아이가 관심을 보이자 직원은 무해한 성분을 강조하며 발라보라고 권유하기까지 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의 옷을 애써 고르고 있던 나는 벌컥 화를 낼 뻔했다.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과 문제점을 일일이 설명하며 피곤함을 감수할 것인가, 체념할 것인가. 대개 후자를 택하게 된다. 지금은 이야기해도 모를 거라고,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깨닫는 행운을 만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자기합리화하게 된다. 견고한 성별 고정관념 앞에서 무력함을 경험한 어른이라면 일단 책 제목에 자연스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으리라. 저자가 기성세대로서 가졌던 책임과 진심이 묵직하게 담겨 있다.



앤티크 수집 미학
박영택 지음, 마음산책 펴냄

“오랜 세월 살아남아 내게 온 것들이 내는 소리에 신중하게 귀 기울여보라.”


이 책을 보고 처음 떠올린 책은 야나기 무네요시의 <수집 이야기>였다. 저자 또한 <수집 이야기>를 거듭 읽었다고 밝힌다. ‘가난하니까 민예품이나 사 모은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야나기 무네요시는 탁월한 안목으로 수집을 통해 미의식을 재발견했고 나중에 그의 수집품은 수집가들의 기준점이 되었다. 그는 바람직한 수집은 또 하나의 창작이라고 해석했다.
좋은 것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알아보는 눈,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볼 수 있는 눈, 미술평론을 하는 저자에게 필요한 안목이다. 그런 안목을 기르는 가장 빠른 길은 그런 것에 지갑을 여는 일. 저자는 고미술품과 골동품 수집을 통해 조형에 대한 안목을 기르고 한국의 미에 눈을 뜨며 선조의 삶과 문화를 체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민지형 지음, 나비클럽 펴냄

“나한테 지난번에 그런 말 했던 거 기억나? 세상을 바꾸려고 하면서 남자 한 명을 못 바꾸겠냐고.”

‘1인칭 한국 남자 시점’의 페미니즘 소설이다.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같은 표현처럼 어색하다. 그간 페미니즘 소설로 꼽혀왔던 <현남 오빠에게>(다산책방, 2017)가 1인칭 여성의 시점에서 한국 남성을 썼다면, 이 책은 반대다. ‘메갈은 여자 일베’라는 생각을 가진 주인공이 스스로를 ‘메갈’이라고 부르는 페미니스트 애인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담았다. 주인공의 독백에서 한국 남자의 생각이 가감 없이 전해지다 보니 페미니즘 소설이 맞나 싶다. 모두 다 작가의 큰 그림이다. 민지형 작가는 트위터에서 “채만식의 <치숙>에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독립운동을 하는 치숙을 친일파 조카 1인칭의 시점으로 쓴 풍자소설이다. 때로 거꾸로 보면 현실이 더 잘 드러난다.



스킨 인 더 게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원호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타인이 나에게 좋은 일이라고 먼저 제안한 일은 언제나 타인에게 좋은 일이었다.”


재미있는 놀이(Game)를 하려면 살갗(Skin)이 까지는 위험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은 ‘아픔을 통해 배운다’는 의미로 “유기체들이 진정한 의미의 학습을 하는 방식”이다. 나심 탈레브에 따르면, 세계의 상당수 위기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은 ‘이익만 챙기고 책임과 리스크는 대중에게 돌리는 권력자와 지식인’이다. 천문학적인 보수를 챙기며 위험한 거래에 대중의 돈을 던져 넣었다가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자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보너스까지 챙겨 달아난 은행가들이 대표적 사례다. 저자는 ‘행동과 책임의 불균형’이 다시 거대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와 함께하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장재연 지음, 동아시아 펴냄

“오늘날 미세먼지를 설명하는 과학은 마치 천동설과 같다.”


지난해 봄 미세먼지가 극심할 때 저자를 인터뷰했다. 그는 대중이 기대하는 것과는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는 건 확인된 바 없다, 마스크 쓰는 게 더 해로울 수 있다 등. 그의 인터뷰 기사에는 수많은 욕설 댓글이 달렸다. 그는 우리 사회가 ‘미세먼지 천동설’에 빠져 있다고 걱정했다.
1년 전만 해도 그의 목소리는 소수 의견에 가까웠다. 지금은 다르다. 각종 미디어에서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국내 최초로 공기 중 발암물질 문제를 밝혀내는 등 1980년대부터 대기오염을 연구해온 학자의 주장에 천동설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연구와 주장을 묶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세먼지 세상이 좀 맑게 보일 것이다.



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

“우리는 누굴까?”

이번엔 ‘퇴락한 맨션’이다. <82년생 김지영>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은 국가 시스템 밖에 놓인 난민들의 공동체를 그리고 있다. 사회에 스며들지 못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살인자가 되어 사하맨션을 찾은 남매를 중심으로 맨션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사연이 펼쳐진다. 홍콩 구룡성채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예 가상의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가 지금 한국 사회를 바라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그걸 다른 시공간에 넣어보고 싶었다. 비현실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작가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를 소설로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는 것이 부담되다가도 이내 상관없는 마음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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