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유빈은 원더걸스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였다. 유쾌한 기분에 도취돼 눈을 흘기듯 웃어 보이는 깍쟁이 같은 이 그룹을 대중은 사랑했다. 노래와 퍼포먼스가 결합해 그런 인물상이 재현될 때 유빈은 화룡점정을 담당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기획의 틀을 넘어설 만큼 저마다 멋지게 성장할 때 그는 수성하듯이 원더걸스 특유의 유쾌함을 지켜나갔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솔로 활동도 그런 맥락으로 보였다. 추억을 소환하기보다는 생경함을 강조하는 레트로에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바쁘니까 얼른 고백하라고 하는 숙녀로, 또는 눈치 없는 구질구질함은 집어치우라고 진저리치는 인물로. 유쾌함 속에 까칠함이 담긴, 만만찮은 깍쟁이 캐릭터는 어떤 의미에서 원더걸스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었다.
연예인의 대외적 이미지와 속내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건 늘 허망한 일이다. 하지만 무대 밖의 유빈은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다니면 사람들이 못 알아볼 정도로 느긋해 보인다. ‘걸 크러시’ 같은 것은 잊었다는 듯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옛날 음악을 듣는다. 사실 알고 보면 털털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식의, 익숙한 연예인 평소 모습 이야기와도 조금은 결이 다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말을 해야’ 사람들이 알아본다고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익살이나 욕심도 없이 드문드문 편안하게 던지는 그의 말은 차라리 수더분하다고 해야 할 정도다. 바로 그런 식의 묘한 ‘쿨’에서 대중이 익히 아는 유빈의 캐릭터가 연결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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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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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Ravi)가 처음 대중을 만난 건 소속 그룹 빅스(VIXX)의 노래를 통해서였다. 당시 빅스는 좀비, 저주, 이중인격 등 연이어 극단적인 콘셉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라비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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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같지 않은 편안한 문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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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일렉트로닉 그룹 하우스룰즈의 객원 싱어이자 모델이었다. 사진과 글쓰기를 시작해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자작곡을 발표하더니 프로듀싱 듀오 더로키즈(The Lowkies)와의 협업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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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게 나이 드는 ‘자숙’의 아이콘 천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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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천명훈을 이야기할 땐 잠시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그의 가장 최근 키워드는 ‘자숙’이기 때문이다. 어쩐지 그가 방송에서 잘 안 보인다 싶어 자숙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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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완성체 ‘곰슬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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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퍼포먼스를 동반하는 다른 대중음악과 케이팝이 은근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지점이 있다. 카메라의 존재다. 케이팝은 공연장 무대보다는 음악방송에서 태어났고, 아이돌들은 방송국 카메라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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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의 제2막 열어젖히는 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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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다현의 얼굴은 기본적으로 즐거워 보인다. 웃을 때 입을 양 끝으로 쭉 벌리고, 짓궂은 장난기를 가득 담아 눈을 초롱초롱 빛낸다. ‘케이팝 아이돌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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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 것 같은 ‘좋은 친구’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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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위키미키의 유정이 〈프로듀스 101〉에서 눈길을 끈 첫 모습은 이랬다. 동료 연습생이자 단짝인 김도연에게 그가 “나 어떻게 생겼어?”라고 묻는다. “최유정처럼 생겼다”라는 대답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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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의 열정과 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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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김신영은 ‘최고령 걸그룹’이라는 4인조 셀럽파이브에서 (리더는 아니고) ‘주장’을 맡았다. 최근 셀럽파이브의 예능 〈판 벌려:이번엔 한복판〉에서 센터(한복판) 자리를 놓고 모든 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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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 우먼 파이터〉, 춤·싸움 그리고 우정이 있는 곳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춤·싸움 그리고 우정이 있는 곳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여자가 춤을 춘다. 그리고 여자가 싸운다. 별다른 꾸밈 없이 깨끗한 사실만 적시한 이 문장들은 그러나 듣는 이로 하여금 분명 달갑지 않은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한다. 에너지와 기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