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보수 유튜브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보수 세력에게 유튜브는 유일하게 양적 우위를 점한 미디어다. 구독자 71만명이 넘는 한 채널은 월 최대 1억76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보수 유튜브 채널의 현주소.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2019년 06월 05일 수요일 제611호
댓글 0
3단 삼각대에 손잡이가 달린 영상용 조정 장비(볼헤드)를 조립하고, 그 위에 스마트폰 두 대를 꽂을 수 있는 거치대를 고정시킨다. 마이크 선을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필수다. 여기에 보조배터리까지 장착하면 그럴싸한 ‘1인 방송 시스템’이 구축된다.

5월22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광장.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장비를 갖춘 50~60대 시민 6~7명이 광장을 배회했다. 광장 풍경을 송출하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 왼쪽 하단에는 실시간 채팅창이 분주했다. “애국 동지 힘내세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광화문광장에 자리 잡은 대한애국당 천막 농성장은 마치 요새 같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지나 해치마당에 이르는 120여m를 가려면 이 천막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천막 입구에는 대한애국당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서울시의 단속을 저지하기 위해 2인1조로 당번을 서고 있었다. 언론사 카메라 출입도 막았다.

ⓒ시사IN 이명익
보수 집회에서 유튜브 방송은 필수 요소가 되었다. 위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와 있는 보수 유튜버.
대한애국당 천막은 지난 5월10일 신고 없이 기습적으로 설치됐다. 서울시는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교부했지만 대한애국당 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월22일 MBC 라디오에서 “자진 철거를 권고 중인데 이게 안 되면 강제 철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100여 명이 드나드는 천막 안쪽에서는 ‘언제 서울시가 강제 철거할지 모른다’라며 단결을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목소리는 유튜브를 통해 천막 밖으로 퍼진다. 천막 안쪽에 있는 이들은 “천막을 치우러 온다면 전 세계에 중계될 것”이라며 결의를 다진다. 이들은 유튜브가 천막을 보호해줄 수 있으리라 여긴다.

이처럼 보수 집회에서 유튜브 방송은 필수 요소가 됐다. 유튜브에서만은 ‘보수가 밀리지 않는다’는 통념을 집회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수치는 통념을 강화한다. 보수 세력에게 유튜브는 유일하게 양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디어다.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인 <신의한수>는 5월23일 현재 구독자 71만명을 넘었다. 올해 1월 처음 50만명을 넘어섰고 계속 구독자가 느는 추세다. SBS 디지털뉴스랩이 운영 중인 <비디오머그>(52만여 명) <스브스뉴스>(36만여 명)나 KBS 뉴스(40만여 명), MBC 뉴스(24만여 명)보다 구독자가 많다. 적어도 유튜브에서 <신의한수>는 지상파 뉴스 구독자보다 많다.

‘실시간 현장 중계’ 유튜버 급증


조회 수 기준으로 따지면 더욱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소셜미디어 분석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신의한수> 채널에서 지난 30일(4월22일~5월23일)간 책정된 조회 수는 약 3711만 회다. 구독자가 더 많은 JTBC 뉴스(98만여 명)가 같은 기간에 약 3251만 회 재생된 것보다 많다. 구독자의 응집력을 보여주는 실시간 시청자 수도 기성 미디어를 능가한다. 5월22일 오후 6시30분, 보수 논객 정규재씨의 유튜브 채널인 <펀앤마이크 정규재TV>(45만여 명)의 실시간 방송에 1만496명이 모여들었다. 반면 같은 시각 유튜브 YTN 뉴스 채널의 실시간 시청자는 3000여 명이었다.

대한애국당 천막 농성장 현장 중계(아래)는 보수 유튜버들의 단골 소재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은 나름대로 진화했다. 처음 보수 유튜브가 대두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인 2016년 12월이다(<시사IN> 제493호 ‘겨울 광장의 웃픈 풍경’ 기사 참조). 당시 탄핵 반대 집회에 모인 이들은 기성 미디어가 제 역할을 못한다며 유튜브로 눈을 돌렸다. 황장수·신혜식(<신의한수>), 변희재 등 주로 보수 논객의 개별 영상 링크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이들이 점차 유튜브 사용 방법에 익숙해지면서 보수 유튜브 채널은 적극적인 독자층을 확보하게 된다. 2017년 5월 대선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지방 유세 트럭 연단에 오를 때 방송사 카메라는 지상에서 그를 촬영했지만, <신의한수> 촬영팀 카메라는 연단에 함께 올라 그의 옆모습을 촬영했다. 자유한국당 측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후 2년 동안 보수 유튜브 방송은 구독 활성화와 채널 다변화를 겪었다. 신규 보수 유튜브 채널도 늘었다. 이 시기 보수 유튜브 채널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화되었다.

첫 번째 유형은 <신의한수> <정규재TV> <황장수의 뉴스브리핑>(39만여 명)처럼 탄핵 정국 전부터 운영하던 채널이다. 선점 효과를 거두며 보수 시청자층 사이에서 일찌감치 구독자를 늘렸다. 유튜브의 가능성을 뒤늦게 체감한 ‘보수 셀럽’도 서둘러 채널 운영에 나섰다. <조갑제TV>(22만여 명)처럼 탄핵 정국 이후 본격적으로 유튜브 운영에 나선 보수 논객의 개인 유튜브 채널이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지난해부터는 ‘정치 플레이어’가 직접 중계와 분석 영상을 올리는 경우도 등장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TV홍카콜라>(27만여 명), 진성호 전 의원의 <진성호방송>(30만여 명), 이언주 의원의 <이언주TV>(21만여 명) 등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보수 유튜브의 화제성이 높아진 것도 현역 정치인들이 앞다퉈 유튜브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였다.

ⓒ연합뉴스
5월18일 광주에서 보수 단체 회원들이 5·18 유공자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대상은 마지막 유형인 ‘평범한 사람들의 1인 방송’이다. 미디어 향유는 곧 생산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유튜브 방송이 유명인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유명 인사의 채널과는 대조적으로 이들은 현장성을 내세운다. 삼각대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실시간 중계를 할 수 있다는 게 널리 알려지면서 실시간 현장 중계를 내세운 유튜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는 대한애국당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이 현장 중계에 더욱 열성적이다. 찍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늘었기 때문이다.

‘태극기 부대’는 어떻게 직접 나설 생각을 하게 됐을까. 5월22일 오후 8시, 광화문광장 천막에서 만난 한 보수 유튜버는 “신문이나 방송은 절대 믿을 수 없다. 유튜브 방송의 가장 큰 장점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론은 거짓말을 하지만 유튜브 방송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기성 미디어에 대한 거부반응이 대안 미디어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죄이며, 좌파가 나라를 망치고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들을 몰아내려 하지만 이런 ‘진실’을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유튜브 현장 중계는 일종의 연대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현장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채팅창에 모인다. 미디어 활동이 그 자체로 네트워크를 공고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낸다. 광화문광장 농성장 천막에 언론사 카메라가 들어오지 않아도 괜찮은 것도 유튜브가 있어서였다.

이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스펙트럼은 나뉜다.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에 미온적이라며 반발하는 극단적 보수 유튜버가 있는가 하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활동을 지지하며 그의 일정을 따라다니는 유튜버도 있다. 구독자 약 11만명을 확보한 <TV안중규> 채널은 지방을 순회하며 장외 활동에 열중하는 황교안 대표를 실시간 중계한다. 이 채널의 실시간 중계 시청자는 5월23일 오후 4시 현재 2100여 명 수준이다. 큰 숫자는 아닐지라도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 처지에서는 이 실시간 중계창에 머물러 있는 코어 지지층을 쉽게 외면하기 어렵다.

채널 경쟁 심해지자 막말 수위 높아져


보수 유튜브를 움직이는 또 다른 원동력은 ‘돈’이다. 어느 정도 구독자를 확보한 보수 유튜브 채널은 구글에서 제공하는 광고 수익만 따져도 꽤 큰돈을 벌 수 있다. 통상 유튜브 수익금은 구독자 수, 조회 수, 영상에 머물러 있는 체류 시간, 개별 시청자의 반응 등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정산된다. 유튜버 사이에서는 대략 조회 수 1회당 1원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정확한 계산법은 아니다. 최종 수익은 각 채널 운영자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채널별로 추정치를 비교해볼 수는 있다. 소셜미디어 분석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는 특정 SNS 계정의 영향력과 추정 수익금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소셜블레이드 검색창에 유튜브 계정을 입력하면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월 최소·최대 수익금 추정치를 비교해볼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계산에 따르면 <신의한수>는 매달 최소 9300달러(약 1166만원)에서 최대 14만8500달러(약 1억7600만원)가량 수익을 얻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규재TV> 역시 매달 최소 2700달러(약 320만원)에서 최대 4만2500달러(약 5060만원) 수준의 광고비를 버는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물론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이른바 보수 유튜브가 일종의 수익사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수 유튜버의 또 다른 특징은 시청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율구독료’를 요청한다는 점이다. 5월23일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대다수 보수 유튜버들은 중계방송 화면 한편에 계좌번호를 자막으로 걸어두고 있었다. 방송을 하기 위해서 굳이 법인을 설립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계좌번호 대부분은 법인 명의가 아닌 개인 계좌였다. 채널을 개설한 지 얼마 안 된 유튜버는 당장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없다. 광고 수익은 구독자 1000명 이상, 지난 12개월 동안 시청 시간 4000시간 이상 확보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구독료 외에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유튜버가 많아지면서 채널 경쟁은 점점 격화된다. 이런 경쟁 구도는 보수 유튜브의 ‘막말 수위’를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각종 가짜 뉴스가 반복 생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현장 중계 역시 좀 더 자극적인 현장에 몰린다. 제39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지난 5월18일, 여러 보수 유튜버가 광주 금남로를 찾아 보수 단체의 시위를 생중계했다. 이날 보수 집회 참석자들은 광주 시내를 행진하며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외쳤다. 행진 도중 지나가던 광주 시민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여과 없이 유튜버 중계 방송에 나왔다. 유튜브가 그 자체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폭력을 널리 전파하는 데에는 일조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