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너지가 마냥 흥겹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보여주는 할머니의 지난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다 보면 가슴이 저민다. 난리통에 피란 내려오다 부모를 잃어버린 열 살 막두. 헤어지게 되면 영도다리로 오라는 엄마 말에 죽을힘을 다해 부산까지 왔지만, 아무리 헤매도 엄마 아빠는 보이지 않는다.
대단하게 살아낸 대단한 사람들
그래도 막두는 공포와 절망에 지지 않는다. 아지매가 되고 할매가 되기까지 자갈치시장을 떠나지 않는다. 우는 아기를 등에 업고 주변의 악다구니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생선 함지박을 부여잡고 앉아 있는 막두. 숟가락 꽂힌 소주병을 마이크 삼아 한 곡조 뽑아내는 할매 막두 앞에도 여전히 함지박은 놓여 있다. 그 일련의 흑백 그림들 속에서 유일하게 막두의 윗도리는 붉은색으로 도드라진다. 두려움에 부여잡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밀어내는 피의 색, 막두의 존재를 확인하게 해주는 생명의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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