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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말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과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을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와 그가 남긴 과제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사람 사는 세상’ ‘정의’ ‘민주주의’ 등 10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2019년 05월 28일 화요일 제6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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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윤무영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 행사를 진행하는 노무현재단은 올해 주제를 ‘새로운 노무현’으로 설정했다. 애도와 추모를 뛰어넘어 깨어 있는 시민들이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의미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만나 노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와 그가 남긴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람 사는 세상’ ‘정의’ ‘민주주의’ ‘서민 경제’ ‘한반도 평화’ ‘국민 대통합’ ‘정치 개혁’ ‘지역주의 타파’ ‘언론 개혁’ ‘청년 노무현’ 등 10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1988년 변호사 노무현이 처음 선거에 출마했을 때 홍보물 제호가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 돌베개출판사에서 그 디자인을 차용해 만든 인쇄물을 보니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열다섯 살 소년의 죽음을 상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김용균씨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문송면군과 원진레이온 산재 노동자들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굉장히 열성적으로 뛰었다. 김용균씨도 산업재해이긴 한데 문송면군과 성격이 좀 다르다. 문군 사망 때는 법적 보호장치 자체가 거의 없었다. 산업 현장의 상황도 아주 영세했다. 유독성 물질에 관한 인식 또한 부족한 시기였다. 모든 면에서 1988년 상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했다. 반면 김용균씨 사건은 법적 보호장치, 사업장 내 안전규정이 다 있는 상황에서 사업주가 그냥 안 지킨 거다. 문군의 사망이 모든 게 미비했던 상황에서 벌어진 참혹한 비극이었다면, 김용균씨는 마음만 먹으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는데,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조건에서 발생했다.

노사 간 힘의 관계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는 법적 보호장치도 약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활동하는 데도 이중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스스로 조직하거나 발언하기도 어렵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 때문에 시민들이 화가 많이 나는 거고, 김용균씨 어머니도 아들이 죽은 이유를 개별 사업장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유사한 산업재해가 일어나는 보편적인 문제로 보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거다.

노동문제에서도 그렇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의’의 실현을 중요시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 개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검찰이나 수사기관에 관한 부분은 좁은 의미에서의 정의 구현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정의의 개념을 확장해볼 필요가 있다. 가만 놔두면 사람들 사이에 정의로운 관계가 서질 않는다. 나는 인간 사회는 기본적으로 그렇다고 본다. 내버려두면 당연히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꾀 많은 자가 어리석은 자를, 운 좋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지배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있는 거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람들 사이에 정의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공동체가 장기 존속하려면 정의가 서야 한다.

정의를 집행해야 하는 검찰이 가장 정의롭지 못한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법만으로는 정의를 다 수립할 수 없는데, 사정기관이 법으로 규정된 것조차도 무시하고 제대로 집행 안 하고 누구에게는 불리하게 하고 누구에게는 유리하게 봐주면 그 사회는 전반적으로 정의가 수립되기 어렵다. 검찰은 5공(전두환 정권) 이후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자기들이 봐주고 싶은 사람 있으면 봐주고, 혼내고 싶은 사람 있으면 혼냈다.

노 전 대통령 집권기에도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추진했지만 못 했다.

보통 “노무현 대통령이 못 했다”고 말하는데 노 대통령이 못 한 게 아니다. 저는 언론의 그런 보도에 대해서는 지극히 불만이다. 국회가 안 한 거다. 한나라당이 막아서 못 한 거다. 입법기관이 제 일을 못 한 걸 가지고 계속 대통령이 못 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은 표현이라고 본다. 그때 법안을 다 제출하고 정부 입장도 다 밝혔는데 몇 년이 지나도록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었다. 결국 17대 국회가 마감되면서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치 등 법안이 폐기되었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하지 못해서 아쉬운 것이 또 무엇이 있나?


김대중 대통령 5년, 노무현 대통령 5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2년까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1년 동안에 고작 12년을 진보 쪽이 집권했다. 4·19 혁명 이후 1년 정도를 합하더라도 13년에 불과하다. 나머지 58년을 보수 쪽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집권했다. 지금이 3기 진보 개혁 정부인 셈인데, 과제는 동일하다. 노 대통령 돌아가실 무렵에 김대중 대통령이 3대 위기론을 말했다. 민주주의, 서민 경제, 남북 관계의 위기. 진보 개혁 정부의 과제는 이 세 가지밖에 없다. 시대 상황과 과제의 구체적 내용이 달라져서 그렇지 이 세 가지가 공통적으로 주된 과제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금 이 세 가지를 위해 싸우고 있다.

먼저 ‘민주주의’부터 짚어보자. 자유한국당은 ‘좌파 독재’라고 비난한다.


자유한국당이 좌파 독재라고 하는데 독재의 개념 규정을 새로이 하지 않는 한 독재라고 할 수 없다. 언론에서 진지하게 보도하는데 한마디로 정신 나간 소리다. 독재라 함은 권력에 집중하는 제도, 그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러도 견제할 수 없는 외부 조건, 권력자 개인의 독재적 특성이 결합될 때 나타난다. 제도 면에서 지금 헌법이나 법률은 그대로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 제도가 그대로 있다. 견제 세력? 자유한국당부터 시작해서 온갖 세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재자의 캐릭터가 있나? 아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지. 문 대통령은 개인 캐릭터상 독재자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고 현란한 언어로 사람들의 감정을 격발시키는 사람도 아니다. 법률가여서 자기 영역을 넘어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도 없다. 모범생 중의 모범생 스타일 대통령을 독재라고 하니까 세 차원 모두에서 안 맞는다.

자유한국당이 요즘 장외투쟁, 삭발투쟁, 민생대장정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들도 확신은 없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 때문에 현 정부를 좌파 독재라며 이념적으로 공격한다. 헌법이 파괴된다는 둥, 근거 없는 헛소리를 남발하면서 그냥 해보는 거다. 혹시라도 이렇게 해서 되면 되는 거고. 자기들이 말하면 그대로 들어주는 일부 유권자만으로는 총선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걸 잘 알지만 의지할 수 있는 다른 게 없다. 일단 이걸 밀고 나가면 확장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이거 외에는 방법이 없다. 대책 없이 밀고 나가는 거다. 이해는 된다. 그만큼 내년 총선에서 못 일어나면 죽는다는 공포감이 있어서 그러는 것 같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7년 7월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청와대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노무현 대통령.

‘서민 경제’와 불균형 해소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성과를 크게 못 거두었고 문재인 정부도 아직은 성과를 많이 못 거두고 있다. 계급·계층별 격차가 확대된 것을 줄이는 중대한 과제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돼도 격차가 너무 크면 시민들이 느끼기 어렵다.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개선하는 과제는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손에 확 잡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노·정 관계가 안 좋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고용 창출을 정부에서 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민간기업, 노동조합과 관계돼 있고 일자리 창출과 관계된 여러 행위 주체들이 서로 간에 태도를 조율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이 마치 모든 경제문제의 원흉인 것처럼 공격을 받고 있다.


그래도 여론조사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여론이 좀 더 높지 않나? 누가 최저임금제를 공격하는지를 보면 우리 언론이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가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제일 먼저 공격을 시작한 곳이 경제신문들이고, 조·중·동으로 번져나갔다. 그렇게 담론의 영역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만악의 근원인 것처럼 퍼뜨렸다. 경제신문이 이 문제에서 객관적인가? 대기업이 주주이거나 기업인이 오너다. 언론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옹호하는 지라시였다. 최저임금을 올리기 전부터 공격했고 지금도 그런다. 경제신문은 이해당사자 아닌가?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신문들은 수익의 95% 이상이 광고료 수익이고 광고주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게 대기업이다. 광고주 이익을 대변한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언론 활동이 아니다. 그렇게 2년 내내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는데도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은 적절했다는 의견이 좀 더 많다는 것을 나는 희망적으로 본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남북 관계가 중요한데,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사일이나 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재량권을 갖고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 문제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본다. 매듭을 못 지었을 뿐 계속 노력해나가면 출구가 나올 수도 있다. 딱 세 주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언제든 풀 수 있는 문제다.

남북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자유한국당의 공세가 더 거칠어졌다.

남북 관계가 하노이 북·미 회담 이후 정체 상태이다. 진도가 더 나가면 자유한국당이 설 이념적 토양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기도하는 수준으로 하고 있다. 딱하다. 정치를 왜, 뭐 때문에 하는지. 70년 넘는 세월 동안 긴장된 사회에서 살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군사적 긴장이 풀리면 자기들은 못 산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 점이 나는 안타깝다. 평화롭게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나라 만들자고 정치하는 것 아닌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유권자들 없이는 당의 존립 기반이 없다는 것 아닌가. 그런 것 없이도 보수 정당으로서 존속할 이념적·사회적 기반을 만들어나갈 생각을 해야지. 지금 당장 먹을 게 없다고 과거에 다 버렸던 밥을 다시 퍼 담는 게 말이 되나.

지금도 정치권이 갈려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에는 더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노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을 많이 강조했다.


내가 해석하기에 노 대통령이 말한 국민 통합은 공존의 질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서로 이해관계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룰을 만들고 그에 걸맞은 문화를 체득하게 하는 것, 그게 통합이다. 선거구제 개편에 집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떤 한 사람의 계획이나 리더십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자신은 당선이 불가능한 선거제도 아래에서 몸으로 부딪쳤지만, 대통령이 된 이상 이런 제도적 환경을 만들고 문화를 창출해가는 것이 통합의 길이라고 보았다.

대연정 제안에 대해서는 지지자들 내부에서도 비판이 많았다.

국민의 의견을 똑같이 만드는 게 통합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결과에 승복하고, 다음 경쟁에서 소수가 다수가 될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국민 통합이다. 나는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추진한 방식이나 시점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동기나 진의를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정치 개혁’ 차원이라 하더라도 대연정 제안이 당시 너무 앞서갔던 것 아닌가?


노 대통령은 ‘쟤가 성공하면 내가 죽는’ 구조가 대결 정치를 부추기고 지역구도를 재생산해내는 근본 원인이라고 봤다. 이것을 바꾸는 게, 자기가 대통령되는 것보다 정치에 더 큰 발전이 될 거라고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생각해왔다. 2005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지니까 이 얘기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당 주요 인사와 사석에서 얘기했다. 그런데 그게 어느 신문에 통째로 나가버렸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해본 거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정면으로 치고 나가서 대연정 제안을 해버렸다. 진보·보수 막론하고 다 욕했다. 진보는 당신 혼자서 정권 잡았느냐, 왜 당신 마음대로 권력을 나누느냐 하고. 보수 정당 쪽에서는 선거구제 개편이 죽어도 싫었다. 영남의 많은 지역구를 기반으로 제1 야당 아니면 집권당을 하고 있는데 노 대통령이 그걸 해체하겠다니 경계심이 발동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23일 유시민 전 장관(가운데)이 봉하마을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이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패스트트랙과 맞닿아 있다.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대표가 큰 혁신은 아니지만, 네가 살면 내가 죽고 내가 살면 네가 죽는 정치 문화를 약화시키는 제도다. 지지받는 몫만큼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면 그런 게 좀 완화되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노 대통령이 하려 했으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욕만 먹었던 대연정 제안의 핵심인 선거구제 개편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것이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 대통령이 노력을 많이 했다.


지금 대구·경북 지역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율을 보면 떨어진 후보라도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얻었던 것보다 훨씬 높다. 지금 낙선하는 사람도 당시 진보 개혁 진영 최고 정치지도자보다 표를 많이 얻는 셈이다. 부산 지역에 가도 노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보다 훨씬 많이 얻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36~37% 받고 떨어졌는데, 지금은 낙선하는 사람도 그것보다 더 받는다. 지금 많은 변화가 있었고 불안한 요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나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더 나아질 거다.

‘언론 개혁’ 관련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노 대통령은 <조선일보>에 대해 “그들은 법 위에 있다, 존재 자체가 수치스러운 존재다(친일·독재 협력), 그들에 대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겁을 낸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장자연 사건, 방용훈 사장 고소 사건이 재조명되는 걸 보면 <조선일보>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나?

법 위에 있다가 법 아래로 들어오는 중이라고 본다. 아직 완전히 들어온 것은 아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 위에 있었다. 무슨 방문 조사를 하고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 알 수 없는 조사를 하면서 거기에 신문사 기자가 배석하고. 범죄 혐의자를 그런 식으로 조사하는 게 어디 있나? 법 위에 있었던 <조선일보>가 이제 법 아래로 옮겨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언론은 개혁될 수 없다. 개혁 대상이 되는 언론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그들이 최소한 법의 지배 아래 들어올 수밖에 없게끔 하고. 장사가 안 되게 만들어서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나 같은 경우에는 거래처로 삼지 않는 것으로 소극적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

서거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슬퍼한다.

다 살고 가셨으면 안 그랬을 텐데 갑자기 가셨기 때문에 애도 기간이 좀 길 수밖에 없었다. ‘청년 노무현’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이 죽으면 애달프다. 노 대통령 돌아가실 때 예순네 살이었다. 청년은 아니지만 묘하게 청년처럼 남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꿈 많았던 청년의 죽음으로 나는 해석했다.
ⓒ시사IN 신선영
5월12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개최한 시민문화제에 참석해 토크쇼를 하는 유시민 이사장(왼쪽).

10주기에 새롭게 조명해야 할 것은?


그 청년이 하려고 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10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고, 그 일들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챙겨보고, “이거 아직 남아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게 10주기 행사와 그 이후 재단 활동의 중심 테마다. 10주기가 됐으니까 정서적으로 슬퍼하고 애달파하고 이런 시기는 이제 좀 지난 게 아닐까 싶다. 한 인간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잃은 상실감이 지난 시기를 압도했던 감정이라면,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 우리가 왜 그렇게 애달파했는지 생각해볼 시기인 것 같다.

노무현재단도 새롭게 방향 설정을 한 것이 있나?


우리가 슬펐던 이유는 그분이 하려고 했던 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많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한 것도 있지만 잘 안 된 것도 있고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가셨으면 서운하기만 할 텐데, 하려고 했으나 하지 못한 것을 많이 남기고 갔다. 그런 걸 좀 우리가 챙겨봐야 할 시간인 것 같다. 애도와 추모를 넘어서 개선과 확산, 이런 콘셉트를 잡고 ‘새로운 노무현’이라는 메인 슬로건을 10주기 행사에 채택했다. 나만이 아니라 논의 과정에서 모두의 공감대가 있었다. 기념사업의 내용과 방향을 미래 지향적이고 진취적으로 무게중심을 옮겨보려고 한다. 무게중심을 개선과 확산 쪽으로 옮기기 위해 이번 10주기 추모행사도 시민문화제의 출연진 가수들이나 곡목도 추모 분위기라기보다는 축제 분위기 비슷한 쪽으로 조정했다.

재임 시절 노 대통령이 던졌던 화두 중에서 지금 이슈가 되는 것들이 많다.


재단에서 사료 관리하는 팀이 계속 찾아내고 있다. 키워드 넣고 검색해서 영상을 돌려보면 다 나온다. 우리가 직면한 과제와 관련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 중에 ‘노 대통령이 관련해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보니까 참고하여 해법을 강구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영상을 챙기고 있다. <알릴레오>에서 현안 문제 다룰 때 가끔씩 보여드린다. 재미있다. 과거 영상들을 보는데 타임머신 태워서 모시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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