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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남긴 숙제10년 만에 진행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검찰 개혁은 제도로 확립되지 못하고 끝났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 개혁은 뒷걸음쳤다. 여론을 등에 업은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의 숙제를 완성할 수 있을까.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2019년 05월 29일 수요일 제6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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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검찰이다.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논두렁 시계’로 대표되는 가짜 뉴스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표적수사 등으로 고통받던 노 전 대통령은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 검찰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고 한편으론 검찰 개혁의 불씨를 지폈다. 검찰의 칼이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쓰인 대표 사례였다. 검찰 개혁은 노 전 대통령이 던진 생의 마지막 메시지였던 셈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30일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개선되었다고 평가받았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정권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후퇴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정치 검찰’ 문제가 불거졌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정연주 전 KBS 사장,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리한 기소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김무성 의원, 정윤회씨 봐주기 불기소 등으로 대표되는 검찰권 남용은 왜 개혁이 필요한지 보여주었다(<시사IN> 제506호 ‘검찰 개혁 재수, 이번엔 성공할까’ 기사 참조).

참여정부는 ‘검찰 개혁’이라는 화두로 시작했다. 대통령 취임 2주도 안 된 2003년 3월9일,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 마주앉았다. 검찰 개혁을 두고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 나섰다(41쪽 기사 참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노 대통령의 말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이날 맞장 토론에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 꼼꼼히 뜯어볼 장면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유의 대중 화법으로 이렇게 말했다. “검찰의 중립은 정치인들이 보장해주는 게 아닙니다. 검찰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언론 자유라는 건, 흔히들 피 흘린다고 합니다. 감옥 가고 구속되고 해직되고 싸워서 지켜냈습니다. 검찰의 독립도, 검찰 스스로 품위를 가지고 지켜나가십시오. 제가 그걸 못 지킬 만큼 강압적으로 하진 않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뼈저린 후회


실제로 참여정부 당시 대검 중수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불법 대선 자금을 수사했다. ‘좌희정’으로 불린 현직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가 구속되었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도 휘지 않는 검찰의 칼을 향해 시민의 응원이 쏟아졌다.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2012년 18대 대선 박근혜 캠프 참여 및 2016년 20대 총선 새누리당 후보 출마)은 ‘국민검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대선 자금 수사 결과에 대해 노 대통령은 2004년 3월11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찰의 능력에 대해서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소름이 끼친다고 할 만큼 검찰은 유능했다. 때로는 너무한다 싶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러한 검찰이 한편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하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는 이렇게 일관됐다.

참여정부 동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당시 고비처, 현재는 공수처로 불림) 설치 및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혁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발간된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해 이렇게 복기했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에는 검찰 권력의 민주적 통제에 대한 요구보다는 권력형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굉장히 높았다. 그래서 고비처(공수처)를 검찰 개혁 과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정 강화 차원에서 논의했다.”
ⓒ연합뉴스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2009년 6월12일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 상황도 쉽지 않았다. 2007년 11월27일 삼성비자금 의혹 특검 법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기 어려운 사건도 있을 수 있으므로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지난 대선 때 각 당이 모두 공약했고, 공약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의 이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을 거쳐서 정식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것을 통과시키면 되는데 왜 국회가 그 법은 통과시켜주지 않느냐.”

검경 수사권 조정도 난항을 겪었다. 가진 권한을 내려놓아야 하는 검찰과 더 확보하려는 경찰 사이 다툼으로 변질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2007년 10월19일 제6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조정 역시 아직 미결로 남아 있다. 저로서는 공약했던 수준보다 한발 더 나아간 안을 마련해서까지 중재하려고 했으나 여러분의 조직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으로 아쉽게 생각한다. 지금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경찰 수사의 독자성 인정과 검찰의 사법적 통제를 절충하는 방향에서 적절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기 말 노 대통령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처럼 검찰 개혁은 제도로 확립되지 못한 채 끝났다. 검찰 개혁은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뒷걸음질 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검찰의 ‘알아서 잘하기’는 착시효과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싶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욕망을 제어할 장치가 없었다. ‘상대 편’에게 가혹하고 ‘내 편’에게는 관대한 정치 검찰로 복귀했다.

이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회는 뼈저리다. 생전 글을 모아 펴낸 책 <운명이다>에서 그는 이렇게 후회한다.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면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주어도 정치적 중립은 지키지 않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적 개혁을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우리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정치적 중립성이 해결되면 검찰의 민주화까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정권이 검찰을 정권의 목적에 맞춰 장악하려는 시도만 버린다면 검찰의 민주화는 시간이 좀 걸려도 따라온다고 봤고, 또 민주적 통제를 말하려면 정치적 중립부터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 근무하며 검찰 개혁을 가까이서 지켜본 인사의 평가도 비슷하다. “노 전 대통령은 관료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선한 의지로 선하게 대하면 잘할 거라는 믿음이었다. 개혁 의지가 있는 젊은 검사들과 대통령이 결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렇다고 검찰을 정권의 손아귀에서 놓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 못한다. 그 방향은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는 검찰권 견제와 분산 시스템 구축이 함께 이뤄지지 않았기에 절반의 성공이라 평가하고 싶다.”
ⓒ연합뉴스
2018년 6월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이 열렸다.

2016년 광장으로 나온 시민 수백만명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함께 검찰 개혁을 요구했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 개혁은 그만큼 중요한 공약이었다.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권력 눈치 안 보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대목에서 수사기관은 정확히 검찰을 겨냥한다. 검찰권을 분산시키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네 가지 구체적인 안 중에서도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1번으로 꼽혔다.

검찰은 여전히 엄살 중


문재인 정부는 지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짜고 이를 진행해왔다. 2017년 정권 초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자체의 개혁위원회를 꾸렸다. 각 기관은 지난 10년 동안의 권력에 대한 종속과 전횡을 반성하는 내용을 조사해 발표했다. 2018년 6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발표했다. 2019년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이 내용을 수정·보완한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사 증거능력 삭제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국회 패스트트랙 안을 두고 반발하지만, 여론의 눈치를 살핀다. 과거만큼의 반발은 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조직적인 반대를 하기에는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의 요구가 훨씬 높아진 덕이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공수처 설치를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못했다.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께서 공감한다. 공수처 논의가 20여 년 지속된 원인이 있을 텐데, 그 원인을 20년 기회 동안 저희가 해소 못했다면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문 총장은 “다만 수사를 착수한 사람(공수처)이 기소 독점까지 갖고 있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 총장이 지적한 수사·기소권 집중 발언은 부메랑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지적이 검찰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수사개시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을 가진다. 이 가운데 검찰은 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기소권을 독점한다.

패스트트랙에 태운 법안보다 더 강한 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은 검찰의 ‘엄살’을 지적한다. 지난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범위가 너무 넓고 기준이 모호하다”라고 비판했다. 정부 안에 따르면 특수·공안 사건은 여전히 검찰 수사권 범위에 들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혔다. 지난 5월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KBS와 한 대담에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검찰 스스로 개혁을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지금까지 놓쳐왔다. 그래서 검찰이 개혁의 당사자이고 이제는 셀프 개혁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검찰이 좀 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뼈저리게 후회한 검찰 개혁이라는 숙제는 2019년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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