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현대식 건물 하나 없는 오롯한 정취에 대야도는 모두에게 특별한 섬이 되어버렸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집들과 돌담, 두 집 중 하나는 폐가였지만 오래전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마을은 고즈넉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배낭을 내려놓고 천천히 이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대야도는 신안군 하의면에 딸린 섬으로 행정구역상 능산리에 속한다. 섬은 높은 산 하나가 바다에 솟은 모습으로 대부분이 산지이고 마을은 섬의 극히 작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마을을 뒤로한 채 고개 하나를 넘으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바다와 마주친다. 곱고 오붓한 백사장과 평온한 물결이 기대 이상이다. 해변에는 알파인 텐트 한 동씩이 올라갈 만한 크기의 데크 다섯 개가 놓여 있었다. 이장님께 부탁드리니 하나밖에 없는 수도꼭지가 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민수대야도 돌담과 낡은 집

“마을회관도 빌려줄 수 있는디”

전복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요리가 캠핑 테이블 위에 놓였다. “언제 한번 이렇게 먹어보겠어? 며칠 후 점심 즈음에 오늘을 떠올리곤 눈물 나게 그리워할 거야.”

여행자는 늘 꿈을 꾸고 추억을 남기지만 삶이 아니라서 행복한 것이다. 하지만 일상이 숙명이라면 낭만은 공허할 뿐.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섬 하늘엔 꽤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고 한참을 멀어졌던 바다는 새벽녘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대야도는 관광객들이 흔하게 찾는 섬이 아니다. 교통도 몹시 불편하지만 해변 말고는 특별한 볼거리나 먹거리마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이장님은 사람들이 대야도에 많이 와주었으면 좋겠다. “마을회관도 빌려줄 수 있는디.” 찾아준 우리가 고맙고 또 인연이라 했다.

섬에는 인연들이 있다. 변하지 않는 심성을 가진 고운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섬으로 가는 길이 언제나 즐겁다. 

기자명 김민수 (섬 여행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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