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분명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사람들은 황광희를 예능 전문 방송인으로 인식한다. 그가 소속돼 있던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이 흩어지고 난 지금은 아예 프로필에 방송인이라 적어놓았다. 아이돌 시절에도 남다르긴 했다. 촌철살인 토크가 강점이었다. 코미디언 김용만은 “개그맨 몇 기냐”라고 묻기도 했다. 황광희는 멋진 이미지를 동경해서 아이돌이 된 자신과, 그것에 딱히 도달하지 못한 자기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며 쉴새없이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의 토크는 보통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형태다. 성형을 했다는 사실이라든지 말이다. 아이돌은 원래가 잘생겨도 모자란데, 황광희는 성형 사실을 먼저 드러냄으로써 충격을 주었다(그가 통념적 남성성과 달리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도 그를 별난 사람으로 만들었다). 성형 전 사진을 꺼내 보이며 코를 만드느라 귀 연골이 없어졌다는 둥 너스레를 떠는 그는, 잘생겨지고 싶어서 했다며 결핍을 솔직히 고백하고, 지금은 마음에 드는 얼굴이 되었다며 활짝 웃는 식이었다. 보는 사람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합류한 〈무한도전〉에서는 꽤 고전했다. 본인에게 마이크가 왔을 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그의 토크 스타일은 경쟁하듯 ‘아무 말’ 토크를 해야 하는 환경에서 맥을 못 추고 주춤했다. 자기애를 주제로 하는 그의 웃음 코드는 알고 보면 상당히 세심하다. 다소 부족한 모습도 빛나는 자기애로 봉합하는 그의 토크 스타일은, 바보 같은 모습을 캐내는 것은 좋아해도 자기애로 완결되도록 도와주지 않는 방송의 분위기에선 잘 맞지 않았다. 그의 ‘레전드 토크’는 대개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폭로였다.
폭로로 만드는 웃음은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 남이 숨기고 싶어 하는 치부를 함부로 드러내는 것은 괴롭힘이나 다름없다. 폭로 방식을 취하는 대다수 연예인들의 웃음이 불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황광희는 폭로의 대상을 적절하게 잘 고른다. 보통은 자기 이야기다. 성형이나, 전역 후 〈무한도전〉이 사라져서 곤란했던 이야기, 한때 방송국을 옮기며 어색해졌던 강호동과 다시 일하게 된 이야기를 수다스러운 말투로 적나라하게 말해버린다. 때로는 새침하고 때로는 능글맞게. 전역 후 최근에는 남의 이야기도 늘어났지만, 군대에 있으며 시청자 입장에서 얻은 통찰을 말하는 터라 불쾌하기보다는 공감이 간다.
소재를 적절하게 골라내는 능력 말고도, 황광희는 여러 곳에서 세심한 모습을 보인다. EBS 〈최고의 요리비결〉의 고정 MC를 하는 동안 전문 방송인이 아닌 요리연구가들을 유쾌하게 이끌면서도 동시에 필요한 도구를 제때 챙기고 조리대를 정리하는 보조의 역할까지 수행해냈다. 최근 출연한 히스토리 채널의 〈뇌피셜〉에서는 진행자 김종민이 배우 앤절리나 졸리의 유방암 진단과 절제술을 언급하며 무심코 양손으로 유방 모양을 흉내 내려 했을 때 적절하게 저지하기도 했다. 그런 식이다.
〈무한도전〉이 없어져서 막막하다 말하지만, 사실 황광희는 지금도 잘하고 있다. 그의 솔직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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