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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 바이든’ 양강구도 시작?

미국 전역이 2020년 대선 열기로 벌써부터 뜨겁다. 그 중심에
민주당의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앞서는 데다 당락을 결정할 승부처에서 인기가 높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5월 16일 목요일 제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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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조지프 바이든 전 부통령 간의 공방이 날이 갈수록 뜨겁다. 현재 민주당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 외에도 후보 19명이 난립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정조준해 연일 공격을 퍼부으면서 내년 대선은 사실상 ‘트럼프 대 바이든’ 양강 구도가 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선까지는 아직도 18개월이 남았다. 벌써부터 미국 전역을 대선 열기로 후끈거리게 만든 직접 요인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등장이다. 그는 4월25일 “미국의 영혼을 구하겠다”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구겨진 미국적 가치와 국격을 회복하겠다’는 그의 출사표에, 민주당 유권자들은 물론 공화당 온건파 지지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단 하루 만에 선거자금을 630만 달러 모았다. 일찌감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다른 민주당 후보들을 단숨에 추월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민주당 후보군에서 단연 1위다.

ⓒAP Photo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바이든 전 부통령(위)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두 차례 부통령을 지냈고, 그 전에는 임기 6년의 연방 상원의원을 내리 여섯 번이나 해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상당히 높다. 1988년,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그는 공식 출마 선언 동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악관에서의 8년을 허용한다면 그는 항구적이고 근본적으로 미국의 국가 성격을 바꿀 것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막을 최적임자로 자신을 내세웠다.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최근까지 일부 이슬람권 국민의 입국금지, 파리기후협정 파기,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 철회, 이란 핵협정 파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등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일련의 ‘미국적이지 않은’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정책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품격과 자질을 정조준했다.

현재 그를 포함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주자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등 20명에 달한다. 그중 여성 6명, 흑인 2명, 히스패닉 1명이 포함되어 후보군이 매우 다양한 편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공격보다는 부자 증세, 무상 의료보험, 최저임금 15달러, 공립대학 무상교육, 이민제도 개혁 등을 적극 내세우며 유세전을 펼쳐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상을 일찌감치 경계해왔다. 그가 출사표를 던진 당일 20분 동안 무려 네 번 트위터를 통해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 대통령 연설 도중 바이든 부통령의 조는 모습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일을 빗대 ‘졸음쟁이 조(Sleepy Joe)’라는 경멸조의 별명을 붙여, “당신이 본선까지 갈 만한 지적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거기까지 간다면 출발선에서 봅시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극도의 경계심과 긴장감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역대 미국 선거에서 후보의 성향과 정책에 따라 유권자 표심이 변하는 이른바 ‘경합 주’의 대표 격인 펜실베이니아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전체 득표율 46.1%를 기록해 48.2%를 차지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지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이겨 대통령에 당선된 까닭도 실은 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 주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수 20명)를 비롯해 오하이오(18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인디애나(11명) 등 경합 주에서 힐러리를 꺾고 승리의 발판을 굳혔다.

바이든,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트럼프 눌러


이들 주는 미국의 백인 노동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제조업 중심 지역으로 흔히 ‘러스트 벨트’라 불린다. 2016년 대선 당시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지낸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건 분명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에서 강세임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의회 전문지 <더힐>에서 밝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첫 유세지로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의 대표적 공업도시 피츠버그에서 행한 유세 연설에서 자신을 ‘중산층 조(Middle Class Joe)’라고 칭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는 월가의 금융가, 최고경영자, 헤지펀드 매니저가 아닌 여러분이 세웠다. 이 나라는 미국의 위대한 보통 사람인 여러분이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무려 2조 달러 감세정책을 취했는데 여기 모인 여러분 가운데 그걸 피부로 느낀 사람이 있는가?” 열광적 환호를 받은 그는 “내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이긴다면 승부처는 바로 여기가 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AP Photo
트럼프 대통령(위)은 민주당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처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주자다. 하지만 내년 7월 전당대회에서 공식 후보로 선출될 수 있을지 선거 전문가들조차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앤디 수라비안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최강 주자임을 감안할 때 날로 거세질 좌우익의 공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실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 출마 직전에 터진 젠더 관련 추문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나름의 진정성 있는 해명으로 일단 불은 끈 상태다. 선거 전문가들은 중도 성향의 진보 인사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진보적인 정책들을 내세운 다른 민주당 후보들과 얼마나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을지를 관건으로 본다. 그래야 젊은이, 흑인, 여성, 노조원 등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 여부도 중요 변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기 밑에서 8년을 부통령으로 지낸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아직까지는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변인인 케이티 힐은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때 바이든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을 최상의 결정 가운데 하나로 여긴다”라고 말해, 간접적 지지를 표시하긴 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년 프라이머리까지 본 뒤 지지 후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런 변수에도 대다수 정치 분석가들은 당선 가능성 측면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적임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유력지 <더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해리스X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난 6% 차이로 승리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아성인 텍사스주에서도 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진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도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다른 민주당 후보보다 적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본선 경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지금 기세라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자리를 굳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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