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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팅 파워 집단으로 떠오른 20대 여성

‘20대 남자 현상’ 분석 과정에서 20대 여성에 대한 중요한 발견과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은 정치와 투표 참여로 권력이동을 이끌고 있다. 반면 심각한 경쟁 피로에 노출돼 있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전문위원)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5월 14일 화요일 제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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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과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한 ‘20대 남자 현상’ 분석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제604호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제605호 ‘우리는 페미니즘과 싸운다’, 제606호 ‘20대 남자 현상 왜 생겼나’ 기사 참조). 20대 남성 가운데 반(反)페미니즘 정체성으로 무장한 25.9% 집단이 존재한다는 결과가 특히 충격이었다.

이번 기획의 주된 관심사는 20대 남성이었다. 분석 과정에서 우리는 20대 여성에 대한 중요한 발견과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애초 직접적인 조사 기획의 분석 대상은 아니지만, 20대 여성에 대한 발견을 우선 정리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20대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주목할 점은 정치 참여와 투표 참여(보팅 파워)에서 나타나는 권력이동 현상이다. 20대 남자 현상이 문재인 정부 지지율 추락으로 처음 실마리를 보였다면, 20대 여자 현상은 무엇보다도 정치 참여 확대로 드러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역대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의 추이를 보자. 2007년 12월 17대 대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47.2%로 역대 최하를 기록하면서, ‘20대 개새끼론’이 온라인 공간에 횡행했던 바 있다. 이후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급상승했다. 특히 2017년 5월 19대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은 76.2%를 기록해 30대(74.2%)와 40대(74.9%)를 넘어섰다(33쪽 <그림 1> 참조).

ⓒ시사IN 신선영
20대 여성은 다른 세대 여성이나 20대 남성과 비교해 높은 ‘투표 효능감’을 보여준다. 투표하면 정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
20대 투표율 상승은 여성이 주도했다(<그림 2> 참조). 세대별 여성 투표율에서 남성 투표율을 뺀 투표율 격차를 보면, 2002년 12월 16대 대선만 하더라도 당시 30대를 제외한 전 세대에서 남성 투표율이 여성 투표율을 앞섰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40대가 여성 투표율 우위로 진입했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20대와 50대에서도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앞섰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20대에서 여성 투표율 우위가 두드러지게 증가한다. 다른 세대에서는 이런 증가세가 관찰되지 않는다.

20대 여성 집단이 다른 세대나 특히 20대 남성과 갈라져서 독립적인 정치 성향을 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때 한국 여성의 정치 성향은 금권·관권의 정치 동원이나, 남편이나 아버지의 투표 선택을 따라가는 ‘순응투표 이론’으로 설명해왔다. 현재 한국 여성 20대를 수동적 투표행태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간 뚜렷한 정치 성향의 차이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남성보다 여성이 복지정책을 선호하고, 군사비 지출을 선호하지 않으며, 리버럴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8~10%포인트 정도 민주당 지지가 높다고 한다.

크게 올라간 20대 여성의 정치적 파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보다 20대 여성에서 진보 성향 응답자들이 많고(여성 47.1%, 남성 36.1%), 보수 성향 응답자들은 상대적으로 남성에게서 많이 발견된다(여성 15.7%, 남성 26.5%). 물론 이 숫자가 20대 남성이 보수화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여성보다 남성 집단에서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분포에서 다수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여전히 80.2%가 찬성함으로써 20대 남자가 자유한국당 지지층으로 흡수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숫자들은 20대 여성의 진보성이 20대 남성보다 더 강하다는 의미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20대 여성은 복지, 탄핵 이슈 등에서 일관되게 강한 진보 성향이 확인된다. 비록 난민 이슈 등에서 20대 남성과 비슷하게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20대 여성의 경우 주요 이념적 쟁점이나 주관적 이념 정체성, 정치적 성향에서 상당히 일관되게 진보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20대 여성의 정치적 파워가 올라갔다. 참여가 늘고, 독립적인 성향이 뚜렷해졌다. 배경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투표 참여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자원(resource)’과 ‘동기(moti-vation)’의 차원을 주로 살핀다. 자원론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정보 취득 기회와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어 투표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자원 차이를 측정하는 대표 변수가 학력 수준이다. 가정과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여성의 경쟁력과 문화자본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교육·진학·취업 시장에서 남성 우위 현상이 약해지고 여성 쪽으로 권력이동이 일어나는 것이 여성의 투표 참여를 강화하고 있다는 논리다.

매년 발표되는 대학진학률 자료는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한다. 2009년부터 대학진학률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진학률 역전 현상이 확인된다. 2011~2018학년도 수능 표준점수에서도 여학생이 국어·영어 영역에서 우위를 보였고, 2014년도부터는 수학에서조차 여학생이 앞지르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취업 시장에서도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20대에서만은 고용률, 경제활동 참가율 등 각종 고용지표에서 여성이 남성을 넘어서고, 특히 전문직과 관리직 취업률도 여성이 남성의 2배를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가정에서도 모계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996년과 2016년에 실시한 <한국인의 가치관과 의식조사>를 보면, 생활비 지출이나 자녀교육 문제는 주로 여성이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에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사·주거 문제 결정, 가족 행사, 부모 부양 문제 등에서 남성 중심의 의사결정권이 매우 약해지고 남녀가 같이 하거나 여성이 결정하는 쪽으로 급격히 이동해왔음을 알 수 있다.

20대 여성으로의 사회경제적 자원 이동이 정치 효능감과 참여 동기를 강화해 투표 참여를 키웠다는 것이 동기론에 기반한 설명 논리가 된다. 효능감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의미하는 내적 효능감과, 정치와 제도가 이러한 요구에 반응해 달라질 것이라는 외적 효능감으로 나뉜다. 특히 투표를 하면 정치가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을 투표 효능감으로 부를 수 있다.

20대 여성의 경우 다른 세대의 여성이나 20대 남성과 비교해 높은 투표 효능감을 보여준다. “투표하면 정치가 달라질 것이다”라는 질문에 20대 여성 58.5%가 동의했지만, 20대 남성의 동의율은 51.1%였다. 30~44세 여성에서는 동의율이 40.5%, 45세 이상 여성에서는 동의율이 38.0%에 불과하다(<그림 3> 참조). 내적 효능감을 측정하기 위한 “우리 같은 사람은 정부나 정치권에 말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라는 부정적인 설문을 주고 동의 여부를 물었다. 동의한다는 비율이 20대 여성에서 19.8%로 가장 낮았고 반대하는 비율이 71.6%로 다른 세대 여성에 비해 높았다. 즉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그림 4> 참조).

여기까지 보면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이 보여주는 인식, 즉 스스로를 차별받는 약자로 인식하고, 20대 여성을 강자로 간주하는 인식이 실제 현실의 권력이동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남성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 자신감과 정치적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 자체가 여성이 승자 정체성을 갖는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20대 여성이 강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지, 아니면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이 비판하듯 여성으로서 과실만 취하고 부담은 회피하는 위선적 집단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자신의 세대 평균과 비교할 때 자신의 사회적 성공 여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자. 객관적 통계와 달리 주관적 평가에서 20대 남성 집단에 비해 20대 여성 집단에서 자신은 실패했다는 열패감 비율이 높다(20대 남성 30.2%, 20대 여성 41.7%). 반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는 20대 남성 집단에서 24.6%인 반면 20대 여성은 12.2%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그림 5> 참조). 0점(매우 불만족)에서 10점(매우 만족)으로 측정한 자기 삶의 만족도 평가 점수를 보면 20대 여성(5.77점)만 20대 남성(5.93점)보다 낮은 평가를 내렸다. 주관적인 평가로 볼 때 20대 여성은 권력이동의 수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20대 여성 내부 양극화 현상 주목해야

여성의 지위가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은 여전히 부정적이거나 삶의 만족도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대 여성의 열패감은 상당 부분 경쟁 피로도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나를 피로하게 만든다”는 설문에 대해 20대 남성의 56.3%가 동의한 반면, 20대 여성에서는 73.3%가 동의했다. 반면 “경쟁이 개인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설문에 대해서는 20대 남성 응답자의 60.8%가 동의한 반면 20대 여성 동의율은 47.6%로 줄어든다(<그림 6> 참조).

또한 20대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자신의 노력을 꼽은 응답이 71.6%, 자신의 재능을 꼽은 응답은 58.6%였다. 자기 자신의 노력과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운(63.8%), 부모 배경(63.2%), 학벌(53.1%), 연줄(52.8%) 등 외부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는 불신도 크다. 특히 20대에서는 외모를 꼽은 응답도 50.8%나 된다. 주목할 점은 20대 여성의 경우 외모가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56.2%나 되었고, 성별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도 45.5%로 20대 남성과 차이가 났다. 결국 20대 여성은 20대 남성이나 다른 세대에 비해 성공을 위해 신경 써야 할 요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라고 느낀다. 이 역시 경쟁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지위 상승으로 권력 이동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실제 경쟁 과정에서 20대 여성은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즉 승자의 정체성을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경쟁 피로에 지쳐 있는 한편으로 20대 여성의 투표 참여와 정치적 자신감이 갈수록 강화된다는 상반된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필자는 20대 여성 내부의 양극화 현상에 주목하고자 한다. 사회적으로 실패했다는 응답과 개인 삶의 만족도 문항을 각각 학력별로 분류해보았다. 우선 대학 재학 이상의 20대 남녀 집단에서 사회적으로 실패했다는 응답은 각각 27.0%, 33.9%인 반면, 고졸 이하의 20대 남녀 집단에서의 열패감 비율은 각각 47.1%와 57.7%이다(<그림 7> 참조). 즉 같은 학력 수준에서 남녀 사이의 차이보다, 같은 성별에서 학력에 따른 차이가 더 크다. 삶의 만족도 문항에 대해서도 대학 재학 이상의 20대 남녀의 삶의 만족도 평균은 6.08, 6.06으로 비슷한 반면, 고졸 이하의 남성은 5.32, 여성은 5.11로 차이가 벌어졌다(<그림 8> 참조).

종합하면 20대 남녀 사이의 격차보다 동성 내의 계층 및 문화자본의 격차가 집단 간 삶의 질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경쟁력과 자원을 갖춘 20대 여성들은 경제적 지위 상승뿐 아니라 정치적 자신감의 상승을 이끌고, 경쟁에서 낙오한 20대 여성은 이중의 불평등 압력 속에서 열패감 정체성이 심화된 것은 아닌지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볼 필요가 있다. 젠더 논쟁이 다른 사회 계층적 맥락 속에서 논의되어야 할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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