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에 조금 무덤덤한 채 살아왔다. 적당히 나눠 버리면 괜찮겠지 싶었다. 생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보냈기 때문에 도시가 규율한 폐기물 처리 원칙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실천의 영역’에 발을 디디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606호 ‘쓰레기 대란, 해법은 있나’ 기사를 쓰면서 이게 착각이란 걸 깨달았다. 음식 찌꺼기를 제대로 헹구지 않고 재활용품을 내다버린 적도 있었고, ‘웬만하면 재활용되겠지’라며 비닐 폐기물과 종이 폐기물을 분리하지 않은 적도 많았다. 그 와중에 느낀 알량한 안도감. “오, 종량제 봉투는 아직도 다 못 채웠네. 은근 환경보호 동참하며 살고 있군.” 그저 정신승리에 불과했다. 우리가 분리해 내다버린 폐기물이 전부 재활용되는 건 아니었다.

ⓒ시사IN 양한모
환경부를 비롯해 대다수 언론이 ‘1인 가구 증가’를 생활 쓰레기 증가의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먹는 것이 문제가 된다. 배달음식이나 간편식 소비가 환경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로 지적받는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1인 가구 증가를 쓰레기 사태의 원흉으로 몰아붙이는 건 위험하다. 애초에 자원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1인 가구에게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아무리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하루 두 끼 이상 집밥을 해먹기는 어렵다. 보관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도로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넣을 때 느끼는 참담함. 일반적인 한식 재료 유통망 속에서 1인 생활자가 플라스틱의 유혹, 간편식의 유혹을 뿌리치려면 웬만한 각오가 아니고는 어렵다. 평일 식사를 위해 당근 하나, 양파 하나, 마늘 대여섯 쪽을 인근 식료품점에서 수월하게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상차림에 대한, 유통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소매 구조는 여전히 4인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커뮤니티 식당이나 식료품 소량 배송 체계 등 다양한 시도가 뒤따라야 한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른 쓰레기를 동원하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적정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유통망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1인 가구 증대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이 유통과 폐기물 재순환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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