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사학들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설립자 일가의 족벌 경영, 교비 횡령, 학교 구성원에 대한 탄압 등이다. 사학 비리로 논란이 된 대학 이름 앞엔 흔히 ‘사학 비리 백화점’ ‘비리 종합선물세트’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 상지대학교

‘사학 비리’가 하나의 시사용어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김문기 전 상지대학교 이사장의 역할이 컸다. 1993년 당시 상지대 이사장으로 민자당 의원이던 김문기씨는 국회의원 첫 재산 공개 결과 부동산 투기 정황이 드러났다. 본인 명의 재산만 172억원에 달했다. 대검 중수부가 수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돈을 받고 부정입학을 시킨 혐의가 드러나 구속되었다(〈시사IN〉 제153호 ‘단식·농성도 상지대 역주행 막지 못했다’ 기사 참조). 이때부터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상지대 족벌 경영의 폐단을 고발하는 목소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1974년 설립자로부터 상지대 운영권을 인수한 김문기 전 이사장은 아내, 사위, 매제 등 가족과 친인척을 이사, 비서실장, 전문대학장 등 요직에 앉힘으로써 족벌 사학 체제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교육부 감사로 드러난 비리 사건 중 부정입학 사건에 대한 업무방해죄만 인정됐다. 1993년 10월16일 김문기 전 이사장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학교에서 퇴출되었다.
 

ⓒ시사IN 조남진2017년 12월 교육부로부터 해산 명령을 받은 서남대 학생들은 다른 대학으로 편입해야 했다.

이후 상지대는 옛 재단 인사들이 배제된 이사회 체제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사학 분쟁 해결을 위한 국가기구라 할 수 있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2010년 김문기 전 총장의 이사회 복귀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2014년 3월 김문기씨의 차남인 김길남씨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같은 해 8월 김문기씨가 총장으로 복귀했다. 21년 만의 부활이었다.

학교에서는 대대적인 ‘반(反)김문기’ 투쟁이 일어났다. 교수와 학생들이 줄줄이 징계당하고, 총학생회는 총장실 점거 농성을 단행했다. 2014년 11월 교육부는 상지대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임기 만료된 이사 5명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신청도 반려했다. 이후 상지대는 2017년 8월부터 김문기 총장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정대화 교수가 총장직무대행으로 선임됐다. 정 교수는 지난 3월 상지대 첫 직선제 총장으로 선출되어 취임했다.

■ 서남대학교

전북 남원에 있는 서남대는 2018년 2월28일자로 문을 닫았다. 설립자 이홍하씨의 교비 횡령·교직원 임금 체불 등 총 31건의 부당 사례가 적발된 후 정상화에 오랜 난항을 겪은 결과였다. 이홍하씨는 한 대학에서 횡령한 교비로 또 다른 대학 법인을 설립하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비리를 저질렀다.

그가 소유·운영했던 학교는 9개(고등학교 3개, 대학교 6개)이고, 부속병원은 2개다. 이 중 서남대는 1991년에 처음 설립한 대학이었다. 이씨는 대학 4곳의 교비 등 100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16년 5월 대법원에서 최종 징역 9년과 벌금 90억원을 선고받고 현재까지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이전에도 이씨는 횡령 혐의로 두 차례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1998년에는 교비 409억원을 횡령해 병원 인수 및 자녀 유학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2007년에는 교비 3억8000만원을 횡령해 자신의 빚을 갚은 혐의로 처벌받았다. 그러나 단기형을 선고받아도 대통령 특사로 나오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정작 서남대의 재정 상태는 바닥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E를 받았다.

2017년 교육부 감사에 따르면, 서남대는 비리 사학의 ‘복마전’이다. 반드시 지급되어야 하는 교직원 임금, 용역비 등이 수백억원대 규모로 사라졌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해임된 교원 20여 명을 전임교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13일 교육부는 서남대 폐쇄 및 법인 해산 명령을 내렸다. “세 차례에 걸친 시정명령에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정상화 방안도 불투명해 폐쇄 절차를 진행한다.”

폐교 이후 재적생들은 인근의 다른 대학으로 특별 편입해야 했다. 학교의 재산이 이홍하씨가 소유한 다른 학교법인으로 귀속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이른바 ‘서남대법’이 오랫동안 계류하다 2018년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을 닫은 서남대는 현재 청산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 수원대학교

수원대는 법인의 비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들이 탄압을 받았던 곳이다. 수원대 역시 법인의 설립자 이종욱씨의 차남인 이인수씨가 2009년부터 9년간 7·8·9대 총장직을 이어받았다. 이사장직은 이인수씨의 부인 최서원씨가 맡았다. 전형적인 족벌 체제다. 2013년 수원대 교수 6명이 이인수 총장의 등록금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가 파면·해임 처분을 받았다.

2014년 교육부 감사에서 교수들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비위는 총 33개에 이르렀다. 그중 4건이 경찰 수사로 넘어갔다. 이인수 총장의 장남이 수원대에 재학한 적이 없는데도 졸업증명서를 발급해서 그의 미국 대학 편입을 도운 혐의 등이다. 학교 시설 부당 임대를 통해 8억여 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2017년 1월13일 법원은 이인수 총장에게 횡령 혐의 등을 인정해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017년 11월 이 전 총장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학교법인 이사회는 이를 수리했다. 현재 사립학교법은 교육부 징계를 받은 이가 학교법인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징계를 내리기 전에 사직해서 재기를 노리는 것 아니냐”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평택대학교

평택대 조기흥 전 명예총장은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총장(1~5대)·상임이사·명예총장의 이름으로 38년간 재직했다. 그사이 족벌 경영으로 인한 총장 일가의 전횡과 부정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2018년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 비리가 총 21건 확인되었다.

조 전 총장은 교원 임용에 지원한 자기 자녀들의 면접 심사에 참여했다. 그렇게 채용된 조 전 총장의 아들은 기획조정본부장, 딸은 총무처장과 법인 사무국장을 맡았다. 친인척도 ‘특별채용’ 했다. 면접 없이 오직 서류 심사만 거쳤다. 이 같은 채용 비리는 평택대의 오랜 문제였다. 2012년 진행된 교육부 감사에서도 ‘특별채용’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된 바 있다. 당시 전임교원 33명이 면접 없이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만으로 특별채용되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출판기념회나 집무실 공사비용 가운데 일부를 교비에서 사용했다. 또한 면세점 및 호텔에서 36건에 걸쳐 업무추진비 1000만원을 집행 목적과 증빙 없이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교육부는“학교법인과 대학 전반에 족벌 경영에 의한 부정이 만연한 것으로 확인돼 이들을 경영에서 배제하도록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조기흥 전 명예총장은 법정 구속된 상태다. 2016년 12월 조 전 총장은 ‘학교 여직원에게 20여 년 동안 성폭행과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고발된 뒤 2017년 11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수들의 퇴진 요구가 빗발치자 조 전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던 평택대는 2018년 12월 신은주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새 총장에 올랐다. 그는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평택대의 족벌 사학 경영 문제를 알린 바 있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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