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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이사장이금배지 달고 있으니

국회의원 본인이나 가족이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들은 사학법 개정을 저지하고, 사학재단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서기도 한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2019년 05월 08일 수요일 제6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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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제기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에는 사립대학 문제를 조준했다. 박 의원이 3월22일 대표 발의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은 사학 법인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다. 현재 사학의 회계감사는 재단이 외부 감사인(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을 스스로 지정해 받는 방식이다. 이러한 ‘셀프 선임’이 ‘사학 비리에 면죄부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안 제안자들의 주장이다. 개정안대로라면 사학 법인은 3년 동안 현행 방식으로 감사받은 뒤 다음 2년은 교육부 장관이 지정한 외부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게 된다.

사립대학은 사립유치원과 닮았다. 설립자가 사재를 들여서 세웠지만 국가의 지원금도 받아 운영된다. 설립자들은 이 기관들이 ‘사유재산’ 범주에 들어가기에, 회계와 경영도 자율적으로 하겠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육 사업은 공공의 영역이며, 그 시설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었으니 용처를 감독하겠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실제로 사립유치원과 마찬가지로 사립대학에도 정부 지원금이 들어가는데, 규모 차이는 있는 편이다. 2017년 기준 정부·지자체의 사립대학 지원금은 7조2000억원가량으로, 사립유치원 지원금(약 2조원)의 3.6배쯤 된다. ‘회계 투명성 제고’의 강력한 논거가 될 법한 액수이지만 설립자들의 거센 저항을 예상케 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국회사진기자단
2005년 12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사립학교법 무효’를 주장하며 대국민 담화문을 낭독하고 있다.
겉보기에 정치권은 사학재단에 휘둘린다. 직간접으로 경험해본 정치인들은 사학 관계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유력 사학재단이 토호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구가 적지 않고, 재단 관계자들은 다양한 고위 인사들과 학연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득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학재단 상당수를 운영하는 주체는 종교단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불만 사항이 생기면 가장 집요하게 전화하는 이들이 종교단체 소속이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라고 말했다. 사학재단에 불리한 행동을 취하는 국회의원은 장·단기적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사학재단과 같은 의견을 내면 “대학 측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후원금이나 표를 모아줄 수도 있다.” 박용진 의원 말이다.

국회에는 의원 자신이 ‘이해 당사자’에 해당하는 이가 꽤 있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학재단 경민학원 이사장 출신이다. 경민학원은 대표적 ‘사학 재벌’로, 홍 의원 부친 홍우준 전 의원이 설립했다. 홍 전 의원은 2005년 국고보조금과 학교 임대수익 등 2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학교법인 이사장이던 홍문종 의원도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홍 의원은 2016년까지 경민대학교 이사장을 지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사학재단과 연관되어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홍신학원과 연관되어 있다. 홍신학원은 유치원·중학교·고등학교 등을 운영한다. 부친 나채성씨가 이사장이고, 나 의원 본인도 10여 년간 이사로 일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장인이 혜전학원 설립자다. 처가 식구들이 이사장·총장·교수로 있다. 이 밖에도 장제원·강석호·김무성 등 여러 의원들이 사학재단과 관계를 맺고 있다. 2003년 경기 의정부 보궐선거에서는 신흥학원 이사장 출신 강성종 후보(새천년민주당)와 홍문종 후보(한나라당)가 맞붙은 ‘사학 매치’가 펼쳐지기도 했다.

색깔론까지 동원해 사학법 개정 막아


참여정부의 사학법 개정 정국이나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이 터질 때, 이들은 상황을 관망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나서 정부 개입에 반대하되 그 명분을 색깔론에서 동원했다. 올해 초 홍문종 의원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집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아니면 우리의 사유재산을 왜 침해하는가?”라고 부르짖었다. 지난 3월19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 현안과 사학의 미래 발전 방향’ 토론회에서도 화두는 ‘사회주의’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정책에까지 사회주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동 주최자인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사학마다 건학 이념과 특수성이 있는데 현 정부는 모든 학교가 똑같아야 하고,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는 사회주의 의식이 깔려 있다”라고 주장했다. 논쟁이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이념 대결로 번지면, 이들의 사익 추구가 공익에도 이롭다고 보는 유권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사회주의를 막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사학재단과 관련된 역대 가장 유명한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80년부터 1989년까지 영남대학교 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2004년 제1야당 대표가 된 영남학원 이사장 출신 박근혜 의원은 참여정부의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과거사법·언론관계법·사립학교법) 저지에 적극 나섰다. 그는 2004년 10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공익을 내세웠다. “일부 문제를 마치 전체의 문제인 양 과장하면서 학교를 이념교육의 장으로 몰아가려는 사립학교법도 철회되어야 합니다. 사립학교 운영은 건학 이념에 충실하도록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사학 유관 국회의원들의 대담한 시도는 민주화 직후부터 시작됐다. 1990년 사학재단 이사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교권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사학법이 개정되자 각 언론사에서 비판이 나왔다. 당시 한 매체는 ‘재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의원이 사학재단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강화시킨 법안 통과에 앞장선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의원직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현직 대학교 이사장인 의원이 적극 입법 활동을 했다’며 실명을 거론한 보도도 나왔다. 김동한 교수(공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는 2009년 ‘사학정책의 결정모형 연구’라는 논문에서 이 법안에 대해 “소수의 행위자로 구성된 정책연합 주도로 이루어졌고, 개정안이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통과된 이후에야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된 관련 단체들과 언론, 여론 등의 (부정적) 반응이 표출됐다”라고 적었다. ‘사학의 자율성’이라는 금과옥조는 여론의 관심이 충분히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 당사자 출신 다수당 의원들의 주도로 급하게 작성되었다.

유권자의 관심이 없으면 국회는 이익집단의 요구에 취약해진다. 그렇다면 여론이 충분히 모이면, 가령 ‘유치원 3법’만 한 동력을 얻으면 국회는 사립학교법을 바꿀 수 있을까? 10년 전 내놓은 위 논문에서 김 교수는 회의적으로 봤다. 한국은 “의석수를 기반으로 한 힘의 정치와 이해관계에 결부된 이익정치가 국민 여론으로부터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학재단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여론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형성되었지만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는 게 근거였다. 사학법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오른 유치원 3법의 향방을 주목할 법하다. 그 세부 내용과 별개로 이들 법안은 어떤 시금석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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