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및 개혁 법안 제출로 유아교육에 새로운 전기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드디어 사립대학으로 포문을 옮겼다. 최근 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 공동의장으로 ‘대학 지배구조 민주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이광수 부산외국어대 교수(인도학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사립대학교 회계 문제와 관련된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그 취지는?

박용진:‘상식의 법제화’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고, (사립유치원이나 대학처럼) 국고 지원으로 운영한다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정확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개정안의 내용은 단순하다. 그동안 사립대학들은 스스로 선택한 회계 사무실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감사받는 자’가 ‘감사하는 자’를 선택해왔다. 환자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무조건 “괜찮다”라고 말할 의사만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립대학 측이 3년 동안 스스로 회계사를 골라 감사받았다면, 그다음 2년 동안은 교육부 장관이 지정한 회계사로부터 감사받게 하자는 것이다. ‘당신은 건강하다’라고 말해줄 것이 뻔한 의사를 3년 동안 찾아가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면 그다음엔 정확한 진단을 내려줄 의사로부터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상식 아닌가?
 

ⓒ시사IN 신선영

사립대학들이 좋은 말만 해줄 ‘친한’ 회계사만 골라 감사받으니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건데, 실제로 그랬나?

박용진:교육부가 (2017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30개 사립대학을 감사한 바 있다. 지적 사항이 무려 350건이었다. (같은 기간에) 이 대학들이 스스로 회계사를 골라서 시행한 외부 회계감사의 지적 건수는 놀랍게도 4개 대학에서 7건에 불과했다. 지적 건수의 차이가 무려 50배(7건과 350건)다. 정확히 진단해서 좋은 처방을 해야 대학이 깨끗해진다. 대학을 허투루 운영했을 때 피해를 보는 건 학생과 학부모, 즉 시민들이다.

이광수: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사립대 개혁을 기대했는데, 도무지 진척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김상곤 당시 교육부 장관이 교체되고 말았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봤다. 김 전 장관이 교육부에 설치한 ‘사학혁신위원회(혁신위)’로 사립대 개혁을 추진하려다 관료들이 일종의 ‘태업’을 벌이면서 실패하고 말았다고 하더라(실제로 혁신위가 사학 비리 관련 자료를 교육부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그 원인이 뭘까?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교수)는 뼈저리게 느끼는데, 교육부 관료들과 사립대학 사이에 강력한 커넥션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료가 사립대 비리를 봐주고 나중에 그 대학 총장으로 간다. 교육부 측은 ‘자기 사람’이 총장으로 있는 대학에 특혜를 준다.

박용진:힘센 자가 총장으로 가나?

이광수:그렇지도 않다. 차관급이 아니라 국장급만 꽂혀도 교육부가 참 잘해준다.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담합(사립대학과 교육부 사이의)이 존재할 거다. 이러니까 회계감사 따위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감사 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지도 않고 지적 사항이 시정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측면에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설치한 ‘교육신뢰회복추진단’에 기대가 크다. 교육부 자체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퇴직한 교육 관료의 교육기관 취업 제한을 확대할 계획으로 아는데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립대를 제대로 개혁하려면, 관료와 대학 측의 담합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17일 ‘사립대 외부 회계감사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의 개혁안은 결국 사립대와 ‘친소 관계’ 없는 회계사가 해당 학교를 감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와 친한 사람’이 ‘나’를 감시한다면, 제대로 된 감시가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이런 당연한 조치를 위해 굳이 법안까지 개정해야 하나? 개정 법안을 반대할 명분도 없을 것 같은데.

박용진:그렇지 않다. 반대할 사람, 굉장히 많다. 사립유치원 건에서 통렬히 느꼈다. 당시 우리는 사립유치원들에 회계 투명성을 지키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오히려 내가 깜짝 놀랐다.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을 모두 합치면 9000곳쯤 된다. 절반 이상인 5000곳 정도의 유치원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 국고를 받는 유치원들이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건데, 그대로 방치하면 되겠나? 2016년 말 경기도교육청이 모집한 시민감사관들이 잠깐 집중해서 그 지역 유치원들을 감사했다.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튀어나왔다. 우리도 경기도 이외 지역 유치원 현황들을 일일이 확인해봤는데,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유치원 원장은 물론 교육부 관료들도 쉬쉬하고, 교육감도 (자신들이 감사 책임자니) 쉬쉬하고,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과 학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돈이 줄줄 새나가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 거다. 어떤 지역 교육감에게 “왜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느냐”라고 추궁하자 “(감사) 인원도 없고…”라며 얼버무리다 ‘전교조 출신’이라는 말이 나오길래 내지르고 말았다. “‘진보’ 붙이시면 뭐 합니까? 시민들에게는 ‘진보 교육감이니까 찍어달라’고 호소했는데 정작 유치원 앞에서는 꼬리를 내려버린 것 아닙니까?” 사립대 회계 개정안에 대해서도 ‘대학 자율권과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광수:앞으로 사립대학 재단의 비리가 밝혀지기 시작하면 시민들도 경악을 금하지 못할 거다. 자유한국당이 과거처럼 격렬하게 반발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욱이 정부·여당은 반발에 대처할 역량을 이미 갖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당했던 뼈저린 경험이 있고, 최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싸우면서 싸움의 기술도 익혔을 것이다. 올해 안에 교수노조도 합법화될 것이다.

 

 

 

 

박용진:나는 강력한 저항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대 회계감사는 개혁되어야 한다. 125곳의 사립대(4년제 종합대 68곳, 전문대 57곳)가 35년(1979~2014) 동안 교육부 종합감사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같은 대형 사립대들이 그렇다. 사립유치원에 지원되는 국고가 연간 2조원 정도다. 대학에는 7조2000억원(2017년 기준)이 들어간다. 지원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도 ‘사유재산이므로 회계감사도 제대로 하지 말고 내버려두라’고 하면 되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목적은 ‘사유재산권 침해 반대’라는 이념이 아닐 듯하다. 자기 개인들의 절실한 이해관계가 걸렸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관료나 교육 소관 상임위 국회의원 등 106명이 대학과 산하기관에서 113개 보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이광수:그러니까 대학 현장에서 ‘감사를 왜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학교에서 스스로 회계사를 골라서 하는 감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부 감사도 안 믿는다. 해외여행 가서 학교 돈으로 명품 사고, 총장 그만둔 사람에게 월급이 계속 지급되고….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 이런 일들이 감사에서는 거의 적발되지 않는다. 설사 비리를 적발해도 교육부 전직 관료를 총장으로 받아들이면 대충 마무리된다. 그러니 ‘감사는 (교육부 관료의) 자기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란 냉소가 팽배할 수밖에 없다.

박용진:사립대학에서 저질러진 비리 사례를 몇 가지 뽑아왔다. 크게 채용 비리, 입시 비리, 교비 횡령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규모로 볼 때 작은 대학뿐 아니라 큰 대학에서도 다양한 비리가 무지개처럼 자행된다. 백미는 서남대 설립자로 현재 복역 중인 이홍하씨다(32~33쪽 기사 참조). 2007년부터 2012년 8월 사이 횡령한 금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 이런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금 파악된 비리는 (그동안 회계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정을 감안하면) 실제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이런 비리와 횡령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대학의 명예가 아니라 학생들의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피해에 주목해야 한다.

이광수:상당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에 다닌다.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학생들로서는 학교에 내는 학비가 이상한 데로 새는 줄 모르고 아르바이트에만 몰두하는 가운데 학력은 떨어지고 이후 취업에도 곤란을 겪게 된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대학들이 ‘개정 강사법’에 대응한답시고 강의 수를 엄청나게 줄였다. 수강신청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어떤 학생들은 강의를 선점한 뒤 친구들에게 팔기까지 한다. 제대로 된 감사를 통해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는 것을 막았다면, 이런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을지 의문이다.

 

 

 

 

ⓒ연합뉴스9000여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 중 5000여 곳이 정부 수립 이래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 위는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 모습.

사립대학 개혁과 관련해서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좌파 빨갱이들이 대학의 자율성과 설립자의 사유재산을 침탈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분명히 나올 거다. 예전 참여정부 때도 그랬다.

박용진:“회계감사 좀 똑바로 합시다, 투명성 제고합시다”라는데 빨갱이가 왜 나오나? 이런 개혁이 사회주의면 대한민국은 이미 사회주의 국가다. 심지어 비상장 기업이라도 웬만한 규모라면 모두 회계감사를 받도록 법제화되어 있지 않은가.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최첨단을 걷는 미국에서도 기업들이 엄격한 회계감사를 통해 시장에서의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관행화되어 있다. 투명하지 않은 기업은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해서 자금 조달도 어렵고 결국 퇴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인가? 빨갱이 운운하며 엉뚱한 소리를 하는 분들은 사실 최소한의 규범도 따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지적을 받으면 대학들은 “우리가 대학이지 기업이냐”라고 응수할 것이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대학의 지배구조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이광수:그런 측면에서는, 대학들이 기업보다 훨씬 더 후진적이고 불투명하다. 대기업의 경우, 회장 일가가 장악한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한 사외이사들이 있다. 회장 일가의 친지는 사외이사로 들어가기 힘들다. 그러나 기업보다 깨끗해야 할 대학에서는 ‘개방이사’ 제도마저 이상하게 변질되고 만다. 설립자의 친인척, 배우자, 총장 아들 등이 ‘대학의 사외이사’인 개방이사로 들어간다. 어떻게 개방이사까지 ‘자기네’끼리 다 해먹는지 모르겠다. 이미 상당수 대학들은 대학평의원회도 두지 않는다. 결국 설립자의 절대적 영향력하에 있는 이사회가 대학의 모든 경영을 총괄하고, 이에 따른 비리와 부정부패도 계속된다. 대학의 지배구조 민주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사립대학을 경영하는 조직은 해당 대학법인의 이사회다. 다만 설립자가 사실상 모든 이사를 지명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설립자의 전횡과 부정부패가 횡행한다는 지적이 일자 일종의 견제 장치로서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되었다. 학생·교수·직원들이 참여해서 대학 경영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대학평의원회는 이사회에 개방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 개방이사 제도는, 설립자 지명 이사로만 채워졌던 폐쇄적인 이사회에 학생·교수·직원들의 추천을 받은 ‘이질적’인 인사가 들어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취지마저 현실에서는 왜곡되고 만다).

 

 

 

 

ⓒ시사IN 이명익2014년 김문기씨가 상지대에서 퇴출된 지 21년 만에 총장으로 복귀하자 학생·교수들이 집회를 열었다.

최근 자료(박경미 의원의 국정감사 정책자료집)를 보고 놀랐다. 대학을 경영한다는 학교법인이 내놓는 돈(법인전입금)은 2017년 현재 대학 전체 수입의 3.5%에 불과하다. 수입의 40.4%가 등록금이고, 금액 기준으로 그다음 순서인 국고보조금이 무려 22.7%였다. 대학의 실질적 운영 경비 중 대다수가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이란 의미다. 3.5%를 내는 대학 법인이 전체 경영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이광수:대학법인들은 심지어 당연히 내야 할 돈도 내지 않는다. 예컨대 법인은 경영 주체로서 교직원의 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산재·고용보험료 등을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돈마저 법인이 아니라 학생(등록금)과 국가(국고보조금)가 낸다. 그러면서도 운영권은 100% 휘두른다.

박용진:재벌 총수 일가가 기업을 부당하게 지배하는 방식이 대학과 유치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총수 일가는 계열사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운용하는 자금을 보면 그렇지 않다. 시민들이 은행에 예금한 돈을 대출받거나 투자자의 돈으로 기업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실질적 지배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지분은 0.6%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지분으로 기업을 통째로 지배하는 과정에서 정경유착과 뇌물 수수가 이뤄진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육 당국 관료를 이사나 총장으로 데려와 방패막이로 앉히고 로비하면서 특혜를 얻는다. 정치인을 통해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감사 수준은 낮추도록 조정한다. 지난 사립유치원 사태 당시, 경기도 의원들이 정당을 불문하고 시민감사관들을 불러내 망신을 주는데 정말 황당하더라. 이런 문제는 결국 (재벌 총수 일가나 대학 설립자들이) 공적 영역을 사유화하려는 시도에서 불거진다. 불투명하게 만들어야 극소수의 그들에겐 이익이다.

이광수:대학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더욱 불투명해진 느낌이다. 학교 운영에서 심지어 교수들 의견도 전혀 듣지 않는다. 그동안 감출 것이 더 많아졌을 터이니 회계감사를 개선하는 조치에도 큰 반감을 나타낼 것이다. 이러니까 대학 법인 측이 은행 빚을 내서 건물을 올리고,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대출이자를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일이 생긴다. 학생들만 불쌍하다. 대학이 이런 식으로 돈을 쓰는 동안 학생들은 새벽 2~3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닌다. 우리 지역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업에 들어온 학생 중 상당수가 졸고 있다. ‘학생이 오후 시간대에 노동하러 간다기보다, 알바(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잠자러 학교에 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하더라. 학교법인 이사장이 총장으로 취임했다가 사임한 뒤 이상한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고, 그다음에 자기 부인을 이사장 자리에 임명했다가 이내 사임시키면서 본인이 다시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이런 과정에서 돈이 어떻게 새어나가는지 모른다. 이 같은 불투명한 구조를 정상화한다면 학생들에게도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한다. 요즘 우리 지역 교수들에게 최고의 진보는 어떻게든 학생들을 취업시키는 거다. 학생들을 어떻게든 사람 사는 세상으로 떠밀어줘야지. 그런데 등록금은 다른 데로 줄줄 새고, 정규직 교수는 안 뽑으니 학생들 책임지고 지도할 교수가 없고. 특히 지방의 사립대학이 심각하다.

박용진:나와 이 교수는 사립대 문제를 바라보는 방향이 약간 다른 듯하다. 나는 일단 회계 투명성에 주목한다. 이 교수는 대학 운영의 민주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같은 방향으로 굴러가는 왼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다. 내부에서 감시나 소통이 이뤄지면 회계 부정의 가능성이 확실히 줄어든다. 그러면 사회적 피로도가 낮아지고 비용도 절약된다.

어떻게 보면 정치권에 사학을 강력히 대변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렇지 않으면 상식적이기 짝이 없는 개혁에 그토록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것이다.

박용진:당연히 있다. 일단 정치인 중에 대학 나온 사람들이 많고…(웃음). 그 대학의 인적 네트워크, 이른바 ‘동문’에 편입된 사람들에게 출신 대학이 일종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학 측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정치인의 후원금도 모아주고 표도 모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문제의 경우도 그런 압력이 국회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문제에서는 이미 상당한 성과가 나타났다. ‘박용진 3법’으로 불리는 유아교육법(유치원이 정부의 회계관리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 사용. 설립자의 정부지원금 유용 차단), 사립학교법(설립자의 유치원 원장 겸임 금지, 교비의 교육 목적 이외 사용 차단), 학교급식법(유아의 급식 질 보장) 등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 수준도 높다. 이 법안들은 패스트트랙으로 올려져서 11월이면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7개월 동안 유치원 부문에서는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립대학의 회계 투명성과 학내 민주화에서도 국민 상식에 호소하고, 국민 분노로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광수:그동안 ‘사회정의를 위한 정신’이 대학에서 사라져버렸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교법인이 총학생회와 결탁해서 학생들마저 부패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한때는 법인이 총학생회에 자판기나 학생식당 운영권을 주더니 그다음 단계에선 수억원대의 돈이 오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같은 행사 운영권까지 제공한다. 총학생회가 외부 업체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뒷돈)를 받는 것을 알면서도 막지 않는다. 법인과 총학생회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발전’한 경우다. 학생들의 의식과 두뇌를 이런 방식으로 망친다. 그래서 더더욱 대학의 민주화로 학생들도 지배구조에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어떤 교수들은 ‘학생들이 뭘 안다고 대학 운영 체계에 들어가느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학은 총장(법인), 교수, 학생의 삼각 구도다. 학생은 교수에게 꼼짝 못하고, 교수는 총장(법인)에게 꼼짝 못하며, 총장(법인)은 학생에게 꼼짝 못하는 고리가 작동되어야 한다. 지금은 이 고리가 끊어졌다.

그런 측면에서 박용진 의원의 사립대 회계감사 개정안이 개혁의 봇물을 다시 터지게 할 수도 있겠다.

박용진:노무현 전 대통령 때 ‘4대 개혁 입법’ 중 하나로 날치기 소리까지 들으며 사학법을 통과시켰다. 다만 실제로 건져 올린 수확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까 이광수 교수가 ‘취업이 진보’라고 하셨는데, 나는 사립대 개혁 역시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먹고사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학의 불투명성이 국고 손실뿐 아니라 우리 학생들의 가정에 경제적 해악을 끼치고 있지 않은가. 멀쩡해 보이는 대학들도 엄청난 규모의 횡령을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35년간 125개 사립대가 단 한 번도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니 어떻게 운영되는 거야? 그 대학들이 어떻게 돈을 받아서 쓰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이런 방식으로 상식에 호소하고 돈이 어떻게 줄줄 새나갔는지 보여줄 것이다. 사립유치원 사태 당시 학부모들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한유총에 저항했던 것처럼, 사립대학 회계 개정안에 대해서도 학생과 교수 등 대학 구성원이 나서야 한다. 법 개정 사안이라고 해서 국회에 갇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밖으로 나갈 것이다. 안팎에서 힘을 모으기 위해 사회 구석구석으로 쳐나갈 것이다. 마침 교수들로부터도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

이광수:요청할 것이 있다. 학교의 문제점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은 교수다. 경영 관련 보직을 맡은 교수가 다시 평교수가 된 이후 비리와 부실 경영을 동료들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교수들이 이런 이야기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비리를 폭로하거나 성명서를 내면, 교육부가 해당 대학의 평가점수를 깎기 때문이다. 학교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려는 교수들은 ‘너 때문에 학교가 망한다’라는 질타에 의지를 꺾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교수와 학생이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그 학교가 살아 있으며 개선 역량을 가졌다는 의미 아닐까? 교수들이 정부에 감사 청구서를 내거나 공개적으로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 해당 학교법인을 처벌하되 학교 자체엔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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