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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 설립자는‘오너’가 아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설립자는 사립대학의 재산에 어떤
법률적 권한도 없다. 교육부가 학교법인을 승인하는 순간 학교법인이 대학 재산의 소유자이며 경영자가 된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2019년 05월 07일 화요일 제6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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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 비리에 시민들과 정치권이 개혁의 메스를 들이대려 하면 느닷없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곤 한다. “좌파들이 사유재산권을 침범하려 한다.”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침해다.”

개혁이 침해할 사유재산권은 누구의 것인가? 그 학교를 세우기 위해 사재를 털어넣었다는 설립자의 재산권인가? 실제로 설립자들은 ‘오너(소유자)’로 불린다. 사립대학의 재산인 땅, 건물, 시설, 설비, 내부 자금 등이 모두 설립자의 개인적 재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사립대 개혁은 사유재산권 침범’ 따위의 주장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립대를 규율하는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설립자는 사립대학의 재산에 어떤 법률적 권한도 없다. 그렇다면 누가? 해당 대학에 설립되어 있는 ‘학교법인’이다.

누구든 대학을 세우려면 먼저 학교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 출연과 함께 법인 운영 규칙인 정관을 만들어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그 재산은 단지 학교 땅과 건물을 세우는 데 필요한 규모에 국한되지 않는다. 해당 학교의 운영에 필요한 재산(혹은 조달 수단)까지 포함한다. 정관에는 종교든 애국적 인재 양성이든, 건학 목표나 공적인 교육 이념이 들어가야 한다. 돈벌이가 아니라 교육 이념을 구현하려는 사람에게만 학교법인 설립을 허용한다는 취지다.

ⓒ연합뉴스
이홍하 전 서남대 이사장(위)은 1000억원 넘게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률에 따르면, 교육부가 학교법인을 승인하는 순간 설립자와 학교는 분리된다. 승인된 학교법인이 대학 재산의 소유자이며 경영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즉, 일단 학교법인이 만들어지면 그 설립자는 학교 재산과 경영에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한다.

사립대학을 세우는 데 물적 기반을 제공한 설립자에게 어떤 법적 권한도 없다는 것이 일견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립대 역시 공교육 시스템의 일부로 인정되어 국고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으며, 그 학교의 졸업장이 공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설립자라는 자연인이 학교 재산의 소유자로서 대학을 직접 운영하면, 수익을 내지 못하는 등의 경우 마음대로 학교를 폐쇄해서 학생들과 공교육 체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대학 재산의 소유자를 자연인이 아니라 법인으로 법제화한 이유다.

사립학교법은 설립자의 의사 역시 충분하게 보장한다. 설립자에게 부여된 ‘이사 선임권’이 그 장치다. 설립자는 교육부에 제출하는 정관에 초대 이사 명단을 기입해야 한다. 그 이사들은 설립자의 교육 이념을 학교 경영에서 실현하려는 자들로 가정된다. 이런 학교법인 이사들은 퇴임할 때 후임 이사를 지명하게 되어 있다. 물론 설립자 쪽 사람이다. 설립자의 교육 이념이 사실상 ‘대를 이어’ 해당 학교에 구현될 수 있도록 법제화해둔 것이다.

이사 선임권=대학 재산 소유권?

설립자가 법인 이사회를 사실상 구성하게 허용한 것은 건학 이념의 구현과 계승을 존중하기 위한 선의의 장치였을 터이다. ‘대를 잇는 이사 선임권’이 현실에서 교육 이념의 구현만을 위해 활용되어오지 않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설립자가 법인 이사회를 통해 학교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 급기야 그 재산까지 자유자재로 빼돌리는 지경으로 치닫는 사례가 빈번했다. 선의가 계속되면 그것을 권리로 아는 경우가 있는데, 상당수의 설립자들은 이사 선임권을 ‘대학 재산에 대한 소유권’으로 확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립대학 개혁을 무턱대고 ‘재산권 침해’로 몰면서 ‘붉은색’을 칠하는 행위가 관행으로 정착되었다.

등록금 등 대학교로 들어오는 수입은 해당 대학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그 수입이 학교법인이나 심지어 설립자에게 ‘수익’으로 넘어간다면, 불법적 횡령에 해당한다. 대학교를 돈벌이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오히려 학교법인은 대학에서 정상적으로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립대학 총수입 중 학교법인이 지원하는 돈(법인전입금)의 비중은 2017년 현재 3.5%에 그치고 있다. 등록금이 40.4%, 국고보조금이 22.7% 등이다. 학교법인은 대학 운영에 필요한 돈의 3.5%만 지원하지만 100%의 경영권을 누린다. 오직 설립자의 의지로 조직되는 폐쇄적 이사회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어, 대학을 지원하기는커녕 학교의 수입(등록금, 국고보조금 등)을 빼돌리는 경우도 잦다.

이를 개혁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가 바로 ‘개방이사’였다. 교수와 학생, 직원 등의 추천을 받는 인사가 이른바 개방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다. 개방이사 수는 이사회 정수의 4분의 1 정도. 대학 운영 방향을 결정한다기보다 설립자 측으로만 구성되는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에 대해서도 일부 설립자는 ‘재산권은 이사 선임권(이사회 구성)으로 행사된다. 그러므로 개방이사는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설립자 측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해야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이 제도는, 교수·학생·직원의 추천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거나 설립자 측근들이 개방이사 자리마저 차지하는 식으로 무력화되었다.

또한 사립대학에서 횡령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법인과 학교에 어떻게 돈이 들어가고 나가는지 객관적으로 감사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사립대학 수입의 20% 이상이 국고보조금이라면 더욱 세밀하게 감사해야 한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사립대 회계감사 투명화 법안(24~29쪽 기사 참조)이 하나의 사례다. 이에 대해서도 설립자와 대학 법인 측은 ‘재산권 침해’의 논리로 맞선다. 민간부문 재산의 운영에 정부 등 제3자가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볼 때 설립자는 대학 재산에 관한 한 ‘침해당할 소유권’이 없다. 대학 재산의 소유권자인 법인은 자기 재산이 외부로 흘러나간다면 철저히 조사해서 더 이상의 피해를 차단해야 한다. 설립자와 대학 법인 측의 반발은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사유재산권만 강조하는 행태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는 경우는 설립자가 비리로 법률적 처벌을 받아 대학교의 지배구조에서 쫓겨나는 때다. 이사들 상당수도 비리 혐의와 연관되면서, 이사 자리가 비게 된다. 결국 국가와 시민사회가 협의해서 사태 수습용 임시이사를 해당 대학 이사회에 파견한다. 이런 시도마저 일부 설립자들은 ‘재산권 침해’로 본다. 설립자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가 이사를 선임해서 해당 대학을 경영한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비리로 법적 처벌을 받은 설립자가 당당하게 복귀하기도 한다. 여러 고등학교와 대학을 설립해서 한때 학원 재벌로 이름을 떨친 이홍하 전 서남대 이사장은 1000억원 이상의 횡령으로 징역형(9년)을 살고 있는 와중에도, 학교 정상화를 위해 개편안을 마련 중인 사람들에게 ‘(내 재산인) 교내의 나무 하나도 건드리면 민형사상 처벌을 각오하라’는 식의 협박성 편지를 ‘설립자’ 자격으로 보낸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설립자(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이란 자격으로 영남대 학교법인 이사의 대다수를 지명한 바 있다.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에서 사유재산권은 시민의 신성한 권리다. 재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행복도 국민경제의 발전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법적으로 사립대학의 재산은 엄연히 학교법인의 소유이지 설립자나 이사의 것이 아니다. 타인(법인)의 재산을 빼돌려 줄이는 행위를 재산권으로 옹호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자율성을, 설립자가 마음대로 대학 재산을 갈취할 수 있는 자율성으로 오인해서도 안 된다. 법무법인 수륜아시아의 이명헌 변호사는 “설립자는 대학 재산에 대한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갖고 있지 않다. 이사 선임권은, 설립자가 교육 이념을 구현하고 계승하도록 보장한다는 취지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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