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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대란 해법은 있나

전국에 쌓여 있는 불법 폐기물 규모는 120만3000여t에 이른다. ‘불법 투기 폐기물’ 야적장만 181곳이다. 쓰레기 대란 탓에 주민과 국토가 신음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

김동인·나경희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5월 02일 목요일 제6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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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지 10년이나 됐다고 하던데 전혀 모르세요?” 4월16일 충청남도 서산시 장2통 마을회관. 길을 지나던 주민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2월21일 정부가 발표한 전국 불법폐기물 전수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어딘가에 1000t짜리 불법 투기 폐기물 쓰레기 산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다. 규모가 큰 방치·투기 폐기물은 언론에 자극적으로 소개되면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한다. 경북 의성에는 쓰레기가 산을 이뤄 골짜기가 생겼고, 경북 성주에는 쓰레기 더미가 썩어 자연발화되는 바람에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대부분 1만t 이상 방치된 대형 쓰레기 산이다.

전국에 퍼져 있는 불법 투기 폐기물 야적장은 총 181곳, 이 가운데 1만t을 넘는 야적장은 9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172곳이 서산처럼 전국 각지에 분산되어 있는, 각 지자체가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소규모’ 야적장이다. 인근 주민들이 투기 현장을 신고하거나 지자체가 직접 찾아내기 전까지는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도 않는다.

ⓒ시사IN 이명익
전국 최대 규모의 방치 폐기물이 쌓인 의정부시 신곡동 쓰레기 산 옆으로 경전철이 지나가고 있다.
누군가 쌓아올린 쓰레기 산은 동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충남 서산시 장동 일대를 한 시간여 돌아다니다 겨우 현장을 발견했다. 논을 끼고 야트막한 쓰레기 언덕이 단독주택 3채 정도 크기로 쌓여 있었다. 폐기물 더미에는 플라스틱, 폐타이어, 녹슨 철판과 각종 생활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인근 주민은 “이 동네 이사 올 때부터 쌓여 있던 쓰레기 더미다. 전에 살던 사람 말로는 시청이랑 계속 소송 중이라고 하더라. 다행히 악취가 많이 나지는 않아서 일단 시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산시가 처음 이 쓰레기 산을 확인한 것은 2009년이다. 고물상을 운영하던 사업자가 폐기물을 쌓아둔 후 운영을 중단하는 바람에 재활용 폐기물이 그대로 썩어가는 중이었다. 10년 넘게 사업자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동안 처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서산시 관계자는 “땅을 임차해 고물상을 하다가 방치해둔 채 치우지 않고 있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불법 투기 폐기물이 누구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지더라도, 실제 처리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규모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한번 쌓아올린 쓰레기 더미는 그걸 해결하는 데에도 복잡한 절차와 시간, 그리고 비용이 든다. 비단 서산만 겪는 문제는 아니었다.

쓰레기 산의 심각성은 2월21일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전국 불법 폐기물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파악한 전국 불법 폐기물 규모는 총 120만3000여t에 이른다. 불법 쓰레기 더미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방치 폐기물, 불법 투기 폐기물, 그리고 불법 수출 폐기물이다.

도심 인근에 26만여t의 쓰레기 산 솟아


최근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해외에 불법 수출하려다 항구에 내팽개쳐둔 폐기물 약 3만4000t이다. 비중은 가장 작지만 필리핀에 불법 수출했다가 국내로 재반입된 사건 때문에 많이 알려졌다. 필리핀을 거쳐 평택항으로 돌아온 불법 수출 폐기물은 총 4600t 규모다. 뒤늦게 이 폐기물의 ‘고향’이 제주도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제주시가 폐기물 처리를 민간 업체에 위탁한 뒤 이를 방치한 탓에 외교 문제로도 번졌다. 결국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은 3월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쓰레기 불법 반출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시사IN 조남진
4월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쓰레기를 분리하고 있다.
항구까지 못 간 대다수 불법 폐기물은 국토 곳곳에 방치된 채 썩어가고 있다. 이번 정부 전수조사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방치 폐기물(83만9000t)과 불법 투기 폐기물(33만t)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방치 폐기물은 폐기물 처리 사업장에 쌓여 누적되어 있는 쓰레기를 의미한다. 해당 업체가 폐기물 관련 법규를 위반해 허가가 취소된 경우나 폐기물 처리 관련 명령을 두 차례 이상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 업체에 쌓여 있던 폐기물은 방치 폐기물이 된다. 업체가 도산했을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3월3일 미국 CNN이 보도한 경북 의성군 쓰레기 산이 대표적인 방치 폐기물이다. 2008년 2000t 규모 폐기물 처리 허가를 받았던 이 업체는, 허가량의 80배가 넘는 17만2000여t 규모의 폐기물을 그대로 적재해두었다. 이처럼 업체가 방치해둔 쓰레기 산은 수도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월16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쓰레기 산은 인근 빌딩에서도 한눈에 보일 만큼 도심 가까이 위치해 있었다. 의정부 동부 지방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의정부경전철 곤제역과 효자역 사이를 오가는 구간(고가철로)에서 매일 창밖으로 쓰레기 산 정수리를 본다. 반경 1㎞ 이내에 중고교와 요양병원, 대학병원이 인접해 사회적 취약계층이 악취 등의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이곳에 각종 폐기물을 쌓아올린 업체는 원래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으로 허가를 받았다. 중간처리를 거쳐 다른 곳으로 폐기물을 보내야 하지만 26만여t 규모 폐기물이 그대로 쌓인 채 오갈 곳을 잃었다. 전국 방치 쓰레기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의정부시는 2020년까지 이곳에 쌓여 있는 방치 폐기물을 전량 처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폐기물 사이에서 가스가 새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폐기물 중 1200여t을 다시 싣고 온 컨테이너선.
방치 폐기물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책임 소재가 명확한 편이다. 어쨌든 관련 업체가 제대로 처리를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추후 폐기물 모니터링을 통해 감시할 ‘장소’도 명확한 편이다. 더 골치 아픈 건 불법 투기 폐기물 유형이다. 몰래 버리고 잠적하는 경우도 잦다.

경기도 양주시 남면에 있는 한 쓰레기 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4월16일에 찾은 이곳에는 약 5260t 규모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대부분 폐플라스틱과 각종 폐섬유였다. 인근 비료공장에서 일하는 이 아무개씨는 “쓰레기가 썩으면서 노란 침출수가 흘러내리고 있다. 우리 공장에서 저 자리에 비료 쌓아두는 창고를 지으려고 알아보았더니 쓰레기 치우는 데에만 1억원이 넘게 든다고 해서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지자체는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대부분 플라스틱과 폐섬유는 매립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썩기 시작한 쓰레기를 재활용 시설에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양주시 측은 환경부와 처리 방법을 두고 논의 중이지만 지자체나 정부가 자체 예산으로 해결한다는 게 좋은 선례는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전수조사에서 밝혀진 불법 투기 폐기물 가운데 45.8%인 83곳은 2018년 이후 발생했다. 이들 대부분이 폐합성수지, 즉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중국 등 해외에 반출하기가 어려워진 시점과도 맞닿는다. 정부는 불법 폐기물을 2022년까지 전량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불법 투기 폐기물에 대해서는 명확한 처리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자를 밝혀 책임 처리토록 조치하고, 원인자가 불명확한 경우 기획수사 등으로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며 원론적인 수준의 대책만 내놓은 상태다. 아직 원인자를 고발하지 못한 쓰레기 산도 전국 80곳에 이른다.

우리는 생활 속 쓰레기를 최선을 다해 분리 배출하는데, 왜 재활용 쓰레기인 플라스틱은 갈 곳을 잃은 채 쓰레기 산을 이루고 있을까? 분리 배출을 한다고 해서 다 같은 재활용 쓰레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상 속 쓰레기는 버리면 그만이지만, 수거되는 순간부터 쓰레기는 ‘폐기물 경제’의 생태계에서 소화된다.

‘폐기물 경제’에 참여하는 업체 1만 개 넘어


아파트에서 종이, 플라스틱, 포장 비닐을 각각 재활용 폐기물 분류함에 쌓아두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재활용 쓰레기는 지자체에서 직접 수거하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재활용 수거 업체와 계약을 맺어 쓰레기를 처분한다. 수거 업체가 병, 종이, 플라스틱, 캔, 의류 따위를 돈을 주고 가져가 재생 업체에 되파는 구조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재활용 쓰레기 처리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쓰레기 정리를 떠맡는 아파트 경비원의 특근비 등으로 활용된다. 실생활 쓰레기는 대부분 민간 업체의 경제적 논리에 따라 돌고 돈다.

정성껏 분류해 내다버린 쓰레기가 전부 재활용되는 것도 아니다. 업체가 수거해가더라도 분류 작업에서 소각하거나 폐기해야 하는 플라스틱이 많다. 음식물 찌꺼기처럼 불순물이 묻어 있을 경우 선별 공정에서 ‘질 낮은 폐기물’로 분류되어 재처리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세계 폐플라스틱의 대부분을 사들였던 중국 정부가 수입에 제동을 걸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 순환 구조에 정체 현상이 일었다(40~41쪽 기사 참조). 과거에는 질 낮은 플라스틱도 중국 업체가 가리지 않고 가져갔지만 이제 사정이 바뀌었다.

자원 재생 시장이 호황일 때에는 이 구조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 과자봉지, 비닐봉지처럼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낮은 플라스틱 필름류 포장재도 수거 업체가 가리지 않고 가져가기 때문이다. 폐지, 헌옷, 병, 캔처럼 상대적으로 돈이 되는 재활용 쓰레기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재활용 쓰레기도 함께 가져가는 식이다. 폐기물 경제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 수는 2016년 기준으로 전국 1만2385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재활용 쓰레기를 수집하고 운반하는 업체, 즉 자원 재생 시장의 중간 유통상만 해도 절반 이상인 6264개다.

그러나 자원 재생 시장이 불황을 겪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장 구조가 흔들린다. 한국환경공단 조사에 따르면 2017년 12월 ㎏당 143원에 거래되던 폐골판지 가격은 중국 정부의 폐플라스틱 수입 규제 시행 직후인 2018년 3월에는 ㎏당 90원으로 떨어졌다. 폐골판지 가격은 올해 3월까지도 전국 평균 98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수거 업체의 타산성은 떨어지는 반면, 재생 자원으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수익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지업계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 힘입어 깜짝 호황을 누렸다.

2018년 3월, 일부 수도권 수거 업체들이 “폐비닐은 받지 않겠다”라며 수거를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이 처음으로 실생활에서 불편을 체감했다. ‘중국발 쓰레기 대란’이라는 반응도 이때 처음 나왔다. 당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거 보이콧에 나선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은 2018년 4월, 환경부와 분담금 협상을 하고 나서야 수거를 재개했다. EPR(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비축분을 조기 지급하면서 업체의 수거 비용을 보전해준 식이다. EPR이란 재활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재활용품 생산자가 내는 방식을 뜻한다. 이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되어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온다. 구조적인 원인을 해결했다기보다는 당시 환경부가 이 비축금을 풀어 업체의 숨통을 틔워준 셈이었다.

단기 처방 덕분에 집 앞에 쓰레기가 쌓이는 건 막았지만, 여전히 재활용 쓰레기는 100% 재생되지 않는다.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중국 시장이 사라진 상태에서, 결국 경제성이 떨어지는 재활용 폐기물을 서로 돈을 쥐여주며 밀어내는 복마전이 펼쳐진다. 아예 ‘돈을 받고 폐기물을 수거해 방치하는 업체’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방치된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다. 이른바 ‘소각 딜레마’가 발생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불법 투기된 플라스틱은) 소각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또 소각장을 짓는 건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나. 중국이나 필리핀 수출 길도 막힌 마당에 걱정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임시로 기존 소각시설의 소각처리 가능량을 최대 25%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소각을 통한 단기 처방은 오염물질 배출 논란이 뒤따른다. 소각장이 들어선 지역의 반발도 거세다.

환경부는 이렇게 버려진 폐기물을 연료로 활용하도록 규제를 낮추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2월21일 정부가 발표한 각종 대책 가운데 ‘고형연료(SRF:Solid Refuse Fuel) 품질검사의 합리화’가 이런 방식이다. 고형연료란 가연성 폐기물을 선별 및 가공해 석탄을 대체할 수 있게 만든 연료형 제품을 뜻한다. 한마디로 방치·투기된 폐플라스틱을 산업 현장에서 연료로 쉽게 태울 수 있도록 고형연료의 품질검사 규제를 느슨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이 섣부른 판단이라며 반발한다. 환경운동연합은 4월19일 ‘쓰레기 대란, SRF 규제완화는 답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비닐, 플라스틱 소각으로 인한 대기오염 물질 및 유해물질 배출 문제를 야기하고 폐기물 감량 등 자원순환 정책을 지연시킨다”라고 주장했다. 무분별하게 ‘태우면 된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도 장기적으로 자원 재생 정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분리 배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결국 절대적인 배출량 감소다. 폐기물 분리 배출 규정은 점점 까다로워지지만 막상 전체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2010년 37만4600여t이었던 전국 폐기물 배출량은 2016년 42만9100여t으로 14.5% 증가했다. 특히 2013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던 생활 폐기물은 2014년 이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폐기물 경제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폐기물 수출과 자원 재순환 호황에 기댔던 탓에 공공처리 시설을 확충하는 데 소홀히 했다는 반성이 뒤따르고 있다. 환경부도 뒤늦게 ‘국가 폐기물 종합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동안 폐기물의 이동경로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살피지 못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되었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알아서 쓰레기가 해결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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