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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땐뽀걸스>의 빈칸 채우기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2019년 04월 15일 월요일 제6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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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땐뽀걸스>의 이승문 감독은 거제 조선소가 몰락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거제에 갔다. 2015년 즈음부터 조선업의 불황에 대한 보도가 잇따라 쏟아지던 때였다. 대부분 ‘텅 빈 도시’ ‘활력을 잃은’ ‘흉흉한 민심’ 따위의 헤드라인을 달았다. 그곳에서 우연히 거제여상의 ‘땐뽀반’을 만나게 됐다. 그 결과물인 <땐뽀걸스>를 보고 나서 도시를 하나의 관점으로만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는 <땐뽀걸스>에 등장하는 가족의 시선에서 출발해 거제를 읽는다. 조선업 불황이 한 가족과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거시사와 미시사를 촘촘하게 엮었다. <땐뽀걸스>를 본 사람이라면 해소되지 않은 질문이 있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아버지는 왜 거제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딸들에게 ‘땐뽀’는 왜 마지막 추억이 됐는지, 이 책은 그 빈칸을 채운다.

저자는 거제 조선소에서 취업해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소의 아침은 언제나 국민체조로 시작된다는 사실이나, 작업복을 입고 소개팅에 나갈 정도로 긍지에 찬 작업복 문화 등 조선소의 풍경을 내부인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포착했다. 동시에 중공업 가족이 맞게 된 위기를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외부인의 관점을 견지한다. “딸의 이야기는 중공업 가족의 여러 모순들을 폭로한다(79쪽)” “중공업 가족은 애초에 배제와 포섭을 전제로 한 프로젝트였다(113쪽)”라며 중공업 가족이 누구를 배제했는지 짚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중년 남성 정규직 노동자’로 대표되던 거제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 하청업체 노동자, 사무보조직 여성, 조선소 취업을 앞둔 여고생, 젊은 엔지니어 등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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